[단독] 강남·인천 쓰레기 청주로, 고양은 음성…발생지 처리 원칙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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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후 충남 서산시 대산읍 의 한 민간 소각장. 여러 지역에서 몰려든 듯한 대형 화물차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들며 폐기물을 쏟아냈다. 화물차가 들어설 때마다 작업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소각장 굴뚝에서는 얼핏 구름으로 착각할 만큼 희뿌연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랐다. 이 소각장은 올해부터 서울 강남구와 계약을 맺고, 강남구에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 연간 약 2300톤(종량제 봉투 한정 1천톤)을 처리할 예정이다.

강남 쓰레기는 청주에, 고양 쓰레기는 음성에
18일 한겨레가 수도권 66개 기초 지방자치단체의 생활폐기물 처리 방식을 전수 조사한 결과, 수도권 지자체 11곳이 비수도권에 있는 민간 소각장과 18건의 계약을 맺었다. 이는 전체 39개 위탁(예정) 지자체의 약 28%에 해당한다.
수도권이 생활폐기물을 ‘원정 소각’하는 곳으로 점찍은 곳의 94%는 ‘범충청권’이다. 수도권 기초단체 10곳이 충청권 소재 민간 소각장과 17건의 계약을 맺고, 생활폐기물 10만4970톤을 보내게 된다. 수도권이 충청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지리적으로 가깝고, 처리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는 충북 청주, 대전 대덕, 충남 서산 등 3개 소각장과 총 9200톤 규모의 계약을 맺었고, 금천구는 충남 공주와 서산의 폐기물 처리업체에 각각 6천톤, 강동구는 세종과 충남 천안의 업체에 각각 6500톤과 3500톤을 보내기로 했다.
민간 소각장이 없는 서울뿐 아니라 경기·인천의 기초단체들도 마찬가지다. 고양은 충북 음성과, 광명·양평 및 인천 강화는 충북 청주의 민간 소각장과 계약했다. 경기 광주시는 충남 당진, 화성시는 충북 청주, 대전 대덕, 충남 천안에 있는 업체와 각각 1만8천톤, 1만800톤, 7200톤 규모의 계약을 진행 중이다. 서울 마포구는 강원 원주에 생활폐기물을 보낸다. 고정근 공익연구센터 블루닷 대표는 “수도권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폐기물이 수도권과 가까운 충청 지역 등으로 밀려 내려오는 것 같다”고 했다.
서울 쓰레기는 화성에, 화성 쓰레기는 청주에
서울·경기 기초 지자체 10곳은 인천 서구와 남동구의 민간 소각장들과도 11건의 생활폐기물 처리 계약(4만4843톤)을 맺었다. 서울의 생활폐기물은 1만4353톤이 반입되고 경기의 생활폐기물은 3만490톤이 반입된다. 인천 서구에 생활폐기물 처리 계약이 몰린 것은 수도권매립지가 있어 인근에 민간 소각장이 난립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도권 지자체 가운데 서울에서 생활폐기물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경기 화성시(5만6040톤)다. 화성시는 서울에서 쓰레기를 받고, 자신들이 배출한 쓰레기를 청주와 대전, 천안(총 3만6천톤)으로 보내는 셈이다. 광주시도 마찬가지다. 서울 송파와 경기 안양, 의왕에서 1만5740톤을 받는 광주시는 당진과 오산으로 2만9850톤을 보낸다.
부천시와 오산시, 의왕시는 각각 경기도의 다른 지자체에 있는 민간 소각장과 계약을 했다. 양주, 안산, 평택, 안성, 동두천, 시흥은 아직 계약 공고를 내지 않았거나 내지 않을 계획이다. 수도권 10개 지자체에서 4만6천톤 이상의 생활폐기물을 반입하는 인천 서구만 유일하게 서구의 민간 소각장에서 자체 배출 생활폐기물을 처리한다.
생활폐기물이 지역 경계를 넘나드는 이유는 지방계약법에서 계약 금액이 5억원 이상인 경우엔 전국 단위로 입찰 구역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에 따라 각 지자체들은 처리 단가 등을 고려해 업체를 선정한다. 화성시의 경우, 하루 평균 320톤가량의 생활폐기물을 배출하는데, 관내에 있는 공공 소각장에서 300톤을 처리하고 나머지는 민간 소각장에 위탁한다. 화성시 관계자는 “관내 업체를 배제한 것이 아니라 지방계약법에 따라 계약한 것”이라며 “화성에 생활폐기물을 보내는 서울시도 마찬가지로 1순위 업체를 선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예고됐던 원정 소각
서울시는 강남·노원·마포·양천 등 4곳에 공공 소각장(하루 총 2850톤 처리 가능)을 운영하고 있지만, 직매립 금지로 하루 평균 약 1천톤의 소각 용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는 마포에 신규 소각장 건설을 추진했으나, 주민 반발과 법원의 제동으로 중단됐다. 인천 역시 주민 반발로 광역소각장 이전 및 소각장 신설이 난항을 겪고 있다.
결국 수도권이 처리하지 못한 폐기물이 지방 민간 소각장으로 넘겨지며, 폐기물 발생지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이 무너지고 ‘쓰레기 처리의 지역 불균형’이 고착화되고 있다.

“주민도 모르게…무시하나”
소각장 3곳이 있는 청주 북이면의 유민채 전 추학1리 이장은 “그동안 민간 소각장들이 법정 허용량 이하로 소각했지만, 이번 직매립 금지 정책으로 법적 허용량을 꽉 채워 소각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남구 쓰레기를 받게 될 서산시 대산읍 인근의 대죽리 마을 주민 ㄱ(70대)씨는 “금시초문이다. 지역 사회에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고 일을 진행하는 건 지역을 아주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불만을 표했다. 김기의 서산 대죽리 이장은 “외부 폐기물을 우리 지역이 받아야 한다니,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서운한 게 사실”이라며 “강남구 쓰레기가 반입되더라도 하루 소각 허용량(96톤)을 넘기지 않도록 주민들이 감시할 것”이라고 했다.
쓰레기 반입 문제는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주 지역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서승우 국민의힘 청주시장 예비후보는 “수도권 쓰레기는 수도권에서 처리해야 한다”며 “지방에 조용히 부담을 떠넘기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입 갈등이 커질 경우 수도권에서 처리하지 못한 생활폐기물이 쌓이며 ‘쓰레기 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수도권 쓰레기 원정 소각’ 논란이 일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7일 “직매립 금지 시행 이후, 비수도권 민간 시설에 위탁 처리된 생활폐기물은 800톤으로, 발생량의 1.8% 수준”이라고 해명했으나, 이는 본질을 외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폐기물은 발생지에서 처리하는 게 원칙이지만, 현재 지역 간 이동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숫자가 얼마 안 된다고 무시하면 안 된다. 발생지 처리 원칙을 구현할 수 있는 공공 인프라를 구축하고, 한편으론 지역 주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한겨레>는 나라장터 시스템을 통해 수도권 66개 지자체의 폐기물 민간 처리 용역을 전수 조사했다. ‘생활 폐기물’, ‘종량제’, ‘수도권매립지 반입불가 폐기물’, ‘폐합성수지류’ 등을 키워드로 검색했고 각 지자체의 확인 작업을 거쳤다. 공고문 확인이 안되는 지자체는 직접 전화를 걸어 공고 여부를 확인했다. 다만 각 지자체마다 용역을 공고하는 방법이 달랐다. 몇몇 지자체는 직매립 금지로 인해 수도권매립지 직매립이 금지된 생활 폐기물을 따로 공고했고, 몇몇 지자체는 기존에도 진행하던 반입불가 폐기물, 폐합성수지류 폐기물 처리 용역에 생활 폐기물을 포함시켜 공고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존 용역에 포함시킨 생활 폐기물을 따로 구분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또 민간 처리를 할 계획이지만 공고가 올라오지 않은 지자체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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