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혁신의 원동력과 독점의 역설

2026. 1. 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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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세계 최대 증권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1792년 24명의 증권 딜러들이 월스트리트에서 협정을 맺고 서로간에 주식 거래를 시작하면서 설립되었다. 대공황 이전에는 증권 거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규제가 거의 없었다. 상인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된 남대문 시장에서 각종 상품이 거래되듯, 딜러들에 의해 형성된 NYSE에서 주식이 거래되었다.

NYSE에 대한 법적 규율은 그로부터 140여년이 지난 1934년 대공황 이후 증권거래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시작되었다. 이렇게 민간의 이윤 동기에서 출발한 NYSE와는 달리, 한국의 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는 일제강점기에 제정된 조선증권거래소령을 근거로 1956년 대한증권거래소로 출범하였다. 후발 개도국이었던 한국은 제도·기관 형성(institution building) 차원에서 정부 주도로 증권거래소를 설립하고 거래 활성화를 도모하였던 것이다.

어렸을 때는 산업혁명이 와트의 증기기관 발명에서 시작되었다고 배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상업화 가능성을 보고 이에 투자한 볼턴의 이윤 동기가 없었다면 아마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더 근본적으로는 이자를 못 받게 하던 중세식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 현세의 성공이 신의 선택의 징표라는 존 칼뱅의 종교개혁이 이윤 추구를 정당화하면서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독점은 여러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야기하기 때문에 정부가 다양한 방식의 규제를 한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혁신의 원동력은 독점 이윤의 추구이다. 최근의 빅테크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의 ‘FANG’ 등 아직 창업 1세대가 경영하는 기업은 소유가 집중되어 있다. 이를 인정하는 제도가 저작권 및 특허권이다.

기껏 열심히 만들고 개발한 노래, 영화, 상품, 서비스를 누군가가 복사해서 공짜로 사용한다면 누가 혁신을 하겠는가? 지금도 창업 현장에서 밤을 새면서 땀을 흘리는 젊은이들이 그처럼 노력하는 이유는 인류의 공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부의 축적을 통한 행복 추구일 것이다. 주입식 교육에 찌든 우리 젊은이들이 역설적으로 유럽, 일본 보다도 훨씬 열정적으로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국가적인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가상자산거래소에 대해 소유권 규제를 도입하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그 배경은 가상자산거래소는 증권거래소와 유사한 ‘공적인 금융 인프라’인데 이를 특정인이 집중 소유하면서 수수료 등 수익을 독점하는 게 문제라는 인식이다.

그런데 민간 영역에 대한 정부의 규제는 몇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경제이론적으로 정당화된다. 대표적인 논거가 시장실패인데,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외부효과이다. 외부효과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경우를 말하는데, 금융산업이 여기 해당된다.

특히 1금융권은 신용창조를 통해 없는 돈도 빌려주는 기능을 국가로부터 허가 받았는데, 한꺼번에 예금주들이 몰려 대규모 인출사태가 발생할 경우 지급결제가 마비되는 외부효과가 발생하므로 정부가 인허가권을 포함하여 직접 규율하는 것이다.

그런데 가상자산거래가 금융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논의는 이제 시작 단계이다. 미국의 경우 가상자산 ETF가 상장되어 있고, 지니어스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으로 편입된 상황이나, 한국은 이제 디지털자산기본법안을 논의 중이다. 이 법안에 자본시장법을 참고하여 증권의 대체거래소(ATS)에 준하는 소유분산 규제를 두겠다는 취지인 듯 하나, 가상자산거래소는 자발적으로 형성된 NYSE에 더 가깝다.

따라서 제도 형성 차원의 접근보다는, 오히려 대공황 직후 미국 증권거래법을 참조하여 어떻게 거래를 투명하게 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추는 것이 우선이다. 규제 필요성이 인정된다 하더라도 소유 규제는 가장 강력한 규제이므로 행정법상 비례원칙에 따라 다른 수단이 없는지 먼저 검토해야 한다.

규제 목적이 수익의 집중 해소라면 더더욱 그렇다. 시장이 채 형성되기도 전에 소유권에 대한 직접 규제로 혁신 동력이 저해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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