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논단] 중국의 과학 굴기

세계 최고의 지성 집단, 미국 하버드 대학교가 학술 연구 논문 실적 평가에서 처음으로 1위를 내주는 굴욕을 맛봤다. 더구나 상대는 미국과 첨예하게 대립 중인 중국의 대학이다.
19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학술 논문 발표량을 기준으로 한 '2025 CWTS 라이덴 랭킹'에서 하버드대의 순위가 처음으로 1위에서 3위로 내려앉았다.
하버드대를 따돌리고 1위에 오른 대학은 중국의 저장대다. 2위는 중국 상하이교통대, 3위 미국 하버드대, 9위 중국 칭화대, 10위는 캐나다 토론토대가 이름을 올렸다. 1위를 차지한 저장대는 오픈AI의 대항마로 부상한 '딥시크'의 량원펑, 딥로보틱스의 주추궈, 메니코어테크의 황샤오황 등 중국 '육소룡' 3개 기업의 창업가를 배출시킨 중국 '공대 굴기'의 상징인 대학이다. 중국은 상위 10위권에 무려 7개 대학을 포진시켰다.
중국의 약진은 다른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튀르키예 앙카라의 중동기술대학교(METU) 정보학연구소가 집계한 학술 성과 기반 세계 대학 순위에서는 하버드대가 1위를 차지했지만, 상위 10위권에 중국 대학 4곳이 포함됐다. 미국 대학은 하버드대와 함께 스탠퍼드대 등 2개 대학만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두 지표에서 단 1개 대학도 10위권에 오르지 못했다.
중국의 이공계 분야에서의 두드러진 약진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제조 2025' 등 기술자립정책을 펼치면서 전 국가적인 이공학 장려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30여 년 전부터 ICT 분야 하이테크 산업에서의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수립한 중국은 이공계 인재 양성에 온 힘을 쏟았다. 칭화대를 비롯한 저장대 등 국내 유수의 대학에 실험 기자재와 연구비 등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항공우주, 자율주행, 드론, 디스플레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을 따라잡고 선두 주자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이공계 장려 분위기는 대학 졸업생 수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다. 구글의 통계 추산에 따르면 중국의 2024~2025년 기준 이공계 졸업생 수는 500만~580만 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국은 약 80만 명, 일본 50만 명, 한국 14만 명 등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다. 특히 한국에 비하면 이공계 배출 인력은 무려 40여 배에 달한다. 고교 졸업생 중 성적 우수 학생들이 의과대학만 가려는 한국의 현실에 비하면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판사는 평생 수십 명의 생사를 좌우하고 의사는 수천 명의 생사를 좌우하지만, 엔지니어는 수억 명의 삶을 좌우한다."
한국 자동차 산업의 오늘을 있게 한 '엔진 박사' 이현순 중앙대 이사장(76)이 늘 후학들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서울대와 뉴욕주립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박사 학위를 딴 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던 그는 자동차 산업 불모지인 한국에 돌아와 현대차에서 27년간 40여 종의 엔진을 개발했다. 이후 두산으로 이직한 뒤 세계 K2 전차와 장갑차 등 15종의 엔진을 개발하고 세계 다섯 번째로 열병합발전소 가스터빈 개발에 성공했다.
그는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대학 등록금의 17년째 동결로 (학교가 투자를 하지 못해) 실험실 장비가 낙후돼 고철 덩어리가 되어가고, 박봉 처우로 우수한 교수를 뽑지 못해 인재 양성에 차질을 빚고 있다. AI와 반도체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대학 교육의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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