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브로콜리 '씨앗 독립' 20년 외로운 싸움...농가 밭 빌려가며 육종 연구
◇ 육종 포장 없이 농가 밭 빌려 품종 개발
◇ 20년 외로운 싸움 끝 국산종자 토대 마련

국내 브로콜리 주산지인 제주에선 외국산 종자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치열하지만 외로운 육종 전쟁이 이어지고 있씁니다.
제주는 브로콜리 재배면적과 생산량에서 전국의 70%를 차지하는 명실상부한 주산지입니다.
지난 2024년 기준 재배면적 1188헥타르에서 1만1408톤이 생산됐습니다.
하지만 제주 농가가 심는 브로콜리 종자는 거의 외국산입니다.
대부분을 차지하는게 일본 사카다 종묘의 종자입니다.
외국산 브로콜리 종자 점유율은 99%에 이릅니다.
매년 외국산 종자 가격이 오르면서 농가 부담은 늘어납니다.
종자 로얄티가 고스란히 농가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품종 선택권도 제한됐습니다.

제주자치도 농업기술원이 제주산 종자를 만들어보겠다며 2006년 브로콜리 육종 연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시작부터 막막했습니다.
브로콜리 육종 연구를 할 수 있는 계통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육종 시험 재배를 하기 위한 육종 포장도 없었습니다.
농업기술원 연구진은 농가 밭을 빌려 종자 시험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브로콜리 육종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수많은 계통을 교배해 테스트하는 외로운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채소류 신품종 종자는 빨라야 수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 걸려야 제대로 된 품종 하나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브로콜리 육종 연구에 들어간지 10년째가 되던 지난 2016년 첫 제주산 브로콜리 품종 탐라그린이 탄생했습니다.
탐라그린 이후 종자 생산량을 늘린 뉴탐라그린이 개발됐습니다.

이 힘들고 외로운 육종 과정의 중심엔 당시 고순보 농업연구사의 집착에 가까운 집념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제주도 농업기술원 친환경연구과장으로 자리를 옮긴 고순보 과장은 제주의 기후와 시장 변화에 대응한 품종 연구를 계속했습니다.
하지만 외국 품종의 기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았습니다.
농가들이 수년간 재배해온 품종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농가를 설득할 수 있는 육종 연구는 이어졌습니다.
그 결과 2022년 병에 강한 품종 삼다그린을 개발해 품종보호 출원을 했습니다.
삼다그린은 만생종이면서 저온에서 안토시아닌이 나오지 않고 노균병과 검은무늬병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삼다그린은 2024년 제주에서 47헥타르 규모로 보급됐습니다.
외국산 종자가 99%를 차지하던 제주 브로콜리 시장에서 제주산 종자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한 겁니다.

육종연구는 계속됐고, 수확시기가 빠른 조생 브로콜리 품종 육성에 들어갔습니다.
지난해 자체 선발한 3계통을 제주시 애월읍 농가 2곳에서 실증 재배를 했습니다.
2개 계통이 수입산 조생 품종과 수확기는 비슷하면서도 가을장마로 문제가 되는 검은무늬병 발생이 현저히 적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올해 농가 실증재배를 거쳐 가장 우수한 1계통을 최종 선발해 내년 국립종자원에 품종보호 출원을 할 계획입니다.
20년 가까운 고된 육종 과정을 거쳐 제주는 브로콜리 국산 종자 시대를 열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탐라그린, 뉴탐라그린, 삼다그린, 한라그린에 이어 조생종까지 국산 품종 라인업이 갖춰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멉니다.
외국산 종자 점유율은 여전히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농가들이 국산 품종을 선택하게 하려면 외국산보다 나은 경쟁력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종자산업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습니다.
신품종 종자 개발은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려서, 지속적인 에산 지원을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농업연구사들의 쏟아부은 땀과 노력이 있었기에 그나마 제주 종자산업이 버텨내고 있는 겁니다.
씨앗을 잃으면 농업은 사라집니다.
종자 주권이 곧 농업 주권이고 식량 주권인 만큼, 제주 종자산업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요구됩니다.
JIBS 제주방송 강석창(ksc064@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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