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물 들어올 때 노 버린 최강록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척하며 살았다.” 넷플릭스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2’에서 ‘요리괴물’ 이하성과 맞붙은 최강록이 주무기인 조림 대신 깨두부를 넣은 국물을 내며 한 말이다. 그는 “조림 요리를 잘 못하지만 잘하는 척하며 살아 왔다”며 “(이를 숨기려고) 매일 너무 다그치기만 했는데 ‘나를 위한 요리’(결승전 주제)에선 저한테 위로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척하며 사는 건 그에게도 힘들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보고 회전초밥 가게를 차렸는데 사람들이 ‘호텔 출신이냐’ ‘일본에서 배워 왔냐’ 이런 걸 물었다”며 “그때부터 잘 아는 척, 많이 배운 척하면서 살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척하며 살수록 오히려 콤플렉스는 더 커졌다. 그의 솔직한 고백은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
□ 최종 우승한 그가 받을 상금은 3억 원이다. 요리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식당을 꿈꾼다. 그래서 그도 식당을 열 것으로 짐작했다. 그러나 최강록은 ‘파인다이닝(fine dining·고급 식사나 식당)'을 이야기하는 후배들에게 먼저 “네 마음은 파인(fine)하냐”고 되물었다. 파인다이닝의 본질은 외적인 형태나 돈벌이가 아니라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과 자세에 있다는 얘기다.
□ 미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며 유명 요리사가 있는 식당들은 예약도 힘들다. 미쉐린(미슐랭) 가이드 1~3스타 레스토랑의 한 끼 식사는 인당 수십만 원을 호가한다. 120만 원짜리 식사권 사기도 횡행한다.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우승자가 식당을 연다면 돈방석에 앉을 수 있다. 그러나 큰 기대를 안고 찾을 손님들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하는 그의 모습은 작은 울림을 준다.
□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는 게 상식인 세상이다. 특히 지위 높으신 분들이 이를 적극 남용해 물 들어올 때 열심히 노를 젓고 큰 부를 이룬 얘기들이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과 집안의 부를 지키고 더 키우기 위해 권력까지 탐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히려 ‘물 들어올 때 노 버린 최강록’처럼 자신의 것이 아닌 건 탐내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주방을 지키고 계신 전국의 요리사분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일근 수석논설위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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