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광장] 안정은 있지만 도전 부족한 도시, 대구 지역경제를 다시 생각하다

김대식 사단법인 점프 이사 2026. 1. 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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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식 사단법인 점프 이사

대구경북의 지역경제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말이 있다. "크게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게 좋아지지도 않는다"는 평가다. 실제로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기반을 갖고 있다. 교통 인프라는 잘 갖춰져 있고, 교육 여건과 인재 풀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적된 산업 기반 역시 여전히 지역을 지탱하고 있다. 문제는 이 안정이 언제부터인가 도전의 부족으로 읽히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역경제의 정체감은 숫자보다 삶의 장면에서 먼저 드러난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남아 있는 일자리도 미래를 그리기에는 부족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기업 유치와 산업단지 조성 같은 정책은 반복돼 왔지만, "그래서 달라졌는가"라는 질문에는 선뜻 답하기 어렵다. 이는 노력의 부족이라기보다, 접근 방식의 한계에 가깝다.

그동안 대구경북의 지역경제 논의는 일자리의 '양'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춰져 왔다. 기업을 유치하고, 공장을 세우고, 숫자로 성과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물론 이런 노력은 필요했다. 그러나 지금 대구경북이 마주한 과제는 일자리의 숫자보다, 그 일자리가 어떤 산업 구조 위에 놓여 있는가 하는 문제다.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이 지역에서 자신의 다음을 설계하기 어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산업 환경은 이미 빠르게 변하고 있다. AI와 자동화의 확산으로 생산 방식과 고용 구조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이 변화는 특정 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산업의 경쟁 조건을 바꾸는 흐름이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대구경북의 산업 전략과 인재 정책에 충분히 반영되고 있는지다. 과거의 산업 구조에 머문 채 기업 유치만을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청년과 인재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 이제는 어떤 기업을 데려올 것인가보다, 왜 이 지역에 인재가 다시 오고 싶어 하는가를 먼저 묻는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

여기서 대구와 경북을 함께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구는 정주 여건과 생활 인프라, 교육과 인재가 강점인 도시이고, 경북은 산업과 제조, 확장의 공간을 갖고 있다. 두 지역은 이미 생활권과 경제권으로 긴밀히 연결돼 있지만, 전략적으로 역할을 분명히 나누고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시도는 충분하지 않았다. 대구가 '살고 싶은 도시'로 기능하고, 경북이 '일하고 성장하는 산업 공간'으로 작동할 때, 청년과 기업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연결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향후 지역경제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

이 전환은 시장에만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지역의 산업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인재가 머물 수 있는 조건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선택은 결국 리더십의 몫이다. 행정과 공공이 먼저 방향을 제시하고, 민간이 그 방향 위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단기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중장기적인 일관성을 유지하는 정책 운영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경험은 안정의 근거가 되고, 새로운 시도는 활력의 원천이 된다. 베테랑의 판단과 루키의 문제의식이 함께 작동할 때 변화의 가능성은 커진다.

대구경북의 지역경제는 이미 무너진 상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중요한 것은 '다음 선택'이다. 안정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그 안정 위에서 새로운 도전을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다. 선택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문제를 단순화하지 않고 구조적으로 바라볼 때, 해법의 윤곽도 분명해진다.

지역경제를 살리는 일은 특정 산업 하나를 키우는 문제가 아니라, 청년이 다시 돌아오고 인재가 머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그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을 끝까지 책임질 수 있는가. 대구경북의 다음 단계는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시작된다. 필요한 것은 과감한 구호가 아니라, 방향을 정하고 끝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