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플로깅, ‘나만의 해변’ 달리기

'빵빵런'('빵에 진심이지만 살찌기는 싫은 사람들의 마라톤'), '버킷런'(새해 목표를 정하고 달리는 마라톤). 요즘은 저마다 목적을 가진 달리기 열풍이다. 내가 처음 '플로깅'을 들었을 때 해변에서 계단처럼 뛰는 달리기인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튀는 모래는 운동의 모양새와 거리가 멀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나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플로깅은 이삭 등을 줍는 뜻의 스웨덴어 '플로카 우프(Plocka upp)'와 달리기를 뜻하는 영어 '조깅(Jogging)'의 합성어, 달리기를 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환경 정화 운동. 운동으로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적이다. 새말모임에서는 '쓰담달리기'를 '플로깅'의 대체어로 선정했는데, '쓰담'은 '쓰레기 담기'의 줄임말로, '쓰담이'(플로깅 하는 사람)처럼 귀여운 뜻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쓰담이'라니. 쓰레기를 줍는 나의 행동을 누군가 쓰다듬어 주는 기분이 든다. 해양환경공단의 '반려해변'도 비슷한 맥락으로, 특정 해변을 정해 반려동물처럼 보호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이처럼 해양정화의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바다를 인접하고 있는 지자체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손길이 닿지 않아 쓰레기가 쌓이는 지점을 드론 등 첨단기술로 파악할 수도 있고, AI 기반 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이용, 해류의 흐름과 지형을 예측하여 쓰레기를 효율적으로 수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해양쓰레기'를 '해양자원'으로 활용하는 업사이클링(up-cycling)의 경우, 자원의 제조공정 단계에서 품질이 업그레이드 되기도 한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5일 불가사리, 성게 등 극피동물에서 유래한 기능성 섬유 제조기술을 해양신기술로 인증했는데, 내구성, 탈취 기능이 15% 이상 개선되는 효과가 있어 풍부한 해양생물 자원을 보유한 포항에서는 이 기술을 활용할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청정 바다를 유지하려는 노력은 여러 단체, 기관, 사람들로부터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해안으로 떠밀려온 수많은 쓰레기는 내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생수병, 일회용품을 바다가 아파하며 뱉어낸 건지 모른다. 이제, 집게와 쓰레기봉투를 가지고 편한 옷차림에 러닝화를 신고 해변을 찾아보자. 쓰레기봉투가 무거워질수록 바다에 미안함은 줄고, 묵묵히 자리를 지켜준 고마움이 늘어갈 것이다. '또 하나의 가족'이 될 '나만의 반려해변'엔 어떤 다정한 이름을 붙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