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2명의 부, 하위 40억명보다 많다”···‘슈퍼 리치’ 재산 1년 만에 16.2% 급증
“초부유층 축재엔 규제 완화 등 트럼프 정책 영향”
빈곤감소율 제자리···4명 중 1명은 굶주림 시달려

지난해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총재산이 전년보다 15% 이상 늘어난 18조3000억달러(약 2경700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18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19일 개막하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 맞춰 이같은 내용을 담은 연례 불평등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이상의 자산을 가진 ‘슈퍼 리치’(초부유층)의 수는 사상 처음으로 3000명을 넘어섰다. 이들 억만장자의 지난해 재산 증가율은 16.2%로 지난 5년 평균의 3배 수준을 기록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를 비롯한 상위 12명의 자산 합계는 전 세계 하위 50%에 해당하는 40억명의 자산보다 많았다. 머스크는 지난해 10월 세계 최초로 자산이 5000억달러(약 737조5000억원)를 넘는 인물이 됐다. 억만장자들의 자산은 2020년 이후 현재까지 81% 증가했다.
초부유층의 이같은 재산 급증에는 지난해 집권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규제 완화, 법인세 인상에 대한 국제적 합의 약화 등이 최상위 부자들에게 이익을 안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막대한 부가 정치적 영향력 확대로 이어진다는 우려도 나왔다. 머스크의 엑스 인수나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워싱턴포스트 인수 등 거물들의 미디어 장악이 대표적 사례다. 억만장자들의 공직 진출 가능성은 일반 시민에 비해 400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옥스팜은 추산했다.
반면 전 세계 빈곤감소율은 2019년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세계 인구 4명 중 1명은 여전히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불평등이 심각한 국가에서는 법치주의 훼손, 선거 약화 등으로 민주주의가 퇴보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국가 대비 7배 높다고 옥스팜은 지적했다.
보고서는 “슈퍼 리치들은 평생 쓸 수 없을 만큼의 부를 축적했을 뿐만 아니라, 부를 이용해 경제 규칙과 국가 통치 원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드는 정치권력을 확보했다”며 “이러한 힘은 다수의 정치적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사무총장은 “부유층과 나머지 사람들의 격차 확대는 매우 위험하고 지속 불가능한 ‘정치적 적자’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키아라 푸타투로 옥스팜 유럽연합(EU) 조세 자문위원은 유럽 매체 EU옵서버와의 인터뷰에서 “보고서는 우리가 단순히 사치품을 사는 데 쓰는 돈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정치와 선거, 판사까지 매수하고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다보스포럼에 역대 최대 규모의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할 예정이다. 그의 참석 소식에 반발해 약 300명의 시위대가 전날 스위스 다보스에 집결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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