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공백에 임금 체불 1000억 논란까지…흔들리는 IBK기업은행

허인회 기자 2026. 1. 19.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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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직무대행 체제에 주요 일정 무기한 정지
노조, ‘총파업’ 카드까지…차기 행장 어깨만 무거워질 듯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서울 중구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기업은행 제공

IBK기업은행의 수장 공백이 3주 차에 접어들었다. 은행장 임명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가운데 인사, 조직 개편 등 주요 일정이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이에 더해 임금 체불 문제로 노조가 국회 앞 천막농성에 돌입하는 등 내부 혼란도 가중되는 모습이다. 차기 행장 후보를 놓고 하마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인사권을 대통령이 쥐고 있는 터라 '깜깜이 인선' 우려도 키우는 상황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김성태 전 IBK기업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된 가운데 차기 행장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행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연초 정기 인사가 멈춰 섰기 때문이다. 김형일 전무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유지되고 있지만 김인태 혁신금융그룹 부행장의 임기가 지난 17일 종료되며 업무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지난 13일 열린 금융위원회 소속 공공기관 업무보고에는 김 대행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행은 향후 5년간 생산적 금융에 300조원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첨단·혁신산업이나 중소기업 등에 대한 중장기 의사 결정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물론 대형금융지주들이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요구에 발맞춰 투자·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보가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행장 인선은 아직 안갯속이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금융위원회가 은행장을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다. 금융지주처럼 이사회가 후보군을 관리하고 추천하지 않는다. 정부의 의중이 크게 반영되는 자리인 셈이다.

금융권에선 당초 김 전 행장 임기 종료와 맞물려 차기 행장 선임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수장 임명이 제때 이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초 이재명 대통령의 잇단 순방 등 외교 일정에 밀려 인선 작업이 미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 이사장 선임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선 일정이 더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차기 행장 후보군으로 내부 출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모두 내부 출신 행장을 잇달아 선임한 영향이다. 이에 현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형일 전무이사를 비롯해 양춘근 전 IBK연금보험 대표, 장민영 IBK자산운용 대표, 시석중 경기신용보증재단 이사장(전 IBK자산운용 대표) 등이 하마평에 오른다.

외부 인사 발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검찰은 기업은행 전·현직 임직원 10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사기) 등 혐의로 기소했다. 800억원대 부당대출을 승인해 주고 건물에 기업은행을 입점시켜 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다. 금융당국이 내부 통제 실패로 인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인사로 내부 쇄신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2024년 12월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서 노조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총액인건비 제도' 놓고 노사 갈등 심화

이런 가운데 내부 혼란도 커지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지부(기업은행 노동조합)는 지난 16일부터 국회 앞에서 농성을 시작했다. 노조는 공공기관 총액인건비 제도 도입 이후 초과근무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며 금융위 앞에서 시작한 농성을 국회로 옮겨왔다.

총액인건비 제도는 공공기관이 1년에 사용할 인건비의 총액을 정해두고, 그 범위 안에서 인건비를 집행하는 제도다. 공공기관은 정부가 매년 정하는 인상률 상한 이내에서 인건비 예산을 책정해야 한다. 조직 및 정원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합리화를 도모하기 위한 취지지만 인건비 상한선으로 인해 기업은행은 초과 근무시간을 수당이 아닌 휴가로 지급하고 있다.

노조는 휴가가 누적되고 실제로 다 사용하기 어려워 수당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초과 수당 대신 지급된 휴가 중 미사용 일수는 1인당 35일이다. 이를 수당으로 환산하면 1명당 600만원, 기업은행 직원 전체로는 780억원 수준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해당 사안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기업은행의) 임금 체불이 1000억원대라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이라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다"면서 "기존 설명만 반복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방안을 내놓으라"고 지시했다.

사태는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16일 류장희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금융위 앞에서 20일 넘게 천막 농성을 진행했지만 정부로부터 답을 받지 못했다"며 "은행장마저 공석이기에 노사 교섭은 중단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교섭이 여의치 않을 경우 1월 중으로 총파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사안은 장기전으로 흘러갈 양상이다. 현재 정부는 공공기관 총액인건비제로 인한 애로사항 조사를 시작했다. 1월까지 전수조사를 끝내고 제도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당장 노조가 원하는 답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노사 갈등을 봉합하는 것이 차기 행장에게 주어진 첫 번째 숙제"라면서도 "총액인건비 문제는 금융위를 비롯해 정부와 협의해야 하는 사안이라 행장의 권한이 크지 않다는 점은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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