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링 피버', 달달한 로맨스에 주성치가 어른거리는 이유 [드라마 쪼개보기]

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2026. 1. 19.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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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최영균(칼럼니스트)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가운데서도 안방극장에 봄바람을 불러오는 tvN 월화 드라마 '스프링피버'는 달달한 로맨스인데 처음에는 홍콩 희극 배우 주성치가 어른거린다.

'찬바람부는 교사 윤봄(이주빈)의 마음을 불타는 심장을 가진 남자 선재규(안보현)가 녹이는 봄날의 로맨스'라는 설명은 로맨스 코미디물의 전형적인 구도다. 로코이니 웃음 코드가 다소 있을 수 있지만 1회 남자 주인공은 강도 높은 병맛 개그로 정통 코미디물을 능가하는 수준의 강력한 에피소드들을 보여준다.

마치 주성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던 엉뚱하고 과장된 유머, 예측 불가능하고 어이없는 전개 상황이 거듭 된다. 선재규가 자신의 조카가 학생, 윤봄이 교사인 학교에 처음 등장하는 신에서는 멀쩡했던 봄 날씨가 돌변해서 눈 폭풍이 몰아친다. 교무실로 다가오는 한 걸음 한 걸음마다 학교 전체가 울리고 흔들린다.

선재규가 조카 선생님들에게 그간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것들을 강력히 항의해왔다 보니 나타나기만 해도 교무실이 발칵 뒤집히는 상황을 과장해서 묘사한 것. 2~4회에는 이런 개그가 수적으로는 줄어들지만 여전히 선재규는 손으로 차 번쩍번쩍 들어올리기 같은 황당한 에피소드를 이어간다. 

지하철 한 정거장을 발로 뛰어 따라잡는 엉뚱함이나, 선재규가 담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 선수처럼 높이뛰기 배면 자세로 진지하게 넘는 모습들은 영락없는 주성치 영화의 개그 코드들이다. 

초반 부담스러운 선재규에게 윤봄이 전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생님들이 좋은 구경거리가 생겼다며 '팝콘각' 느낌으로 큰 과자봉지를 들고 옆에서 귀를 기울이는 경우는 일본 만화적 설정인데 이 또한 주성치가 즐겨 쓰던 웃음 장치다. 

윤봄이 선생님으로 선재규와의 학부모 상담을 씩씩하게 치르기 위해 상상한 자신의 모습은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큰 화제가 됐던 김주영 쌤을 패러디한 모습이다. 패러디 역시 주성치의 주요 코미디 기법 중 하나다. 

수없이 많은 주성치식 코미디로 폭주하던 드라마는 3,4회를 기점으로 점차 로맨스가 늘어나면서 주성치의 그림자가 옅어지고 '로'와 '코'의 비중이 맞춰져 간다. 윤봄은 서울에서 교사로 잘 나갔고 원래는 밝고 외향적인 성격이었는데 어떤 일을 계기로 지방의 작은 마을로 전근 와 희로애락 없이 무미건조하게 살게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차갑기 그지없다.

사진제공=tvN

하지만 선재규를 만나 원래의 모습으로 조금씩 돌아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선재규도 점점 윤봄에 빠져든다. 경쟁자가 등장하고 사랑의 진척을 주춤하게 만드는 방해물들이 속속 튀어나오면서 '스프링피버'의 코미디는 광란의 주성치식 코미디에서, 오해로 좋은 감정이 엇갈리는 희극적 상황 같은 로코 특유의 잔잔한 코미디로 몸을 낮춘다. 

'스프링 피버'는 시청률(이하 닐슨코리아)이 3회 5.4%를 기록하는 등 성공작으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보이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시청률을 보면 시청자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다는 의미이고 초반 강도 높은 주성치식 개그도 낯설 수 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얘기가 된다. 

안보현과 이주빈의 쎈 코미디와 달달한 로맨스 연기가 모두 자연스럽고, 두 주인공을 떠받치는 조연들의 희극 연기가 매끄럽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일이라 배우들의 공이 제일 커 보인다. 
또한 한국 드라마들이 초반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강력한 장치들을 배치하는 일이 흔해져서이기도 한 것 같다. 

로코여도 '갑툭튀'로 여겨질 수 있는 주성치식 코미디를 시청자들이 무던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모양새다. 말도 안 되게 힘이 쎈 주인공은 과거 '힘쏀여자도봉순'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인공의 초월적인 힘은 극 전반 서사의 근본 뼈대로 작동하고 그 괴력을 기반으로 작품 전체가 판타지화됐다. 

사진='스프링 피버' 방송 영상 캡처

하지만 드라마 초반 임팩트에 무한 고심하는 현 시대의 '스프링 피버'는 주인공의 힘을 초반에만 만화처럼, 주성치 코미디처럼 과장했다가 작품의 드라마적인 흐름이 중요해지는 순간부터는 적당히 치워버린다. 판타지도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일관성이 있어야 된다고 여기던 과거에 비해 강박이 많이 사라지고 유연해진 느낌이다.

이런 경향은 오랜 시간에 걸쳐 많은 것을 길어 써 고갈되고 소진된 한계에 처한 드라마들이 소재나 주제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주성치까지 소환한 듯한 '스프링 피버'가 성공적인 결과로 마치게 된다면 앞으로 드라마 초반은 '갑툭튀'한 듯 보이는 시청자 유인 요소들의 버라이어티한 경연장이 되지 않을까하는 예측이 힘을 얻는 요즘의 드라마 세상이다.  

최영균(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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