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관리하지 않기로 했다… 제주민예총, 송맹석 체제가 던진 첫 질문

제주방송 김지훈 2026. 1. 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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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의 축적 위에 ‘정체성 재정립’ 선언… 예술의 역할을 다시 묻다
제주민예총이 주관한 4·3예술축전 작품. 4·3 예술 실천의 상징적 장면이다. (제주민예총)


제주 예술의 다음 2년은 ‘운영’이 아니라 ‘질문’에서 출발하기로 했습니다.

사단법인 제주민예총은 지난 16일 정기총회에서 송맹석 신임 이사장을 선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신임 이사장 선출을 통해 조직의 방향을 분명히 틀었습니다.

임기 2년이란 의미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선출이 던지는 물음의 크기입니다.

“지금, 제주 예술은 무엇을 해야 할까.”

송맹석 신임 제주민예총 이사장.


■ ‘관리’보다 ‘사유’를 택한 인선

이번 인선은 안정을 전제로 한 교체가 아닙니다.
송맹석 이사장은 탐라미술인협회를 중심으로 제주 4·3미술제에 꾸준히 참여해 왔고, 인권과 환경을 주제로 한 미술 활동을 지속해 왔습니다.

탐라미술인협회 회장과 도립미술관 운영위원을 역임하며 현장과 제도의 경계를 모두 경험해 온 인물입니다.

이는 조직을 유지하는 기술보다, 조직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겠다는 선택에 가깝습니다.

■ “성과를 정리하고, 질문을 갱신한다”

송 이사장은 취임 소감을 통해 제주민예총이 지난 30년간 쌓아온 예술적 성취를 차분히 돌아볼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동시에 변화한 “사회 환경 속에서 예술의 역할과 실천 방식을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짚었습니다.

더불어 “회원 간 소통과 연대를 강화하고, 조직의 방향성을 함께 논의하겠다”는 다짐은 선언에 그치지 않습니다.
과거의 성과를 보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오늘의 요구를 예술 언어로 번역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읽힙니다.

■ 4·3, ‘기억’에서 ‘현재형’으로

제주민예총이 제시한 향후 2년의 기조는 ‘정체성 재정립과 조직 활성화’입니다.

제주 역사와 공동체, 그리고 4·3의 정신을 반복적으로 호출하는 데서 멈추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기념의 언어를 넘어 해석의 언어로, 추모의 형식을 넘어 실천의 방식으로 옮기겠다는 선언입니다.

4·3을 과거의 기억이 아니라 오늘의 질문으로 다시 세우는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지역 예술, 다음 단계는 ‘연결’

최근 예술계의 흐름은 작품에서 관계 중심으로, 전시장에서 사회적 장면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송맹석 체제의 제주민예총은 이런 전환을 조직 차원에서 실험하려 합니다.

내부 소통의 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외부와의 연계를 강화하고, 예술의 실천이 사회적 감수성과 어떻게 맞닿는지를 구체적인 활동으로 증명하겠다는 구상입니다.


■ ‘제주다움’을 다시 묻는다

제주 예술은 늘 질문을 받아왔습니다. 지역성은 무엇이며, 보편성과는 어떻게 만나는가.

이번 인선은 그 질문을 피해 가지 않겠다는 분명한 신호로 읽힙니다.

제주민예총은 앞으로 2년, 축적된 역사 위에 새로운 문장을 얹습니다.

관리의 언어를 넘어 사유의 언어로, 내부 합의를 넘어 사회와의 대화로 나아가는 실험이 시작됐습니다.

질문들이 선언에 머물지 않고 현장의 언어로 구현될 수 있을지,

그리고 그 결과가 제주 예술의 다음 기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이제, 지켜볼 시간입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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