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골프 코스는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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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미술관에 들어설 때 자연스레 목소리를 낮춘다.
많은 골퍼가 코스에 들어서자마자 승부를 준비한다.
코스를 걷는다는 것은 한 편의 전시를 따라가며 작품 앞에서 달라지는 마음의 색을 확인하는 일이다.
미술관에서처럼 골프 코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마음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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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사람들은 미술관에 들어설 때 자연스레 목소리를 낮춘다. 발걸음은 조심스러워지고, 눈은 한 점의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문다. 작품을 평가하려 하기보다 먼저 느끼려 한다. 말로 설명되지 않는 세계와 마주하며 겸손해진다. 그 겸손 속에서 새로운 감각이 열리고, 세계는 비로소 우리에게 다가온다.
골프 코스도 그런 공간이다. 페어웨이는 거대한 캔버스다. 벙커와 러프는 조각의 질감으로 다가온다. 구릉과 바람, 빛이 떨어지는 방향까지 코스 설계자가 그려 놓은 풍경은 하나의 전시물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 앞에서 얼마나 자주 감상자가 되기를 잊는가. 많은 골퍼가 코스에 들어서자마자 승부를 준비한다. 스코어를 앞세우고, 실수와 타수 계산이 마음을 점령한다. 작품을 감상하기 전에 가격표를 들이대듯, 코스를 즐기기도 전에 성적을 재단한다. 그 순간 코스는 전시장이 아니라 전장(戰場)이 된다.
하지만 마음의 각도를 조금만 바꾸면 영화처럼 장면이 달라진다. 티잉 그라운드에 서기 전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이 코스를 정복하러 왔는가, 아니면 이 코스를 만나러 왔는가."
이 질문을 품는 순간 스윙은 공격이 아니라 대화가 된다. 그린 위의 한 줄기 경사에도 설계자의 의도가 숨 쉬고, 공이 멈춘 자리에도 이야기가 깃든다. 미술관에서 한 작품 앞에 머물 듯, 우리는 한 홀이 가진 모든 풍경을 찬찬히 받아들인다.
코스를 감상하는 골퍼는 실수마저도 다르게 본다. 빗나간 샷은 실패가 아니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예상치 못한 바운스는 작가의 숨은 장치처럼 느껴진다. 그 여유 속에서 관절은 풀리고 호흡은 길어지며, 몸은 자연스레 부드러워진다. 스윙은 힘이 아니라 흐름으로 변한다.
골프는 본질적으로 기록의 스포츠가 아니라 감성의 체험이다. 코스를 걷는다는 것은 한 편의 전시를 따라가며 작품 앞에서 달라지는 마음의 색을 확인하는 일이다. 어느 날의 코스는 명상 같은 수묵화이고, 또 다른 날의 코스는 바람이 그린 추상화다. 우리는 그 위를 걸으며 몸으로 그림을 감상하고 발걸음으로 사유를 이어간다.
미술관에서처럼 골프 코스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마음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마음이다. 그때 골프는 비로소 경기가 아니라 깨달음과 감상의 산책이 된다. 홀 하나하나는 숫자가 아니라 작품 한 점이 된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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