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59조 보복관세' 카드로 트럼프에 맞불… 월드컵 보이콧까지
마크롱은 '무역 바주카포' 발동 언급
미국 기업의 EU 진출 제한 가능해져
22일엔 EU 긴급 정상회의 소집
'다보스 포럼 참석' 트럼프와 담판 시도

‘그린란드를 내놓을 때까지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보에 유럽연합(EU)이 930억 유로(약 159조 원) 규모의 보복관세를 검토하며 맞불을 놨다. EU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 일명 ‘무역 바주카포’ 발동은 물론 북중미 월드컵 보이콧까지 거론되고 있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대서양 동맹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는 가운데 EU는 22일(현지시간)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최종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동시에 유럽 정상들은 21, 22일 스위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 포럼)에 참석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담판도 시도한다. 영국과 EU는 보복관세를 검토하면서도 우선 미국과 대화로 해결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마피아식 수법 써”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EU 주요 회원국들이 미국에 930억 유로 규모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거나 미국 기업들의 EU 시장 진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U는 지난해 미국과 무역 협상 과정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보복관세 부과 품목 리스트까지 작성했지만 대서양 동맹 파탄을 막기 위해 유예했다.
그러나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훈련차 그린란드에 소규모 병력을 파견한 영국∙프랑스∙독일 등 8개국에 “다음 달부터 10%, 6월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자 이 카드를 다시 꺼낸 것이다. 한 EU 외교관은 “트럼프가 마피아식 수법을 쓴다면 우리도 보복할 수단이 있다”고 FT에 밝혔다.
이번 사태로 지난해 미국과 EU가 체결한 대미 관세 철폐도 불투명하다. 유럽 의회는 오는 26, 27일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비준을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 나온 것이다. 대부분 유럽산 수입품에 15% 관세를 매기는 대신 유럽에 들어오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선 기존 관세를 없애기로 한 관세 철폐안은 아직 유럽 의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
'무역 바주카포' 발동도 만지작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 주요국 정상들과 접촉하며 ACI 카드를 공개적으로 꺼냈다. ACI는 EU나 회원국을 경제적으로 위협하는 제3국에 △서비스 △외국인 직접 투자 △공공 조달 △지식재산권 등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다. 마음만 먹으면 EU 시장에서 미국 기업의 활동을 제한할 수 있다. 2023년 도입 이후 실제로 시행된 적은 없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도 전날 ACI 발동을 EU 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 다만 EU가 단일대오를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미할 마틴 아일랜드 총리를 비롯한 일부 회원국이 “반강압 수단 발동은 시기상조”라며 신중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북중미 월드컵 보이콧 주장까지 나왔다. 독일 기독민주당(CDU) 소속 유르겐 하르트 의원은 현지 언론 빌트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정신을 차리도록 최후의 수단으로 올해 열리는 월드컵을 보이콧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22일 EU 긴급 정상회의 소집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차 관세 부과 시한(2월 1일)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유럽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이날 EU 대사 회의를 긴급 소집한 EU는 오는 22일엔 EU 정상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영국·프랑스·독일·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네덜란드·덴마크 등 8개국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관세 위협은 대서양을 사이에 둔 양측 관계를 약화하고 악순환할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계속 단결하고 우리 주권을 지키는 데 전념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도 시도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에서 "동맹을 겨냥한 관세 부과는 전적으로 잘못된 일"이라면서도 대미 보복 관세보다는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와 이미 그린란드 관련 관세에 대해 통화했다"고 덧붙였다. 올로프 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도 "우리의 우선순위는 대화이지 확전이 아니다"라며 "미국과의 긴장 고조를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다보스 포럼 참석차 21, 22일 스위스를 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유럽 정상들과 비공개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며 “보복관세 등의 조치는 유럽의 협상력을 높이는 차원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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