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인데 없어서 못 사요”…영하 추위에도 새벽 줄 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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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9시,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정문 앞.
영하의 날씨에도 매장 개점 한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가격 인상 소식이 나오면 문의 전화와 방문이 동시에 늘어난다"며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쳤다는 고객들이 다시 몰린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샤넬의 2000만원 시대를 단순한 가격 인상으로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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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전 9시,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정문 앞. 영하의 날씨에도 매장 개점 한 시간 전부터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두툼한 외투에 장갑을 낀 이들은 휴대전화 화면을 수시로 확인하며 줄을 지켰다. 기다림의 목적지는 하나였다. 샤넬이다.

줄 앞쪽에 서 있던 주부 A씨(36)는 구매를 망설이지 않았다. “싸다고 생각해서 사는 건 아니에요. 오늘이 제일 싸다는 느낌이죠. 안 사면 나중에 더 후회할 것 같아요.”
◆가격 오를수록 더 불붙는 ‘샤테크’ 심리
이번 인상으로 클래식 맥시 핸드백은 1892만원에서 2033만원으로 올랐다. 인상률은 약 7.5%. 중형차 한 대 값에 맞먹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매장 안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했다. 가격을 따지는 목소리보다 “다음 인상은 언제냐”는 질문이 더 많이 들렸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가격 인상 소식이 나오면 문의 전화와 방문이 동시에 늘어난다”며 “망설이다가 타이밍을 놓쳤다는 고객들이 다시 몰린다”고 전했다.
백화점 MD들과 명품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인상을 원가나 환율 문제로만 보지 않는다. 가격 자체를 브랜드의 ‘지위’로 만드는 방식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명품을 소비가 아닌 ‘자산’으로 보는 인식도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탠다. 이른바 ‘샤테크’다. 가격이 오를수록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조급함이 먼저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불황에도 웃는 ‘에루샤’…합산 매출 4조6000억원
경기 둔화 속에서도 명품 시장의 성적표는 정반대다. 이른바 ‘에루샤’로 불리는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합산 약 4조6000억원에 달했다.
샤넬코리아는 1조8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고, 루이비통코리아는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뛰었다. 에르메스 역시 매출과 이익이 나란히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대중 소비는 위축됐지만 상위 고객층의 지출은 거의 흔들리지 않는다”며 “가격이 오를수록 오히려 ‘선별된 소비’라는 인식이 강해진다”고 말했다.
◆“명품은 패션이 아닌 ‘권력’”…샤넬이 만든 공식
최근 발표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평가에서 샤넬은 패션 부문 1위에 올랐다. 연이은 가격 인상이 오히려 희소성과 위상을 강화했다는 평가다.
단골 고객 B씨는 이렇게 말했다. “비싸서 사는 거예요. 누구나 가질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하죠.”
업계에선 샤넬의 2000만원 시대를 단순한 가격 인상으로 보지 않는다. 더 많이 팔기보다는 끝까지 남을 고객을 먼저 골라내는 수순이라는 해석이다. 가격은 장벽이 되고, 그 장벽을 넘은 이들에게는 분명한 우월감이 주어진다.

지금은 “자고 나면 오른다”는 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하지만 그 말이 언제까지 유효할지는, 소비자들 역시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리며 지켜보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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