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살난 '천만영화' 시대…숨통 움켜쥔 괴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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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① 박살난 '천만영화' 시대…숨통 움켜쥔 괴물들 (계속) |
위대한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1891-1937)는 옛것이 죽고 새것이 아직 태어나지 못한 빈자리에 괴물들이 들어선다고 했다.
진공의 암흑 속에 똬리 튼 괴물들은 극심한 혼란 탓에 불거진 불안과 갈등을 먹고 자라는 법이다. 붕괴 직전이라는 지금 한국영화가 처한 현실 역시 그러하리라.
"한국영화 산업에는 늘 위기와 기회가 공존했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30년 넘게 이 일을 해오면서 지금처럼 위축된, 절체절명의 시기는 없었던 것 같아요. 영화인의 한 사람으로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주역으로 손꼽히는 제작사 명필름 심재명 대표 일성이다.
그는 "그럼에도 한국영화는 계속되어야만 한다"고 역설했다. 뚜렷한 산업적 성과 너머, 빛나는 문화유산으로서 한국 영화에 새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당위적 선언이다.
상업영화 평균수익률 '-20%'…BEP 넘긴 작품도 '본전치기'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가 지난달 말 펴낸 '2024년 한국영화 수익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4년 순제작비 30억원 이상으로 제작·개봉한 한국 상업영화 37편의 평균수익률은 -19.27%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손익분기점(BEP)을 넘긴 작품은 고작 8편인데, 이들 작품 평균수익률마저 106.44%에 불과했다. 이익을 낸 소수 작품들 역시 소위 '본전치기'에 머문 셈이다.
그나마 2024년은 '파묘' '범죄도시4' 등 '천만영화'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한국영화 두 편과 752만여 관객을 모은 '베테랑2' 덕에 평균수익률을 끌어올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아직 집계되지 않은 지난해의 경우 '천만영화'가 전무했고, 5백만 관객을 넘긴 작품도 '좀비딸'이 유일했기에 한국 상업영화 평균수익률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부실 영화로 관객 신뢰 잃는 '악순환'…"더 얼어붙을 것"
익명을 원한 영화인 A는 "이름난 배우나 감독이 참여하는 작품 아니면 아예 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로 인해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시나리오가 선택받을 여지는 더욱 좁아지는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영화인 B 역시 "투자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기도 하지만, '이런 영화를 왜 만들었나' 싶을 만큼 부실한 영화들이 시장에 나오면서 관객들 신뢰를 잃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문화평론가 정덕현은 "그동안 한국영화 시장은 대규모로 투자하고 그만큼을 다시 뽑아내는 '천만영화' 시스템으로 돌아갔는데, 지금은 그게 담보가 안 되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융단폭격하듯이 멀티플렉스에서 상영관 수를 한 영화에 몰아 주는 방식도 안 먹힌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이어 "결국 한국영화 위기론의 핵심은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제작 편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는 데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 얼어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韓영화, 회복조차 어려운 절망 단계…긴급처방 절실"
영진위 '2025년도판 한국영화연감'을 보면, 지난 2024년 전 세계 극장 박스오피스 매출은 335억 9900만 달러(45조 8284억원)로 전년 대비 성장률 4.2%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87.2% 수준이다.
반면 같은 해 한국 극장 전체 매출액은 1조 1945억원으로 전년 대비 5.3%(669억원) 줄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7~2019년 전체 매출액 평균인 1조 8282억원과 비교했을 때 65.3% 수준에 불과했다.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최낙용 회장은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 한국영화는 최대 매출·관객수를 찍으면서 정점에 이르렀다"며 "코로나19 변수는 한국영화 성장 이면에 잠재했던 독과점과 같은 내부 모순을 폭발시켜 악순환의 상승작용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상승작용 탓에 지금 한국영화는 위기 단계를 지나 회복조차 어려운 절망적인 상황에 놓였다"며 "이제 한국영화는 긴급처방을 통해 아예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단계에 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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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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