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공장에 들어오는 로봇…정의선엔 ‘실탄’, 노조엔 ‘공포’
노조, ‘고용 안정’ 확보 혈안…“10년 후 노동자 생존 방식 고민할 때”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현대차그룹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등장에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CES 2026'에서 공개한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공장에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피지컬 AI' 시대 개막을 예고하는 동시에 한국 제조업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란 해석이다. '로봇 배치' 성공 여부는 현대차그룹의 승계와도 직결된다. 아틀라스 제조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BD)가 상장될 경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에 필요한 실탄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반면 로봇 배치를 바라보는 노조의 시선에는 불안감이 가득하다. 자동화 전략이 가속화할수록 향후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29만6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던 주가는 1월13일 40만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증권가에선 주가 급등의 촉매로 '로봇'을 꼽는다. 이번 CES에서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미국 자회사 BD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때문이다. CES의 '베스트 로봇'으로 선정된 아틀라스는 56개 자유도(DoF)의 완전 회전 관절 구조를 바탕으로 어깨와 팔, 허리 등을 자유자재로 회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틀라스'로 실탄 확보해 지배구조 바꾸나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목은 자재 취급부터 정밀 조립까지 다양한 작업을 학습할 수 있고,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배터리를 교체한 뒤 즉시 작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쉼 없이 일할 수 있는 산업용 로봇의 미래라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현대차그룹은 양산 로드맵과 배치 계획도 밝혔다. 2028년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우선 투입하고, 2030년까지 연간 3만 대 규모로 생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덩달아 BD의 기업 가치도 상승하고 있다. 이상수·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BD가 경쟁업체 대비 열위에 있다고 평가받아온 분야는 양산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는데, 이 부분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며 "12조~56조원 수준의 기업 가치를 목표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BD의 기업공개(IPO) 이후 적정 가치는 최소 30조원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2021년 현대차그룹이 8억8000만 달러(당시 약 9600억원)를 투입해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BD 지분 80%를 인수할 당시 기업 가치는 1조2000억원이었다.
시장에선 BD가 상장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10대 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지배구조의 핵심 연결고리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 지분율이 지난해 9월말 기준 0.33%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정 회장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고 지배구조 정점에 서기 위해서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정 회장은 다각적으로 자금 창구를 모색했지만 수조원에 달하는 실탄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BD가 상장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BD 인수 당시 정 회장도 사재 2400억원을 들여 지분을 확보했다. 정 회장의 현재 BD 지분은 22.6%로 추정된다. BD 상장 이후 지분 일부를 매각해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6월 현대차그룹이 소프트뱅크의 BD 잔여 지분(10%)을 매입하고 IPO 절차에 착수하면, 내년쯤 BD의 상장이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는 정 회장의 상속 완료 이후 현대제철과 기아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이라며 "자본시장에서 유일하게 인정할 수 있는 적정 가치인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정공법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BD의 IPO 가능성에 대해 "여러 외부 금융투자(FT)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10% 로봇 대체 시 연간 1.7조 손익 개선"
현대차그룹 로봇 사업의 중장기 전략 공개 이후 기업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지만, 노조의 속내는 복잡하다. 아틀라스의 미국 공장 배치가 본격화할 경우 국내 도입도 시기의 문제일 뿐 정해진 수순이기 때문이다.
자동화 설비는 이미 상당 부분 현장에 배치된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현대차 아산공장의 경우 프레스–차체(용접)–도장–의장 등 4단계 제조 공정 중 의장을 제외한 공정의 자동화율은 70%를 넘은 상태다. 손·어깨·팔꿈치 등을 반복 사용하는 의장 공정은 복잡성이 높고 동작의 유연성과 정밀성이 필요해 아직까지 산업용 로봇을 도입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번 CES에서 나타난 아틀라스의 성능을 고려하면 향후 학습을 통해 충분히 도입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다. 비용 측면에서도 로봇 도입은 회사 측 입장에서 이익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주요 상장 계열사 7곳의 인당 평균 인건비는 약 1억3000만원인 반면,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간 유지비는 대당 1400만원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됐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생산직 인력의 10%를 로봇으로 대체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약 1조7000억원의 손익 개선 효과가 발생한다는 계산"이라고 분석했다.
노조 측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노조는 임금 단체협상 과정에서 신사업을 추진할 경우 노조에 의무 통지하는 조항을 단체협약에 넣자고 요구했다. 기아 노조는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를 우려해 'AI 위원회' 구성을 회사 측에 요구하기도 했다. 로봇 등 신기술 도입에 앞서 고용 안정을 위한 안전 장치를 확보하려는 포석인 셈이다.
일자리 축소 우려에 대해 회사 측은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최근 장 부회장은 "단순 반복적이거나 위험한 노동에 대해서는 기피 현상이 있다. 단순히 노동을 대체한다기보다 생산성 있는 로봇을 투입하고 그 로봇과 관련된 새로운 노동이 생겨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자동차과 교수는 "기존 공장에 아틀라스 등 로봇 배치는 노조와의 관계를 고려할 때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광명, 울산 등 현재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에 시범적으로 배치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노조 역시 임금·성과급 인상, 정년 연장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 아니다"며 "제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5년, 10년 후 노동자의 역할과 위치 등 생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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