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 기업 쿠팡의 기적 [편집국장의 편지]

변진경 편집국장 2026. 1. 1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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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17일 쿠팡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쿠팡은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대부분을 한국 내에서 운영하며,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그해 6월 김 의장은 쿠팡 한국 법인 쿠팡㈜ 등기이사와 의장직을 사임했다.

수백억 원 로비의 성과로, 1월13일 미국 하원의회 청문회장에서 쿠팡은 '한국에서 차별받는 미국 기업'으로 여러 차례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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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AP Photo

2019년 7월17일 쿠팡은 이런 문장으로 시작하는 보도자료를 하나 냈다. “쿠팡은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대부분을 한국 내에서 운영하며,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들에게 당부했다. “근거 없는 비난에 현혹되지 마시고 계속 지금처럼 쿠팡을 아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21년 3월11일 쿠팡이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할 때, 김범석 쿠팡 창업자 겸 이사회 의장은 미국 성조기, 태극기, 쿠팡 현수막이 나란히 걸린 거래소 건물을 배경으로 팔짱을 끼고 웃으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그날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김 의장은 “1960년 한국은 1인당 GDP 79달러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지만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체”라며 “한국인들의 창의성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고, 우리가 이런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의 작은 부분이 될 수 있어 너무나 기쁘다”라고 말했다.

2021년 4월2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쿠팡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규제의 대상이 되는 ‘총수’는 김범석 의장 대신 쿠팡 한국 법인으로 정했다. “김범석은 미국 국적자”라는 쿠팡 측 논리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그해 6월 김 의장은 쿠팡 한국 법인 쿠팡㈜ 등기이사와 의장직을 사임했다. 쿠팡 노동자들의 과로사, 물류센터 대형 화재 등이 이어져 기업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질 때였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시기이기도 했다.

2025년 1월21일 국회 청문회에서 쿠팡 과로사 노동자들에 관한 질의가 예정돼 있었을 때, 김범석 의장은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오지 않았다. 그는 그때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러 갔다. 2025년 12월 쿠팡 개인정보 유출 관련 국회 청문회가 열렸을 때도 김범석은 오지 않았다. “김 의장이 오늘 출석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질문에 쿠팡의 외국인 임원은 “Happy to be here(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쁘다)”라고 답했다.

이제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는 건 쿠팡도 굳이 숨기지 않는 사실이다. 쿠팡Inc라는 미국 법인이 한국 법인을 100% 소유하고 있고 이사회 구성원 중 한국인은 없다. 쿠팡의 미국 웹페이지에서 자신을 “미국의 기술 기업”이라 소개한다. 매출은 한국에서 올리지만 로비는 미국 의회에 한다. 수백억 원 로비의 성과로, 1월13일 미국 하원의회 청문회장에서 쿠팡은 ‘한국에서 차별받는 미국 기업’으로 여러 차례 언급됐다. ‘미국 기업(쿠팡) 탄압’을 꼬투리 잡아 한·미 통상 테이블에서 압박을 가하려는 미국 정치인들의 시도도 잦아지고 있다.

쿠팡은 ‘한강의 기적’이 아니었다. 김범석의 권한은 100% 유지시키고 책임은 0%로 만드는 ‘델라웨어 상법의 기적’이 지금의 쿠팡을 만들었다. 이종태 경제국제팀 선임기자가 한국 법인 쿠팡㈜의 10년치 재무제표를 분석해본 결과, 2021년 즈음부터 현금 흐름이 쿠팡㈜에서 미국 모회사 쿠팡Inc로 역류한 사실을 발견했다. 한국에서 번 돈이 미국으로 갔다. 이쯤 되면 쿠팡은 미국 국민과 언론을 상대로 이런 제목으로 보도자료를 한번 낼 법하다. “쿠팡은 자랑스러운 미국 기업입니다.”

 

변진경 편집국장 alm242@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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