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은 왜 이혜훈을 지명했을까

김영화 기자 2026. 1. 19.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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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옹호 이력부터 갑질 논란까지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은 여러 질문을 낳는다. 정의로운 통합을 향한 이재명의 승부수는 묘수가 될까, 패착이 될까.
1월7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시사IN 신선영

“내란 가담자들이 깊이 반성한다면 포용해야 하지만, 숨겨놓고 적당히 넘어갈 수는 없다. 통합과 봉합은 다르다.” 12·3 쿠데타 1년을 맞아 이재명 대통령이 ‘정의로운 통합’을 강조하며 내놓은 말이다. 내란 청산과 국민 통합은 이 대통령이 한결같이 강조해온 원칙이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나온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지명은 그 자체로 논란거리다. 당장 내란을 옹호했던 인물이 국무위원으로서 자격이 있느냐는 반발부터 나왔다. 거기에다 이 후보자의 폭언 이력, 부동산 투기 의혹, 100억원대 재산 증식 과정까지 각종 폭로가 쏟아지며 ‘자질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이재명의 승부수는 묘수가 될까, 패착이 될까.

이혜훈 후보자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 지역에서 국회의원을 3선 한 보수 정치인이다(제17대·18대·20대). 지난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 캠프 정책본부장을 지냈다. 가장 문제가 된 건 지난해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력이다. 당시 이혜훈 전 의원은 “이재명발 탄핵은 불법 탄핵이다. 이렇게 나라를 흔드는 세력이 내란 세력이 아닌가”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 행위이기 때문에 헌법과 법률 위반이 아니다”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그로부터 9개월 후인 지난해 12월30일,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된 그는 취재진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당파성에 매몰돼 사안의 본질과 국가 공동체가 처한 위기의 실체는 놓쳤음을 고백한다.”

이재명 정부와 손잡은 중도·보수 인사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선 기간에 김상욱 의원, 권오을 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캠프에 합류했고 취임 후엔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을 유임시켰다. 능력만 있으면 진영에 관계없이 쓰겠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표방했다. 그러나 이혜훈 전 의원의 경우 현직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서울 중구·성동구 을)이었다는 점에서 그 성격과 상징성이 다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 전 의원을 향해 ‘배신 행위’ ‘부역자’라고 강하게 비난하며 즉각 당에서 제명했다.

내란 청산을 주요 과제로 외쳐온 더불어민주당 내부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다. 송미령 장관의 경우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하긴 했으나 내란에 적극 가담한 행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에 비해 이혜훈 후보자의 내란 옹호 행위는 한층 적극성을 띤다. 민주당 한 초선의원은 “지금까지 했던 말과 행동으로 보면 국무위원으로서 자격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예산편성을 맡은) 기획예산처 장관은 국회의원들도 벌벌 떠는 자리다. ‘윤어게인’을 외쳤던 행위는 헌정 질서 파괴에 동의했던 것이나 다름없는데, 그저 말뿐인 사과로는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그저 자리가 탐나서 기회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본인이 철저히 증명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헌법존중 정부혁신 총괄 TF’를 가동했다.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공무원의 내란 가담 행위를 제보받기 위해서다. 어디까지 내란 가담 행위로 볼 것인지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시 이 대통령은 “신상필벌은 조직 운영의 기본 중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번엔 계엄을 옹호한 인물을 장관급 인사로 기용했다. 민주당 정부의 정체성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명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 후보자의) 내란에 관한 입장은 보고가 다 됐고 본인의 사과 의지를 분명히 확인하고 지명했다. 이 후보자의 지명 자체가 저희로서는 도전이다. 청문회까지 지켜보고 평가를 받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1월5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

일각에서는 ‘공격적 탕평 인사’라는 표현을 쓴다. 그만큼 중도 확장에 정권의 명운을 건 모습이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분석한다. “역대 선거에서 승패를 결정한 요인 중 하나가 중도 확장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가 보기에 문재인 정부의 실책, 그리고 2022년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의 낙선은 모두 중도층을 공략하지 못한 데 있다. 자기들끼리만 권력을 나누면 지지층이 쪼그라들고 결국 권력을 내어줄 가능성이 커진다. 정책으로 승부하든 인물을 끌어오든 ‘51% 다수파’를 만드는 게 선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부터 중도보수론을 꺼내 들었다. 다만 ‘이혜훈 지명’이라는 승부수가 효과를 볼지는 미지수다. “최소한 탄핵을 찬성한 보수 인사 중에서 골랐어야 한다. 그래야 일관성이 유지된다. 지지층을 확장하려는 의도였지만 정무적 기준이 붕괴되면서 결과적으론 ‘본전 혹은 마이너스’가 될 확률이 높다.”

‘이재명 인사 스타일’을 읽는 법

반면 조귀동 민컨설팅 전략실장은 ‘보수정당 주변화 전략’으로서 나쁘지 않은 선택지라고 본다. “민주당의 ‘내란 청산’ 프레임만으론 현실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윤석열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유권자의 정치적 판단을 받도록 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운동장을 폭넓게 쓰면서 국민의힘이 소수 극우세력으로 주변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혜훈 지명 이후 유승민 전 의원도 이재명 정부에서 국무총리직 제안을 받은 바 있다고 밝혔다. “이번 이혜훈 지명 건으로 보수의 지형이 바뀌진 않겠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보수를 조각조각 내서 흡수할 생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건 시범타로 봐야 한다(조귀동).”

정책적으로도 간극이 크다. 긴축론자인 이혜훈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본소득 공약에 대해 ‘포퓰리즘 독재’라고 비판해왔다. 국가의 예산편성을 담당할 신설 부처의 장으로 적절한가 하는 의문이 나온다. 이에 한 친명계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다목적 포석’이라고 짚는다. “예를 들면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강훈식 비서실장을 K방산 특사로 쓴다든지,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안규백 의원)을 임명해 준4군 체제로 해병대를 개편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이혜훈 후보자 지명도 마찬가지다. 국가 재정을 쓰려면 결국 관료들을 눌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배신자’가 필요하다. 우리 쪽 사람을 장관으로 썼는데, 기획예산처에서 대통령이 추진하는 정책에 반발하면 그걸 넘어설 수 있겠나. 그런 차원에서 이혜훈 전 의원은 이 대통령의 의지를 가장 잘 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본다.” 이른바 ‘귀순 용사’가 되었기에 물러섬 없이 대통령 뜻을 관철할 수밖에 없고, 결과적으로 재정 당국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력을 늘린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혜훈 후보자는 1월6일 “지금이야말로 재정이 적극적으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밝히며 기존 긴축재정 입장을 바꿨다.

정작 진짜 위기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 후보가 의원 시절이던 2017년 보좌진 인턴과 통화하며 업무 지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언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 후보자 측은 깊이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사람에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어떤 공직도 맡아서는 안 된다(장철민 의원)”라며 사퇴 요구가 나왔다. 국민의힘에선 대통령실의 인사 검증 실패라며 공세를 펴는 가운데, 민주당은 과거 다섯 번이나 공천을 한 곳이 국민의힘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혜훈 후보자 논란을 적극 감싸기보다는 우선 인사청문회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과거 성소수자 혐오 및 무슬림 혐오 발언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기독교 보수세력을 바탕으로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 목소리를 내온 인물이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와 인권에 반하는 인물이 국가 재정을 담당한다면 예산은 어디에 쓰이겠는가”라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인사 논란에 대해 “잡탕을 만들자는 게 아니라 파란색 중심의 조화로운 오색 빛깔 무지개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이 말하는 ‘정의로운 통합’은 가능한가? 1월19일로 예정된 인사청문회를 예의 주시하는 눈이 늘고 있다.

김영화 기자 young@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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