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압송 이후,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인이 한국에 전한 말

1월5일 ‘트럼프 1년 규탄 국제민중공동행동 조직위원회’가 서울 종로구 미국 대사관 앞에서 개최한 긴급 기자회견에, 나타샤 파리아 페르난데스 주한 베네수엘라 대사 대리가 참석했다. 그는 “이 침략의 목적은 명백하다. 신식민주의 프로젝트를 무력으로 밀어붙이고 베네수엘라의 전략적 자원을 탈취하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주권적 의지를 훼손하려는 것이다”라며 자국 대통령 부부를 압송해간 미국을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볼리바르 공화국은, 헌법에 따른 유일한 대통령은 ‘니콜라스 마두로 모로스’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그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요구합니다.”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모두 같은 마음일까?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한 다음 날인 1월4일, 외신은 미국·스페인·칠레 등지에서 미국의 마두로 대통령 압송 소식에 국기를 흔들며 환호하는 베네수엘라 출신 재외국민들의 모습을 보도했다. 2024년 유엔난민기구(UNHC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이 집권한 이듬해인 2014년부터 약 10년 동안 베네수엘라 국민 약 890만명이 고국을 떠났다. 마두로 정권하의 가혹한 인권탄압과 경제위기 심화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현지 분위기는 어떨까. 김도갑 베네수엘라 한인회장은 1월6일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공습 다음 날 사람들이 집에서 나오지 않고 거리가 한산했다. 슈퍼마켓에서 줄을 서고 사재기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습이 중단된) 현재 긴장감은 있지만 차분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김도갑 회장은 “외신 보도에 나온 마두로 압송에 환호하는 시위대의 모습은 대부분 베네수엘라 현지 거주자가 아닌 해외 난민들이다. 지난 10여 년간 (마두로 정권의 철권통치에) 많은 국민이 조국을 탈출했다. 베네수엘라 사람들은 압송 소식에 기뻐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더라도 환호하는 목소리를 자유롭게 내기 힘들 것이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SNS에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쓴 사람이 잡혀가서 20년 형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2017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증오방지법(Ley contra el Odio)이 통과되었다. 법을 어기면 최소 10년에서 최대 20년 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베네수엘라의 언론인이자 디지털 권리 활동가인 루이스 카를로스 디아스 씨는 〈시사IN〉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마두로가 잡혀간 뒤) 치안은 즉각 악화했다. 하루 만에 언론인 14명이 체포됐고, 수천 명이 길거리에서 불법적으로 붙잡혀 휴대전화와 통신 내용을 검사받았다. 미국의 작전에 찬성하는 메시지가 발견되면 감옥에 보낼 수 있다는 위협도 있었다. 여러 사람이 구금됐고, 일부 외국 언론인들은 추방당했다”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베네수엘라의 독립 언론인이자 정치학자인 토니 프랑히에 마와드 씨는 〈시사IN〉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국내에선 정권의 탄압 때문에 공개적인 축제는 열리지 못했지만, 마두로가 체포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많은 지역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라고 말했다. 루이스 카를로스 디아스 씨 역시 “이번 마두로 압송 소식을 축하하는 것은 (베네수엘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있는 대다수 베네수엘라인이 공유하는 감정이다. 왜냐하면 이는 독재자이자 범죄자였던 마두로의 악순환이 끝났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 인권 교육·행동 프로그램(PROVEA·프로베아), 워싱턴 라틴아메리카 사무소(WOLA) 등 26개 베네수엘라 및 국제 인권단체는 1월4일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의 마두로 압송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들은 “본 성명서에 서명한 인권단체들은 현재 베네수엘라의 정세 속에서 베네수엘라의 재민주화(Redemocratización)를 향한 이행 단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라는 첫 문장으로 성명을 시작했다. 토니 프랑히에 마와드 씨는 “베네수엘라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마두로 정권과 민주적 이행 사이의 중간지점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미국의 압력이 경제회복과 자유선거로 이어진다면,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지가 존중되는 평화로운 해결책을 이끌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의 첫 번째 요구, 정치범 석방
루이스 카를로스 디아스 씨 역시 “만약 미국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체포해 데려갔다면 그것은 폭력적이고 부당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었겠지만, 마두로는 정당한 대통령도 아니었고, 국제적으로 인정받지도 못했다. 그는 여러 번 부정선거를 저질렀고, 권력을 볼모로 잡고 있었으며, 마약 카르텔을 운영한 혐의도 받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이번 ‘축출 작전(Operación de extracción)’은 베네수엘라가 평화로 이행하는 길을 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앞으로도 수십 년 더 정치범, 실종, 고문, 망명이라는 고통 속에 갇혀 살아야 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은 석방되거나 사면되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사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 미국에서의 사법 절차가 끝난 뒤에는, 반인도적 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판단도 받아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카라카스의 봄’을 전망하긴 이르다. “문제는 독재정권, 즉 체제 자체가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것이다(루이스 카를로스 디아스).” 미국에 협조 의지를 강조하며 1월5일 국회에서 임시 대통령으로 선출된 델시 로드리게스 부통령은 “미국에 인질로 잡힌 두 영웅,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피랍에 깊은 고통을 느낀다”라며 마두로를 두둔했다.

베네수엘라 언론인, 학자, 시민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는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첫 단계로 정치범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루이스 카를로스 디아스 씨는 “현재 베네수엘라에는 무고한 언론인, 인권운동가, 정치 활동가, 노동조합원, 간호사, 의사, 대학교수, 학생 등 1000명이 넘는 정치범이 수감되어 있다. 이들 가운데 200명 이상이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어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차비즘(Chavism·차베스주의) 정권은 이들을 죽이거나 감옥에서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토니 프랑히에 마와드 씨는 “정치범 석방과 더불어 자유선거 실시, 국가 민주 기관의 복구, 정권의 탄압 중단, 언론 자유 보장, 그리고 민주적 야권 세력의 복귀를 허용하는 것이 민주주의 발전의 핵심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는 베네수엘라 시민사회 세력 역시 마두로 대통령의 압송이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 있다. 38년 넘게 베네수엘라의 인권침해 상황을 기록해온 비정부기구 프로베아는 1월4일 발표한 독자 성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프로베아는 헌법, 국가의 주권과 국민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은 채 베네수엘라의 앞날을 ‘누가 대신 정해주려는’ 모든 시도를 강하게 비판한다. (…) 베네수엘라가 처한 심각한 위기는 시민의 힘에 기반한 민주적 절차로 풀어야 하며, 그 과정은 피해자들의 진실규명과 책임 추궁, 피해 복구가 중심이 되는 ‘과도기 정의(justicia transicional)’라는 원칙에 따라 설계되어야 한다.”
‘국제법 위반’ 두고 분분한 국제사회
한편 국제사회에서는 국제법을 위반한 이번 미국의 마두로 압송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1월3일(현지 시각)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는 위험한 전례가 될 것”이라며 “국제법 규범이 지켜지지 않은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1월4일(현지 시각) “베네수엘라의 주권과 국민의 뜻이 우선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국제법과 유엔 헌장을 준수해야 한다”라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탈리아는 EU의 성명에는 참여했지만, 총리실에서는 미국의 이번 개입을 두고 ‘다만 마약 밀매를 조장하거나 지원하는 국가 주체가 자국 안보를 위협하는 하이브리드 공격에 대한 방어적 성격의 개입은 정당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 지도자 중에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인사 중 한 명이다. 역시 트럼프와 가까운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재임 중인 헝가리는 EU의 성명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같은 날 일본 외무성은 “일본 정부는 한시라도 빨리 베네수엘라에서 민주주의가 회복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호소해왔다. 또한 일관되게 국제사회에서 국제법 원칙의 존중을 중시해 왔다. 이러한 입장에 기초해 베네수엘라 민주주의 회복, 정세 안정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추진하겠다”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와 달리 러시아·중국은 미국의 행위를 ‘주권 침탈’로 규정하며 강력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일제히 발표했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1월6일 “우리 정부는 역내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해 모든 당사자들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며,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민주주의가 회복되고 대화를 통해 베네수엘라 상황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망한다”라는 성명을 냈다.

루이스 카를로스 디아스 씨는 이번 사태에서 “우리는 베네수엘라에 민주주의를 확립하는 데 협력해준 한국을 높이 평가한다. (…) 한국은 국제기구에서 베네수엘라 민주주의의 대의를 지지해온 동맹이었고,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해왔다”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한국과 반대로 차베스주의 정권하의 베네수엘라는 북한과 상업적·이념적·군사적·억압적 관계를 맺어왔고, 국제기구에서도 북한 독재를 지지해왔다. 우리는 그것이 부끄럽다. 앞으로는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
권은혜 기자 kik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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