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규직 차별’ 단죄한 판결

이종훈 2026. 1. 1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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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 이종훈 변호사(법무법인 시민)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해 남녀의 성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근로기준법 6조) 사업주는 동일한 사업 내의 동일가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8조1항). 노동조합의 조합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종, 종교, 성별, 연령, 신체적 조건, 고용형태, 정당 또는 신분에 의해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9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8조 1항·2항.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1조1항. 우리 헌법이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평등권을 노동관계에 구현하기 위해 노동법 영역에 마련된 규정들이다.

끊임없이 재조직·재생산된 차별에 맞서 평등을 외친 노동자들이 있다. 프리랜서·파견직 등 직접 근로관계를 형성하지 않고 노무를 제공한 간접고용 단계를 지났다. 직접고용을 체결하고서도 기간의 정함이 있는 기간제 근로자 단계를 맞았다. 2년이 지나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관계를 형성한 것으로 간주된 뒤에도, 회사는 '연봉직'이라는 (사규에도 그 의미가 제대로 규정되지 않은) 직분을 부여하며 '호봉직'보다 훨씬 적은 임금만을 지급했고, 상여금·통근수당 등 각종 수당도 지급하지 않았다. 이 모든 차별이 '호봉직'과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부과됐다. 차별받은 이 노동자들은 '호봉직'과의 임금 차액을 불법행위(위법한 차별)에 따른 손해로서 배상하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마침내 승소했다.

이들이 제기한 여러 가지 주장들 중에, 1심 판결(서울서부지법 2020가합42074)은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을 토대로 회사의 차별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전MBC 판결(대법원 2015다254873)과 안동대 판결(대법원 2015두46321)을 통해 확인된, "근로계약상의 근로 내용과는 무관한 다른 사정을 이유로 근로자에 대해 불합리한 차별 대우를 해서는 아니 된다"는 법리를 준거로, 같은 내용의 노동을 제공하게 하면서 근로조건을 차별한 것이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2심 판결(서울고법 2024나2013287)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들의 '연봉직'이라는 고용형태가 '호봉직'과의 관계에서 근로기준법 6조(균등한 처우)가 규정하고 있는 '사회적 신분'에 해당한다고 하며, 동일가치노동을 수행함에도 단지 '연봉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적게 준 것이 근로기준법 6조를 위반한 차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용자가 상고하지 않아 확정된 2심 판결은,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정규직보다 먼, 비정규직보다는 가까운 이른바 '중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명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면서 정규직과의 근로조건의 격차가 줄어들지 못한 채 고착화하고 있다는 문제를 날카롭게 찔렀다. 그러면서 근로기준법 6조에 '고용형태'라는 명시적인 문구가 차별금지 사유로 열거돼 있지 않았다고 하더라도(노조법 9조에는 이 문구가 등장한다), 제정 근로기준법이 '사회적 신분'이라는 다소 추상적이고 개방적인 표현을 사용한 이유가 "사회가 발전함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는 사회적 지위를 이유로 한 다양한 형태의 차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함"이라고 판시했다. 시대의 변화와 (보다 근본적으로는) 사용자들의 각종 편법적 조치로 근로관계에서 다양한 방식의 차별이 등장하더라도, 근로기준법 6조가 이를 모두 단죄하리라. 무기계약직 등 '중규직'의 고용형태는 (기간제근로자·단시간근로자·파견근로자 등과 마찬가지로) 근로기준법 6조의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며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무기계약직의 임금 등을 차별하면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차등 대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으려면 근로의 내용이 실질적으로 달라야 한다.

많은 사용자들이 여러 방식으로 노동자들 상호 간 넘을 수 없는 벽을 만들어 놓고 차별을 도모한다. 단지 차별을 당하는 노동자들에게 드는 임금 등 비용을 절대적으로 감축할 수 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차별의 수혜자가 된 상위 노동자들이 제 발로 나서서 구조적 차별을 옹호하고 이를 공고히 하면서, 사용자는 노동자들을 방패로 삼아 노동자들에 대항할 수 있게 된다. 한편, 차별은 비교대상의 존재를 전제로만 성립하는 개념인데, 사용자의 여러 가지 임의적 인사조치로 비교대상 노동자와의 동질성이 위장되기 쉽기도 하다. 실제 위 사건 사용자는 대전MBC 판결과 안동대 판결이 선고된 직후 인사배치 조정을 통해 같은 직분 노동자들을 한 팀에 몰아넣는 방식으로, '동일가치노동'이라는 현실을 가리고자 했다.

서울고법의 이번 확정판결은, 노동관계에서의 평등권이 사용자의 (차별을 은폐하기 위한) 어떠한 편법적 조치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권리임을 선언했다. 중규직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추가적인 입법 조치 없이 오로지 헌법 11조와 근로기준법 6조에 근거해 단죄할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자신이 노동 현장에서 차별받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직관적 감각은 전적으로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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