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포기하세요” 익명 커뮤니티에 쌓인 젠틀몬스터 노동자의 ‘절망’

젠틀몬스터·탬버린즈 등 글로벌 브랜드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 노동자들이 작성한 기업리뷰를 살펴보니, 이들이 꼽은 회사의 가장 큰 단점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부재'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디자이너 등 전문직을 대상으로 재량근로제를 편법 운영하며 초과근로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본지 2026년 1월5일자 2면 "'주 70시간 켜진 등대' 젠틀몬스터 청년 디자이너 '과로·공짜노동'"기사 참조> 고용노동부는 본지 보도 뒤 6일부터 근로감독을 진행 중이다.
재직자 인증을 거쳐 글을 올릴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에는 "휴일근무를 밥 먹듯 했지만 보상휴가는 없었다" "모든 직군과 부서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의 글이 잇따르고 있어 노동부의 폭넓은 근로감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 나온다.
노동자 5명 중 1명 "워라밸 없어"
"보상은 절대 비밀"… 장시간노동 감내
18일 <매일노동뉴스>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게시된 아이아이컴바인드 기업 리뷰를 분석했다. 2022년부터 2026년 1월까지 4년간 재직자 인증을 거쳐 작성된 283개의 리뷰를 대상으로, 반복 등장하는 키워드를 빈도별로 살펴봤다. 회사 안에 노조가 없고, 평판 조회가 잦은 업계 특성상 노동자들이 실명 인터뷰를 꺼리는 현실을 고려해 재직자 인증 리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단점 항목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는 '워라밸'이었다. 전체 리뷰 중 67회 등장해, 작성자의 23.7%가 워라밸이 없거나 매우 나쁘다고 평가했다. 워라밸은 '야근'으로 표현되기도 했는데, 야근을 단점으로 꼽은 경우도 43회(15.2%)에 달했다. "야근이나 초과근로를 당연하게 여긴다" "야근을 해야 능력 있는 직원으로 인정받는 문화가 있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노동자들은 특히 '보상 부재'를 문제로 지적했다. "야근수당이나 보상체계가 없다"는 리뷰가 반복됐다. 회사는 고정OT를 포함한 포괄임금제로 임금을 지급했는데, 약정한 근로시간을 넘는 휴일·야간근로에도 추가 수당을 지급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지와 인터뷰한 복수의 전·현직 노동자들은 "근로계약서상 주 47.5시간을 넘는 초과근무가 상시적으로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수당이나 대체휴무를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리뷰를 작성한 응답자의 상당수는 "업무강도가 매우 높다" "인생과 건강을 갈아넣는 느낌"이라며 높은 업무강도를 비판했다.

"야근·과로가 능력과 열정으로 포장돼"
노동자들은 야근과 초과근무가 당연시되는 기업문화가 특정 직군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재직자 인증을 거쳐야 글을 작성하고 열람할 수 있는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아이아이컴바인드 게시판을 살펴보면, 한 작성자는 "디자인 외 부서도 전부 야근하는 상황"이라고 적었다.
또 다른 노동자는 "노동부에서 근로감독이 나와도 과연 무엇이 달라질지 모르겠다"며 "대부분 보도가 디자이너 야근에만 집중하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인원이 '등대지기'처럼 상시 대기와 초과근무를 하고 있다는 점도 알려졌으면 한다"고 썼다.
일부 게시글에서는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작성자는 "과로로 직원들이 열댓 명씩 집단으로 쓰러지지 않는 한, 이 회사의 구조는 절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현장의 피로감과 절망감을 드러냈다.
노동부의 이번 근로감독은 재량근로제 운용의 적법성뿐 아니라, 장시간 노동을 '열정'과 '헌신'으로 포장해 온 조직문화 전반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한 노동자는 "휴일 30번을 출근하면 보상휴가는 5일 정도 받은 것 같다. (상사는) 휴일 출근은 모두 우리가 무능력해서 그런 거라고 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부족한 사람들로 팀을 꾸려놓고 급여도 모자라게 주면서 일이 많아 휴일출근하는 것도 노동자 탓을 한다. 부족한 사람들로 팀을 꾸린 관리자들은 책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Copyright © 2026 매일노동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