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고에 놀란 K반도체…“용인 메모리 팹, 美로 옮겨야하나”

이덕주 기자(mrdjlee@mk.co.kr),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6. 1. 19. 06: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러트닉 “미국에 투자 안하면, 반도체 100% 관세”
반도체 공급망 새로 짜는 미국
HBM등 메모리도 美생산 요구
업계 “지방이전 얘기할때 아냐”
삼성·SK, 추가투자 고민중
경기 용인시는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의 기술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경기도, 용인시, SK하이닉스가 공동으로 약 1조원을 투자하는 첨단반도체 테스트베드(미니팹) 구축 사업이 올해 본격 시작된다고 6일 밝혔다. 사진은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2025.1.6 [용인시]
“한가롭게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지방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를 할 때가 아니다. 용인에 짓기로 돼 있는 반도체 팹을 다 미국에 지어야 할 판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의 반도체 관세 100% 발언에 대해 최근 업계에서 나오는 얘기다. 그동안 비용 문제로 미국에 메모리 반도체 팹을 짓는 것은 비현실적이었다. 하지만 관세 100%를 부과받게 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그동안 파운드리에만 집중되던 미국의 팹 건설 요구가 메모리 반도체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짓고 있는 텍사스주 테일러 부지는 용지가 넓어서 여기에 메모리 반도체 팹을 지으라는 요구가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00% 관세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는 미국에서 생산된 마이크론 제품과 경쟁할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 공장의 미국 이전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두 회사는 러트닉 장관의 발언을 예의 주시하며 대응 전략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은 국내에서만 생산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삼성전자가 중국 시안에 낸드 메모리 공장을, SK하이닉스가 중국 우시에 D램 공장을 지은 것이 유일하다. 대만,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에 팹을 짓고 있는 마이크론과 다른 전략이다.

한국의 전략은 전 세계 전자산업 공급망을 고려한 것이다. 현재 글로벌 전자산업은 한국에서 대부분의 메모리 반도체가 생산되고 대만 TSMC에서 첨단 시스템 반도체가 만들어진다. 이 두 가지가 중국, 베트남 등에서 스마트폰, 서버, PC 등 전자제품으로 조립된 후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에 수출되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글로벌 반도체 생산 분업 구조가 미국 정부의 관세와 기술 패권 정책 때문에 뿌리까지 흔들리고 있다.

미국 백악관은 지난 14일 팩트시트를 통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반도체 및 그 파생 제품 수입에 대한 관세를 확대 부과하고 국내 제조업을 장려하기 위해 관세 상쇄 프로그램을 시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국 정부는 전자산업 생태계를 미국 내에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에서 중심이 되는 AI 반도체 생산과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직접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반도체 설계를 비롯한 지식재산권(IP)은 엔비디아, 구글 등 미국 기업이 세계 최강이지만, 이런 반도체와 AI 서버가 미국 밖에서 생산된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미 AI 반도체 공급망은 미국 내로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TSMC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TSMC의 애리조나 팹이 올해 본격 가동되면서 엔비디아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미국 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AI 서버 조립도 폭스콘과 위스트론 등 대표적인 AI 서버 제조업체가 미국에 제조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는 마이크론이 미국 내에서 제조할 예정이다.

이처럼 AI 서버 제조 공급망이 미국 내에 구축되고 외국산 메모리 반도체에 100% 관세가 부과되면 빅테크 기업이 미국에 건설하는 AI 데이터센터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메모리 반도체가 바로 공급된다. 그동안 빅테크 기업에 메모리 반도체와 HBM을 공급해오던 한국 기업의 핵심 시장이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이 반도체 관세를 어떻게 부과할지에 따라 단기적 영향도 클 수 있다. 현재 한국 기업의 반도체는 주로 중국, 대만, 베트남 등으로 수출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수출 비중은 전체 물량의 7.5%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이 반도체뿐만 아니라 그 파생 상품인 AI 서버, 스마트폰, 패키징을 마친 GPU까지 관세 대상을 확대하고 미국산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는 이를 면제하면 한국 메모리 반도체는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향후 한국과 미국 간 ‘반도체 관세 협상’이 중요하다는 설명이 나온다. 대미 자동차 관세 협상에서처럼 디테일에서 승패가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이 이미 짓고 있는 생산시설을 ‘미국 내 투자’로 간주할지가 중요하다. 그래야 TSMC처럼 당장 부과되는 관세를 피할 수 있다.

한미 무역협상 결과 조성된 20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에 한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의 투자가 포함되는지도 중요하다. 이를 활용해야만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 미국에 대한 투자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고 반도체 관세에 따른 타격은 미국 기업이 제일 클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는 설명이 나온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미국 입장에서도 반도체에 대한 무리한 관세가 수요 산업에 부담이 되는 점, 이미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국내 반도체 기업은 국내에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며 “미국과 협상을 지속하되 국내 반도체 투자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전략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