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윤재순, 대기업 임원 자녀 '안보실 꽂기'… 배경엔 전직 검찰총장 있었다
'부정청탁 받고 직무 수행' 인정돼 재판行
청탁한 쪽은 과태료 사안… 수사 사각지대
전 총장 "청탁 아냐"… 특검 처분 안 한 듯

윤재순 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국가안보실 산하 기구에 특정 군 장교가 파견되도록 인사 개입한 배경에 전직 검찰총장의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장교는 건설·부동산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대기업 그룹의 고위 임원 자녀다. 윤 전 비서관은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전직 총장에 대해선 사법처리는 물론 행정처분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청탁받은 이와 달리, 청탁한 것으로 지목된 이는 어떤 처분도 받지 않는 모순이 발생한 셈이다.
18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조은석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윤 전 비서관이 전직 총장 A씨에게 모 그룹 고위 임원 B씨의 자녀인 C 중령 관련 인사 청탁을 받은 정황을 포착했다. 특검은 이후 C 중령 파견 인사가 실제 이뤄진 것을 확인했고, 윤 전 비서관이 '부정 청탁에 따른 직무 수행'을 한 것으로 봐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최종적으론 윤 전 비서관과 당시 안보실 2차장으로 인사에 관여한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 두 사람 모두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를 더해 기소했다. 이들은 이달 22일 공판준비기일을 앞두고 있다.
특검은 이들의 공소장에 C 중령에 대한 인사 청탁 경위가 '지인'에게서 시작됐다고 명시했다. 윤 전 비서관이 2023년 지인으로부터 "C 중령이 육사 출신이 아니어서 진급에서 계속 밀리는데, 대통령실이나 안보실에 가면 진급이 잘될 것 같으니 그쪽에 넣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같은 해 8월 윤 전 비서관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에게 "윗선 부탁이니 C 중령을 안보실에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 C 중령 부친은 대통령과도 친분이 있다"고 전달했고, 임 전 비서관에게 이를 보고받은 임 의원이 "그렇다면 해줘야겠다"며 승낙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임 의원이 안보실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장의 반대에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사를 강행한 정황도 밝혔다. 당초 C 중령은 추천 명단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는데, 파견자 수를 늘려가며 같은 해 11월 센터 정보융합팀 근무자로 최종 선발했다는 것이다. 이를 종합하면 특검이 '지인'으로 구체적인 성명을 적시하지 않았을 뿐, 윤 전 비서관이 안보실에 인사 관련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의 시발점에 A 전 총장이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윤 전 비서관은 과거 부장검사였던 A 전 총장과 함께 일한 인연이 있다.

A 전 총장은 "청탁이 아니었다"고 강하게 부인한다. B씨로부터 청탁 또는 그와 관련한 금품을 받은 적이 일절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오래전 수도권 소재 지청장을 지낼 때 B씨가 관할 지역 범죄예방위원으로 활동했기 때문에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는 설명이다. A 전 총장 측은 본보에 "C 중령이 워낙 외골수라 전방 근무만 하는 것을 지인들이 걱정해왔고, (때마침) 윤 전 비서관과 통화하다 지나가듯이 한 말"이라며 "(A 전 총장뿐 아니라) 여럿이 비슷한 얘기를 (윤 전 비서관 등에게) 이야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특검 또한 A 전 총장에게 진술서를 제출받아 그 경위를 확인했다. 하지만 형사처벌을 전제로 수사하는 특검의 수사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과태료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청탁금지법상 '부정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에 대해선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나, '제3자를 위해 모집·선발·채용·승진·전보 등 공직자 인사 관련 부정청탁을 한 자'에겐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끔 하고 있다.
다만 특검은 A 전 총장에 대해 행정처분 절차를 밟았는지를 두곤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청탁금지법은 신고된 법 위반 사건일 경우 전직 공무원이라 해도 수사기관이 당시 소속기관에 통보, 소속기관장이 과태료 관할 법원에 청탁자를 포함해 후속 조치하도록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그외 사건엔 명시적 규정이 없어 사각지대란 지적이 나온다. 권익위 관계자는 "법이 신고 사안을 전제로 해 인지수사는 통보 의무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며 "향후 감독·수사 기관 등 관련 사건 통보 시 권익위가 과태료 부과 절차를 밟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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