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한국은 못믿어”… 코스피 불장에도 美테크주·ETF 투자

40대 직장인 윤모씨는 지난해 퇴직연금 적립금의 절반은 미국 나스닥100 지수를 따르는 ETF(상장지수펀드)에, 나머지 절반은 구글 관련주를 모아놓은 ETF에 투자했다. 윤씨는 “은퇴 후까지 보면 최근 바짝 오른 한국 주식보다는 역시 세계를 이끄는 미국 테크 주식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이 지난해 미국 주식 최대 순매수국에 오를 정도로 한국인의 해외 투자가 늘어난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AI(인공지능) 산업을 이끄는 미국 기업에 대한 한국 투자자들의 기대감과 함께 장기간 ‘박스피(박스권에 갇힌 코스피)’ 오명을 벗지 못해온 한국 시장에 대한 오랜 불신을 지목했다.

◇중장년 ‘서학개미’도 증가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은 알파벳(구글)으로 20억4532만달러어치를 샀다. 한국인의 순매수 15위권 중엔 알파벳을 포함한 AI·테크주가 5개, 미 주가 지수 ETF 및 가상 자산 관련주가 각각 3개, 매월 혹은 매 분기 배당이 나오는 ETF가 2개 포함됐다. 이윤수 서강대 교수는 “한국인은 새로운 기술에 쉽게 적응하는 편이며 어떤 면에선 삼성전자의 주력 상품인 메모리 반도체보다 일상적으로 쓰는 구글·페이스북 등을 친근히 여긴다”며 “아울러 삼성전자 쏠림이 심한 한국 주식 시장과 달리 골라서 살 수 있는 매력적인 주식이 많다는 점도 미국 시장의 장점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한때 20·30대 청년층이 주류였던 미국 주식 투자에 최근에는 금융 자산이 많고 노후 대비에 관심이 큰 중장년층도 많이 뛰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월까지 60세 이상의 해외 주식 계좌는 80만8785개로 전년보다 21% 급증했고 50대도 198만1945개로 19% 늘었다. 은퇴 후 꼬박꼬박 나오는 현금 흐름을 중요하게 여기는 중장년 투자자들은 미국의 고배당 ETF에 많이 투자하고 있다. 주식 거래 코드 이름을 따서 ‘슈드(SCHD)’란 애칭으로 불리는 ‘슈워브 미국 배당주 ETF’는 ‘배당으로 용돈 버는 ETF’란 입소문이 나면서 지난해 해외 주식 순매수 11위에 올랐다.

◇사야 할 이유 많은 美 주식
사실상 미국 투자인, 한국에 상장된 미국 ETF 투자도 늘고 있다. ETF 정보 사이트 ‘ETF 체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자금 순유입 1·3위는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의 S&P500 ETF로 각각 4조8604억원, 3조1989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는 개인 투자자의 해외 주식 순매수로는 잡히지 않지만, 자산운용사를 통한 개인의 간접적인 미국 투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7~9월) 자산운용사의 외화증권 투자는 전 분기 대비 178억5000만달러 늘어 3429억6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한은은 “대부분이 자산운용사를 통해 개인 투자자가 산 해외 ETF 증가분”이라고 했다.

한국인의 막대한 해외 투자는 올해부터 집행될 정부·대기업의 대미(對美) 투자, 한·미 금리 역전 장기화에 따른 자금 유출 등 다른 변수들과 더불어 원화 환율을 계속 밀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주식시장이 꾸준한 장기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형성되지 않는 한 ‘서학 개미(해외에 투자하는 한국인)의 귀환’이 본격화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한다. 오건영 신한은행 패스파인더단장은 “작년 빼고는 저조했던 한국 주식시장의 기억이 아직 투자자에게 막연한 불안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한은 분석 결과, 지난해 10월 기준 미국 S&P500의 10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11%였고 코스피는 그나마 최근 불장(강세장)으로 많이 올랐는데도 5%에 그쳤다. 2024년 말까지만 해도 미국 수익률은 연평균 9.3%, 한국은 0.3%로 격차가 더 컸다.
한국 가계 자산 중 달러 자산의 비율이 여전히 낮은 편이어서, 추가로 늘어날 여지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한국의 가계 금융 자산 중 해외 비율은 5%대인데 이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라며 “국민연금의 해외 자산은 40%대로,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가계의 해외 투자가 더 증가한다고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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