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보다] 한국형 ‘스페이스X’를 쏴라
지난해 4차 발사까지 성공한 누리호.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을 확보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세계의 우주 기술은 이미 그다음 단계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김승조/서울대 명예교수
“상업 발사가 가능해져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상업 발사가 가능한 로켓을 하려면, 당연히 재사용이 돼야 하고.”
박순영/우주항공청 재사용발사체프로그램장
“소모성(로켓)과 재사용(로켓)은 이제 경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 같고요.”
누리호를 넘어, 이제야 첫발을 떼는 한국형 재사용 발사체 사업.
2032년 첫 발사를 향한 머나먼 여정, 이제 도전이 시작됐습니다.

한 우주 스타트업 업체의 설비공장.
발사를 앞둔 우주 발사체가 보입니다.
이곳에선 정부보다 한발 앞서 재사용 로켓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심수연/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메탄 엔진 기반의 소형 발사체인데 이게 2단형 로켓이거든요. 이 1단에 이 하나가 이 엔진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제 이거 9개를 클러스터링해서 1단이 되고.”
로켓 연료로는 ‘메탄’을 사용합니다.
케로신, 즉 등유를 사용하는 누리호와 다른 점입니다.
정부가 2032년 쏘아 올릴 차세대 발사체도 메탄 로켓입니다.
심수연/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케로신은 등유인데요. 그을음이 굉장히 많이 발생해요. 이 배관들이 되게 작잖아요. 이런 배관에 그을음이 끼게 된단 말이죠. 케로신으로 하게 되면 재사용할 때 그을음을 제거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기는데, 메탄으로 하게 되면 그을음이 없고 재사용에 용이한 거죠.”
로켓 재사용을 위해선 무게를 줄이는 것도 필수입니다.
이 업체는 금속 대신 가벼운 탄소복합체로 연료 탱크를 만들었습니다.
심수연/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이 안에 추진제가 들어가는 건가요?) 여기에 들어갑니다. 보시면 진짜 가벼워요. 그냥 들 수 있어요. (엄청 가벼운데요)”
심수연/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무거워지면 페이로드(탑재물)에서 크게 손해를 보기 때문에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최대한 가볍게 만들어야 하고, 저희가 무게 절감을 가장 많이 하는 게 이 탄소 복합체 탱크입니다.”
엔진 기술 또한 재사용에 맞춰져 있습니다.
발사체가 임무를 마치고 지상에 착륙할 때 속도를 줄이려면 엔진 추력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심수연/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추력 제어, 스로틀링이라고 하는데요. 추력 제어를 100%에서부터 20%까지 낮출 수 있어요. 재사용을 할 때 내려올 때 리엔트리 번(재진입용 점화)을 할 때 불꽃을 키웠다가 줄였다가 이렇게 조절해야 하거든요. 그런 것들을 저희가 이 엔진으로 모두 구현했습니다.”
재사용 발사체는 강력한 추력을 담당하는 1단 로켓과, 탑재체가 실린 2단 로켓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재사용하는 부분은 1단 로켓입니다.

대기권을 벗어난 발사체는 1단과 2단 로켓이 분리됩니다.
1단 로켓은 엔진 재점화와 자세 제어 등의 복잡한 과정을 거쳐 다시 착륙하게 됩니다.
박창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발사체사업단장
“(1단 로켓을) 비행기나 미사일처럼 조종을 해가면서 원하는 지점에 내려오고, 마지막에서는 랜딩 번이라고 해서 최종적으로 속도를 제로로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로켓 업계’가 재사용 기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전 세계 로켓 발사 횟수는 3백20여 회.
재사용 로켓 선두 업체인 미국 스페이스X는 절반 이상을 맡으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누리호의 발사 비용은 kg당 2만 6천 달러, 우리 돈 3천8백만 원 정도가 들어가지만,
스페이스X 팰컨 9은 2천6백 달러로 10분의 1 수준입니다.
박창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발사체사업단장
“기존 발사체는 일회용 한 번 쓰고 버리는 발사체였는데, 지금 외국에서는 1단 로켓을 재사용하는 부분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라는 기업이 이 부분에서 성공하면서 시작됐고, 지금 전 세계 상업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차세대 발사체 변경을 확정했습니다.
누리호 같은 ‘소모형’이 아닌 ‘재사용 발사체’로 방향을 튼 겁니다.

2032년까지 차세대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보내고, 2035년까지 재사용 기술을 완전히 확보하는 계획입니다.
박순영/우주항공청 재사용발사체프로그램장
“‘2030년대 정도에 대비하겠다’라고 하는, 현재 개발하고 있는 발사체 중에서 재사용을 고려하지 않는 발사체는 제가 알기로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존의 소모성 대비해서 비용 경쟁력도 우수하고 또 효과적으로 공급을 많이 늘려줄 수 있고…”

미국의 스타십과 뉴 글렌, 중국의 주취.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메탄’ 엔진이라는 점입니다.
우리도 차세대 발사체의 연료를 ‘케로신’에서 ‘메탄’으로 바꾸기로 한 건, 재사용 효율도 좋지만 더 큰 꿈이 담겨 있습니다.
박창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발사체사업단장
“장기적으로 보면 이제 화성도 가고 이런 걸 생각하고 있는데, 화성에선 메탄을 생산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 기반이 있는데, 케로신은 화성에서 생산하기가 힘들거든요.”

나로호와 누리호가 태어난 우리나라 우주 개발의 산실, 나로우주센터.
박종찬/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도화사업단장
“(이 발사체는 어떤 건가요?) 이건 누리호 인증 모델로 제작된 기체입니다. 인증 모델은 저희가 누리호 발사를 실제로 수행하기 전에 지상에서 필요한 시험들, 누리호 설계가 제대로 됐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목적으로 개발하는 모델인데, 그런 목적으로 개발해서 임무를 완수한 후 현재 대기 상태에 있는 기체입니다. 케로신의 특성상 연소를 하면 저희가 ‘수트(soot)’라고 표현하는 그을음이 남을 수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만약에 케로신 엔진을 갖고 있는 재사용 기체가 복귀하면 재정비 과정을 거쳐서 이런 그을음을 다 제거하고, 그리고 성능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야 재사용을 할 수 있는데, 메탄 엔진은 그런 과정이 없기 때문에 훨씬 재사용성에 있어서 유리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현재 누리호 엔진은 스페이스X의 팰컨 9과 같은 가스 발생기 방식인데, 차세대 발사체에 그대로 적용됩니다.
박종찬/한국항공우주연구원 고도화사업단장
“차세대에 적용될 메탄 엔진은 누리호에 적용된 케로신 오픈 사이클, 가스 발생기 엔진의 대부분 기술을 그대로 적용하되, 설계 개선이 되는 식으로 기술 발전이 이뤄질 예정이고요.”
박순영/우주항공청 재사용발사체프로그램장
“지금 누리호라는 발사체가 있고 네 번, 4차 발사까지 성공적으로 된 그런 기술들이 있고 관련한 연구원들, 산업 생태계가 다 있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기술들을 잘 활용한다면 80~90% 정도의 기술 백그라운드가 있는 상황에서 재사용 발사체를 본격적으로 개발하는 거라고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달 전 누리호 4차 발사가 이뤄진 곳.
높이 45미터의 녹색으로 된 엄빌리칼 타워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김대래/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장
“(누리호 4차 발사가 여기서 있었던 거죠?) 맞습니다. 지금 보시면 4차 발사를 하게 되면 일단 발사체의 후류 때문에 이 바닥이 지금은 새로 도장을 해서 반짝반짝한데, 이 도장이 다 녹게 되고요. 지금 저쪽에 보시면 약간 시커멓게 화염에 그슬린 것들이 발사의 흔적입니다.”
차세대 발사체를 발사하려면 로켓을 쏘아 올릴 ‘집’, 발사대도 뜯어고쳐야 합니다.
재사용 발사체에 맞는 발사대 건설도 미룰 수 없습니다.
김대래/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장
“저 1발사대는 과거에 나로호를 발사했고, 그다음에 누리호 시험발사체를 2018년도에 저기서 발사했고요. 그렇게 사용해 왔는데 저희 나로우주센터가 사실 지금 상당히 포화가 됐습니다. 더 이상 새로운 시설을 지을 데가 없고, 그래서 기존 나로 발사대를 해체하고 그다음에 차세대 발사체에 필요한 설비들을 새로 집어넣어서 저기에 차세대 발사체 발사가 가능한 발사대를 조성할 겁니다.”
7년 안에 세계 수준의 재사용 발사체를 완성해 달까지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인재 확보는 물론 충분한 논의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은 여전합니다.
이훈기/국회의원
“지금 재사용 발사체 사업을 일단 시작해서 추진하고 세계적 추세가 그러니까 하는데, 과연 우리 우주항공청의 수준이나 역량으로 이걸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의문이 들어요.”
윤영빈/우주항공청장
“22년에 예타를 통과한 차세대 발사체가 사실은 일회성·소모성 발사체로 구성돼 있었는데, 기본적으로 소모성 발사체는 전 세계의 트렌드로 봐서는 가격 경쟁 면에서는 쫓아갈 수가 없습니다.”
미국은 이미 시장을 장악했고, 중국은 올해 안에 재사용 로켓 개발 성공이 유력합니다.
우리는 이제야 출발선에 섰습니다.
박창수/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발사체사업단장
“중국 발사체가 전부 ‘스페이스X 팰컨 9’과 거의 유사한 형상으로 여러 개의 회사에서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중국의 발사체 중 하나가 성공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2035년, 2천6백조 원으로 추정되는 우주산업 시대.
재사용 발사체는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입니다.
김승조/서울대 명예교수
“이제는 경쟁력 있는 로켓으로 가야 된다. 경쟁력은 무엇이냐 하면 상업 발사가 가능해져야 한다는 거죠. 그래서 상업 발사 가능한 로켓을 하려면 당연히 재사용돼야 하고, 방금 말씀대로 단도 대부분 로켓처럼 이단으로 줄어들어야 하고, 그다음에 그 재사용도 가능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국내 한 대학교에서 2년 동안 개발한 메탄 발사체입니다.
이형진/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여기는 메탄가스이고 여기는 액체 산소입니다. 메탄가스하고 액체 산소가 이렇게 공급돼서 여기에 엔진으로 내려오는 겁니다. 엔진 쪽으로 여기가 연소기고, 여기서 연소가 일어나고 여기가 노즐입니다. 여기서 추력이 발생되는 겁니다.”
재사용 발사체 기술 검증을 위한 발사를 앞둔 상황.
이형진/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재사용 발사체가 위에 발사해서 올라갔다가 일부를 회수하게 되잖아요. 회수하게 될 때 가장 마지막 단계에 지상에서 내려오는 그 단계를 우리가 소프트랜딩, 연착륙이라고 표현합니다. 그 연착륙 시연체를 개발하고 있는 과정입니다.”
그런데 정작 발사할 장소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형진/인하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현실적으로 공역 구간을 사용하려면 일반적인 비행기가 날아다니지 않는 영역을 찾아야 하는데, 우리나라에 그런 영역이 잘 없어요. 말 그대로 공역을 찾는 것 자체가 되게 어렵고, 이런 발사를 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대학 연구실 수준에서 학생들과 같이 발사해 보려는 이런 시도에 대한 규정이나 법규조차 없습니다.”
민간 기업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발사장이 마땅치 않아 해상으로 나갔지만, 거친 파도에 발사장이 좌초되는 사고도 겪었습니다.
심수연/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부사장
“해상 발사 플랫폼을 저희가 직접 건조해서 바지선 기반의 플랫폼 위에 격납고와 발사대를 모두 구축했는데, 2023년 연말에 풍랑으로 해상 발사장이 좌초되면서 발사 캠페인을 접었습니다. 이후 대응하느라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만약 민간 전용 발사장이 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될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정부는 민간 전용 발사장을 짓고 있지만, 완공은 2030년은 돼야 합니다.
김대래/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우주센터장
“2단계 공사를 2030년 말까지 하는 계획으로 진행 중인데, 현재는 기반시설 부지를 중심으로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다만 빠져 있는 게 추적 장비입니다. 추가적인 추적 장비를 갖다 놓을 계획인데, 지금 정부에 예산을 신청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재사용 발사체 시장을 우리나라가 선도할 기회는 있었습니다.
20년 전, 국내 한 벤처기업이 재사용을 위한 ‘메탄 엔진’ 개발에 성공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재사용 로켓을 성공시키기 무려 9년 전의 일입니다.
김경호/DARMA 대표(전 씨앤스페이스 대표)
“메탄 엔진을 선택했던 가장 큰 이유는 앞으로 21세기에 어떤 로켓 엔진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판단이었습니다. 기존의 케로신 엔진으로 갈 건지, 아니면 앞으로 화성도 가고 목성도 갈 텐데 그때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메탄으로 가는 게 맞는지 고민했고, 그 결론이 ‘메탄’이었습니다.”
해외에서는 기술력을 알아보고 연락이 잇따랐지만, 정작 국내에선 ‘시기상조’라며 외면받았습니다.
결국 이 ‘한국판 스페이스X’는 흐지부지되고 말았습니다.
김경호/DARMA 대표(전 씨앤스페이스 대표)
“당시에 일본 우주청 담당자가 저희 회사, 그때 8명밖에 안 되던 작은 회사에 직접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미국 공군연구소에서도 미팅을 하자고 초대를 했었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민간이 로켓 개발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정부는 재사용 발사체 개발 사업비로 2조 2천9백여억 원을 확정했습니다.
뒤늦게 뛰어든 만큼 시행착오가 잇따르고, 비용도 더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5대 우주 강국이 되기 위해선 재사용 발사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습니다.
박순영/우주항공청 재사용발사체프로그램장
“재사용 발사체는 우주 수백 킬로미터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5미터 반경의 원 안에 착륙을 성공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미션입니다. 그런데 이 어려운 미션을 어렵다고 도전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도전을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실패를 통해 경험을 쌓고 그 경험을 다시 수정해 나가면서 성장이 이뤄진다고 생각합니다.”
2032년, 대한민국의 재사용 발사체가 우주를 향해 날아오르는 날.
그때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겁니다.
#재사용발사체 #우주항공청 #항공우주연구원 #누리호 #메탄 #스페이스X #팰컨9 #우주 #로켓 #나로우주센터
촬영:조선기 설태훈 강우용
편집:이기승
그래픽:장수현
리서처:홍민지
조연출:이민철 엄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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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기자 (arg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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