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비교·노출 시대, 진정한 ‘나’를 향한 메시지

안현 2026. 1. 1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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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국립청년극단의 연극 '미녀와 야수'가 16·17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관객과 만났다.

미녀 '벨'(황혜원 역)에게서는 한국 드라마 속 'K-여주' 같은 친숙함도 묻어나왔다.

씩씩하고 솔직하지만 어디든 적응해 나가며, 날카롭게 닫혀 있던 야수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감정선은 관객에게 편안한 설득력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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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모두 모양이 다르고, 저마다 향이 있다”
프랑스 작가 드 빌레느브 원작 바탕
황정은 극작가·이대웅 연출가 참여
야수, 관계 두려워하는 청년 모습 투영
투명 천 활용 장면 ‘공간 신비감’ 부여
국립청년극단 ‘미녀와 야수’
▲ 국립청년극단이 선보인 연극 ‘미녀와 야수’가 16~17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관객과 만났다.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국립청년극단의 연극 ‘미녀와 야수’가 16·17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 관객과 만났다. 작품은 디즈니식 각색이 아닌, 1740년 프랑스 작가 드 빌레느브의 원작을 바탕으로 황정은 극작가가 각색, 이대웅 연출가가 연출했으며 요정의 세계와 신분의 비밀, 변화와 화해의 여정을 무대 언어로 풀어냈다.

아름다운 왕자를 탐한 ‘메가이라’의 질투와 욕망이 저주를 부르고, 왕자(김재형 역)는 장미덩쿨에 쌓인 야수가 된다. ‘진정한 사랑’만이 저주를 풀 수 있다는 조건 속에서 벨과 야수는 서로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향해 다가간다. 판타지의 외피를 썼지만, 아름다움에 끌리고, 아름다움을 탐하고, 아름답지 못한 것을 거부하는 감정의 메커니즘은 현실적이다. 거절과 거부에 익숙해져 성 안에 틀어박힌 야수의 모습은 상처를 숨긴 채 관계를 두려워하는 오늘날 청년들의 모습과도 겹쳐 보인다.

‘동화적 이미지’에 머물지 않고 이를 연극적 문법으로 확장하는 방식에서 강점이 드러났다. 극 초반 요정들이 서사를 풀어가는 오순도순한 장면은 현실에서 판타지로 관객을 자연스럽게 이끈다. 특히 투명한 천을 활용한 장면 구성은 크지 않은 소품만으로도 공간에 신비감을 부여해 작품이 가진 세계관을 부드럽게 열어젖힌다.

흐름을 단숨에 끌어올리는 것은 메가이라 역 배우의 존재감이다. 주변을 질투하고 자리를 탐내는 욕망을 단순한 악의로 밀어붙이지 않고, ‘욕망에 충실한 만큼 적극적이고 처절한 인물’로 설득력 있게 구축한다. 메가이라의 리드미컬한 연기는, 작품이 단순한 권선징악이 아니라 감정의 구조를 따라가는 이야기임을 분명히 한다.

무대 위 장면 전환도 인상적이다. 소품을 활용해 산과 계곡을 넘고 벨을 옮기는 과정, 성에 도착하는 순간들이 ‘공간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처럼’ 이어진다. 동선은 흐트러짐이 없었고, 움직임은 매끄러웠다. 부드러운 완성도가 반복된 연습의 밀도를 그대로 드러냈다. 개별 배우만이 앞장서기보다, 장면마다 필요한 에너지가 정확히 배치되며 무대 전체의 앙상블이 균형 있게 살아났다.

정서적 중심에는 장미가 있다. ‘야수’가 ‘장미나무’가 되는 설정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정서와 시간, 기억과 욕망을 응축한 상징이다. “사랑한다면 꺾거나 만지지 않고 물을 주어야 한다”는 문장은 장미와 덩쿨로 뒤덮인 야수의 몸을 통해 구체화된다.

곳곳에 배치된 청년 특유의 유머감각도 공연의 결을 밝혔다. 코미디 요소에 노래와 동작이 어우러지며 가족극으로서의 친화력을 확보하고, 청년 단원들의 힘찬 움직임이 무대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미녀 ‘벨’(황혜원 역)에게서는 한국 드라마 속 ‘K-여주’ 같은 친숙함도 묻어나왔다. 씩씩하고 솔직하지만 어디든 적응해 나가며, 날카롭게 닫혀 있던 야수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감정선은 관객에게 편안한 설득력을 제공했다.

후반부 “꽃은 모두 모양이 다르고, 저마다 향이 있다”는 대사는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비교와 노출 속에서 ‘보이는 것’에 익숙해진 시대일수록, 존재만으로 아름답다는 말이 더 깊이 와닿았다.

한편, 국립청년극단은 청년 연극인의 공공 무대 참여 기회를 넓히고 안정적 창작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2025년 원주를 활동 거점으로 구성됐다. 이번 ‘미녀와 야수’는 원주·춘천·삼척·강릉·횡성·속초 등에서 총 17회 순회공연으로 진행된다. 다음 순회 공연은 23·24일 삼척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다. 안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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