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대박이라지만…외국인 고객들 “브랜드 이름은 몰라요”

신수현 기자(soo1@mk.co.kr) 2026. 1. 18.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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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한국에 가면 꼭 올리브영에 들러서 한국 화장품(K뷰티)을 사야 한다고 친구들이 조언해줘서 왔어요.” 최근 서울 성동구 ‘올리브영 N 성수’에서 만난 60대 일본인 여성과 두 딸은 “한국 화장품이 일본에서 큰 인기”라고 말했다. 마스크팩과 기초화장품을 사겠다는 그들에게 익숙한 한국 브랜드가 있냐고 묻자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CJ올리브영이 운영하는 매장 올리브영이 외국인들에게 필수 관광 명소가 되고 미국·일본·동남아시아 등에서 한국 화장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가는 등 K컬처 붐을 타고 K뷰티도 전성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K컬처에 기댄 K뷰티의 인기에 대해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K붐’에 기대 특정 제품·매장의 인기는 높지만, 정작 뷰티 브랜드 영향력은 약하다는 점이 지적된다. 이와 함께 중저가 위주로 우후죽순 늘어난 K뷰티 기업끼리 출혈·베끼기 경쟁을 벌여 제품 수명이 길지 않다는 것도 걱정을 자아낸다.

18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2022년 80억달러에서 2025년 114억달러로 3년 만에 42%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캐럴라인 레빗 미국 백악관 대변인 등 유명인들이 한국을 찾았을 때 올리브영에서 구입한 한국 화장품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랑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 됐다.

삼정KPMG의 분석에 따르면 매출 1000억원(개별 재무제표 기준)을 기록한 국내 화장품 기업(화장품 제조업 등록 기준)은 2023년 29개에서 2024년 36개로 늘어난 데 이어 작년에는 42개 이상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매출이 1000억원 이상인 뷰티 기업 숫자가 2년 새 44% 이상 늘어난 셈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K뷰티 붐의 한계에도 주목한다. 가장 큰 그늘은 ‘K만 있고 브랜드 없다’는 점이다. 많은 해외 소비자가 K팝·드라마 등의 영향으로 ‘한국산’이라는 것을 보고 K뷰티를 구매하는데, 정작 개별 브랜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는 K컬처의 붐이 꺼졌을 때 K뷰티도 같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매일경제가 주요 뷰티 기업 대표 8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브랜드력 부족’을 가장 큰 약점으로 꼽았다. 이승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는 “제품력은 강하지만 브랜드 가치·충성도는 아직 낮다”고 설명했다.

천주혁 구다이글로벌 대표는 “K뷰티가 지금처럼 여러 국가에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K뷰티 흥행에 앞서 한국 가요(K팝) 등 한국 문화가 먼저 성공하면서 자연스럽게 화장품으로까지 연결된 데 있다”고 말했다.

최근 3~4년 새 해외에서 K뷰티 신드롬을 일으킨 주역들은 특정 성분(진정·미백 등)이나 특정 제품들이다. 브랜드 전체가 아닌 단일 히트 상품으로 이른바 ‘대박’을 터뜨린 셈이다. 프랑스 샤넬·로레알, 미국 에스티로더 등 해외 유명 브랜드처럼 수십 년 동안 브랜드 철학과 정체성을 유지하며 두터운 ‘팬덤’을 형성한 브랜드가 한국에는 드물다. 브랜드의 힘이 약하다 보니 유행이 지나면 매출이 떨어지는 ‘반짝 흥행’에 그칠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K뷰티는 가성비’라는 저렴한 제품 이미지도 한계점이다. K뷰티가 호황기를 누리면서 너도나도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과도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에도 시선이 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화장품 책임판매 업체는 2019년 1만5707개에서 2024년 2만7932개로 약 2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화장품 제조 업체 역시 2019년 2911개에서 2024년 4439개로 1.5배 늘었다.

조인제 하이네이처 대표는 “해외에서도 글로벌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 업체끼리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특정 제품이 인기를 끌면 곧바로 비슷한 제품이 출시되는 카피 현상도 K뷰티 신드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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