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사상 전반적으로 ‘붕괴’…이란 이슬람 정권 껍데기만 남았다”

이란 당국의 검열과 영화 제작 금지 속에서도 작품 활동을 이어온 자파르 파나히(66·사진)가 “이슬람 정권은 사실상 붕괴했다”고 말했다. 이란을 대표하는 반체제 영화감독인 그는 현 정권이 정치·경제·사상 전반에서 기능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파나히 감독은 16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인터뷰에서 “내 생각에 이 정권은 이미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측면에서 무너졌다”며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사상적으로, 심지어는 환경적 측면에서까지 무너져 내렸고, 남아 있는 것은 껍데기뿐”이라고 말했다.
이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서는 “이번에 일어나는 일은 (과거와는) 상당히 다르다”며 “이 정권이 얼마나 오래갈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권 붕괴 이후 이란의 미래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신의 영화 <그저 사고였을 뿐>이 “(이슬람) 정권 이후의 상황을 생각하며 만든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과거 자신을 심문했던 것으로 보이는 인물을 납치한 죄수의 이야기로, 복수와 용서 사이에서의 딜레마는 정권 이후 이란이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상징한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이나 소련 붕괴 이후 기득권 협력자들이 본보기로 처벌받았던 사례를 언급하며 “그런 일이 내 나라에서도 벌어질지, 아니면 우리가 좀 더 이성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지 계속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9년 이란 대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에 항의하는 ‘녹색 운동’ 시위를 지지하고 이 시위를 다룬 영화를 제작하려 했다는 혐의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파나히 감독은 “죄수들은 심문관들을 용서한 게 아니고, 단지 그들의 인간적인 양심이 승리했던 것”이라며 “그런 양심이 죽는다면 인간도 죽는다”고 말했다.
파나히 감독은 2010년 징역 6년과 20년간의 제작·출국 금지 선고 이후 가택 연금과 재구금, 단식 투쟁을 반복하면서도 영화 제작을 지속해 왔다.
그는 2000년 베니스 황금사자상과 2015년 베를린 황금곰상 수상에 이어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올해 칸 황금종려상까지 거머쥐었다. 이란 법원은 최근 파나히 감독에게 ‘선전 활동’ 혐의로 궐석재판 끝에 징역 1년과 출국 금지 2년을 선고했다. 현재 미국에 체류 중인 그는 시상식 시즌이 끝나면 이란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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