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깨서 주식 투자합니다”…하루에만 15조원 빠져나가기도

한재범 기자(jbhan@mk.co.kr),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6. 1. 1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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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요구불 보름만 30조 이탈
정기예금마저 작년 말부터 급감
수익률 좋은 증시·IMA 등으로
은행서 추가 자금 이탈 가능성도
연초 채권금리하락에 예금이자 뚝
“반등해도 증시 수익률 못미쳐”
은행에서 연초부터 자금이 대규모로 이탈하는 등 새해 들어 ‘머니무브’ 현상이 더 강화되고 있다. 은행의 대기성 자금 성격을 가지고 있는 요구불예금과 수시입출금식예금(MMDA)에서 새해 들어 보름 만에 30조원 넘는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그나마 버텨주던 정기예금마저 작년 말 32조원이 이탈한 후 올해도 보름 만에 6000억원 넘게 줄어들었다. 돈이 은행에서 증시로 이동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동 금액도 기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며 은행 자금의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과 MMDA 잔액은 지난달 말 674조84억원에서 이달 15일 643조5997억원까지 떨어졌다. 보름 만에 30조4087억원이 감소했다.

하루 만에 수십조 원씩 빠지고, 수조 원이 들어오는 등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일자별 자금 이동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첫 영업일인 지난 2일에 15조5000억원가량이 이탈했고, 다음 영업일인 5일에도 10조5000억원이 추가로 빠져나가면서 2영업일 만에 26조원이 다른 투자처를 찾아 이동했다. 이후에도 조 단위 이동은 계속됐고, 13일에도 하루 만에 9조2000억원이 줄었는데, 그다음 날인 14일엔 다시 7조7000억원가량이 들어온 상황이다. 은행 입장에선 주요 자금 조달 창구인 요구불예금과 MMDA가 크게 출렁이면서 조달 안정성 측면에서 고민이 커지고 있다.,

요구불예금과 함께 은행 조달의 핵심으로 꼽히는 정기예금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2024년 말 926조7013억원이던 정기예금 잔액은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부침은 있어도 꾸준히 증가하며 971조9897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코스피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국내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연말 대규모 정기예금 해약이 이뤄졌다. 이에 작년 12월 한 달 동안 정기예금 잔액은 32조7034억원이 줄었다. 올해도 보름 만에 6000억원 넘게 감소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계절적으로 12월에는 기업들이 결산과 상여금 지급을 앞두고 요구불예금을 인출하고, 1월에는 그 자금이 개인에게 이전되는 구조”라며 “현재 개인들이 상여금이나 급여로 받은 돈을 예금에 두지 않고 바로 다른 자산으로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은행에서 이탈한 자금이 증시와 증권사의 종합투자계좌(IMA) 등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매일경제가 작년 하반기(7월 1일~12월 31일) 코스피 시장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에 14조원 넘는 자금이 추가로 증시에 순유입됐다. 올해 들어서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이 순유입으로 잡히고 있다.

증권사 IMA 돌풍도 한몫하고 있다. 증권사가 원금을 지급보증하면서 은행 예금보다 높은 연 4%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IMA는 출시되자마자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1호 상품의 1조원 완판에 이어 이달 16일부터 2호(1조원 규모) IMA 상품을 모집하고 있다. 이 밖에 늘어난 발행어음 사업자들도 공격적으로 상품을 출시하면서 은행 예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코스피가 5000을 향해가면서 증시에 대한 기대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해 7월 코스피는 한 달 만에 5.66% 상승했고, 8월에는 1.83% 소폭 하락했지만 9월(7.49%)과 10월(19.94%)에 다시 강한 반등이 나타났다. 11월에는 4.40% 하락하며 조정을 받았으나, 12월에 7.34% 오르며 연말을 강세로 마무리했다.

이에 증시 진입을 노리는 대기자금이 사상 최대다. 주식을 사기 위해 계좌에 넣어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8일 92조8537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90조원의 벽’을 뚫었다. 불과 1년 전 50조원 안팎이던 것에서 2배 가까이 폭증했다. 언제든 증시에 뛰어들 수 있는 ‘실탄’ 성격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액 또한 지속적으로 늘면서 최근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했다. 증시 주변에만 약 200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유동성이 장전된 셈이다.

반면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내리막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7~10월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연 2.51~2.58% 수준에 그쳤다. 11월 들어 채권 금리 상승으로 2.85%까지 오르긴 했지만, 하반기 주식시장 월간 수익률과 비교하면 격차는 여전하다. 올해 들어서는 그마저 은행들이 추가로 정기예금 금리를 낮추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과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의 작년 11월 말 12개월 만기 금리는 2.85%였지만, 이달 16일 기준 일제히 2.8%로 떨어졌다. 연초 은행채 금리 하락에 따라 대체 조달 수단 격인 정기예금 금리도 내려 보조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한재범·박인혜·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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