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통합론 재점화, 기대반 우려반

김창원 기자 2026. 1. 18.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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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조 파격혜택에 다시 수면 위로
전문가들 지역발전 기회 환영 속
제도적 뒷받침 등 부족 신중론도
정치권·시민 사회도 엇갈린 반응
▲ 김민석 국무총리가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행정통합 인센티브와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광역 지방정부 간 행정통합을 추진할 경우 최대 20조 원 규모의 재정 지원을 포함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면서 그동안 장기과제로 밀려났던 대구·경북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통합 논의를 시작했던 대구·경북이 이번 기회를 살릴 경우 지역 발전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제도적 담보와 재정의 실효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또 하나의 선언에 그칠 수 있다는 신중론도 동시에 제기된다.

대구 지역 전문가들은 정부 발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속도와 방향 모두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권오상 경북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 발표는 행정통합을 다시 논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인센티브의 실체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재정 지원의 성격과 지속 가능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한 판단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광역 통합은 결국 시·도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인 만큼 주민투표 등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도 "대전·충남은 이미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되는 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며 "대구·경북 역시 위기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정부 발표는 중앙집권적 국가 운영 구조가 지방분권으로 전환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지난 2024년 말 대구경북 통합 동의안이 대구시의회를 통과한 점을 감안하면 제도적 기반은 이미 일정 부분 마련돼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재정 지원 방식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하 교수는 "연간 5조 원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지방교부세나 국세 이양이 아닌 국고보조금이나 균형발전특별회계 형태라면 지방비 매칭 부담과 사용처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국가 재정 여건상 정부의 약속이 실제로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행될 수 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행정통합 이후 지역 내 권한 구조 변화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하 교수는 "광역 단위 행정통합이 이뤄질 경우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단체장이 등장할 수 있다"며 "의회와 시민사회가 약화되는 방향으로 흐르지 않도록 제도적 견제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대안으로는 의회의 권한 강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 등 내부 통제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가장 먼저 반응을 나타냈다. 이 지사는 정부의 통합 인센티브 방침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히면서도 "제도와 재정이 담보되지 않으면 행정통합은 또 하나의 선언에 그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연 5조 원의 지원이 단순히 이양된 권한과 업무에 따른 운영·사업비 보전에 그칠 경우 통합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역의 미래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20조 원 규모의 포괄보조금 지원을 요구했다.

이 지사는 "그럴 경우 통합신공항 건설을 본격화하고 대구 후적지 개발과 원도심 활성화, 경북 북부 등 낙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가능하다"며 "동해안권 개발과 광역 전철망 구축, AI·바이오·로봇 등 신산업 육성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홍석준 전 국회의원은 "이번 정부 발표는 재정 지원의 원칙과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지원 재원의 성격과 지속 가능성이 제시되지 않은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시민 사회 역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재정 지원을 통한 지역 도약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반면 통합 과정에서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되거나 의사결정 구조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경북 북부 등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까지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을지가 통합 논의의 주요 관건으로 꼽힌다.

한때 전국 행정통합 논의의 선두주자였던 대구·경북이 이번 정부 인센티브를 발판으로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행정통합이 선언을 넘어 실질적인 지역 대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시도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