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춤과 노래… 욕망과 예술의 향연
브로드웨이서 탄생
토니어워즈 10관왕
마돈나·비욘세 등
시대·장르 초월한
팝 70여곡 재해석
서울 블루스퀘어서
내달 22일까지 공연
파리 몽마르트르 언덕 아래 카바레 ‘물랑루즈’가 서울에 왔다. 퇴폐적 보헤미안 문화의 중심이자 모든 욕망이 해방되던 밤의 성지를 상징하는 풍차와 거대한 코끼리까지 함께 상륙했다.

뮤지컬로서 이 작품은 극 초반부터 무대와 의상, 그리고 노래가 압도적이다. 한 세대 전부터 지금까지 사랑받은 70여곡의 팝 명곡을 극 서사에 맞춰 재해석한 쥬크박스 뮤지컬이다. 귀에 익은 멜로디를 찾아내는 재미도 있지만 친숙한 노래가 새로운 감성으로 다가오는 순간이 더 많다. 익숙한 노래가 단지 향수(鄕愁)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장면의 감정선을 밀어 올리는 기폭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물랑루즈의 여왕 사틴은 카바레의 재정 위기를 해결해 줄 유력한 후원자, 몬로스 공작의 마음을 받아줘야 한다. 그러나 미국에서 막 건너온 천재 작곡가 크리스티안과 사랑에 빠진다. 쇼 비즈니스의 냉혹한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카바레 지배인 지들러와 쇼걸들, 그리고 몽마르트르 언덕의 예술가인 로트렉과 탱고 댄서 산티아고 등 크리스티안의 친구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서사를 떠받친다.
1막은 캉캉과 폭발적인 에너지로 물랑루즈의 황홀한 무대 안팎을 소개하며 연인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다. 이어지는 2막은 ‘극중극’의 화려한 쇼로 막을 열고, 두 연인에게 닥친 위기와 선택, 그리고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는 결말로 마무리된다.

지난 14일 낮 공연에서는 정선아가 ‘그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다이아몬드’로서 특유의 애교가 넘쳐나는 사틴을 연기했다.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관객을 유혹하다가도 무대 뒤 분장실에서 부르는 ‘파이어워크’에서는 화려함 뒤에 숨은 두려움과 희망을 절절히 드러낸다. “넌 불꽃이야, 네 가치를 보여줘”라며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장면에선 ‘아이다’의 암네리스와 ‘위키드’의 글린다로 기억되는 뮤지컬 톱배우를 대표하는 배역에 사틴이 새롭게 각인됐다. 상대역인 크리스티안을 맡은 신예 차윤해는 맑은 음색으로 무명 작곡가의 순수한 열망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쇼 마스터 이정열과, 크리스티안을 물랑루즈로 이끄는 천재 화가 로트렉 역의 지현준은 극의 또 다른 중심이었다. 베테랑다운 관록 있는 연기와 노래, 춤으로 무대를 한층 풍성하게 만들었다. 자칫 화려한 주크박스 쇼로 끝날 수도 있는 무대를 사랑과 욕망, 예술과 생존이 맞부딪치는 드라마로 만들어 나갔다.
서울 블루스퀘어에서 2월22일까지.
박성준 선임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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