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석루] 글쓰기로 살아나는 시간- 김리사(작가)

knnews 2026. 1. 1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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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부고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상실의 끝에서 나를 구원한 것은 글쓰기였다.

몽땅 다 잃었다 절망할 때, 글쓰기는 기적을 보여줬다.

글 속에서는 아버지도 살아났고, 나도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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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부고 소식이 자주 들려온다. 삶과 죽음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는 요즘, 우리의 삶이 항해와 닮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기에 더 애틋한 여정이다. 모든 항해사에게는 반드시 한 번쯤, 가고 있는 길에서 과감히 방향을 틀어야 할 결정적 시점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필자에게 그 시기는 마흔 즈음이었다.

몇 해 전 여름, 아버지를 여의었다. 긴 시간 암 투병과 잦은 교통사고로 고생하던 아버지였다. 술에 의지해서 힘겹게 버티던 쓸쓸한 눈빛도, “미야”하고 부르던 다정한 눈빛도 마음에는 여전한데 존재는 없었다.

그 후 몇 년간 배는 갈 길을 잃고 거대한 상실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댔다. 슬픔이라는 심해는 생각보다 깊고 어두웠다. 앞으로 나아가 보려 했지만, 마음은 자꾸만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상실의 끝에서 나를 구원한 것은 글쓰기였다. 슬픔을 외면하는 대신 그 한복판으로 유영해 들어가 감정의 밑바닥을 훑었다. 그렇게 토해낸 문장들은 한 권의 책, ‘사라지고 싶은 너에게’가 되었다. 나를 작가로 만들어 주며 인생 항로를 크게 틀어 놓은 사건이다.

‘사라진 소중한 것들’에 대해 썼다. 아버지를 잃었고 나를 잃었으며, 그 시간의 추억을 잃었다. 몰래 미워하던 마음을 용서받을 기회도, 그럼에도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도 잃었다. 몽땅 다 잃었다 절망할 때, 글쓰기는 기적을 보여줬다. 글 속에서는 아버지도 살아났고, 나도 살아났다. 사랑한다고 말할 기회와 함께 말이다.

그 과정을 통해 모든 상실에는 온전한 ‘애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아버지를 떠나보내기 위해 쓴 글들은 어느덧 내 항로를 비추는 위로의 길잡이 별이 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인생의 망망대해에서 소중한 것을 잃고 표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다. 당신이 겪고 있는 거대한 상실은 그저 고통이 아니라, 진정한 애도의 시간을 기다리는 신호라는 것을 말이다. 아낌없이 추억하고, 충분히 슬퍼하며 상실의 바다를 끝까지 통과해 내야 가는 길이 가볍다. 다시 한번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 소중한 것들을 애도한다. 무엇보다, 당신도 필자처럼 글쓰기를 애도의 도구로 삼을 수 있다면 좋겠다.

김리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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