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물 고도 정수비용 3배로…시민이 부담 떠안을 판
- 부산상수도본부, 감시 항목 확대
- 녹조 대응 물금 취수탑 올해 착공
- ICT 기술로 상수관로 수질 감시
- 활성탄 교체 주기 3년→1년 단축
- 구매 예산 4년간 266억 더 들어
- 황강 복류수, 창녕 등 강변여과수
- 市, 주민의견 수렴 대책 마련 계획
- 취수원 다변화 창원이 더 급해
- 경남도 먹는 물 문제 팔 걷어야
2025년 여름, 부산의 젖줄인 낙동강 하류 수질이 총유기탄소량(TOC) 기준 5등급(나쁨) 수준으로 급격히 악화하고, 정수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총트리할로메탄(THMs)까지 검출되면서 부산시민은 다시 한번 ‘물 공포’에 직면했다.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단기적인 안전 확보책인 정수 공정 고도화라는 대책을 마련했으나 근본적인 대안으로는 비용·지속가능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결국 깨끗한 원수를 확보해야 하지만, 부산시와 경남도는 문제를 바라보는 견해차가 여전해 이를 좁혀야 식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수 고도화로 식수 문제 대응
상수도본부는 정수 고도화를 목적으로 ‘2026년 상수도 수질관리 종합계획’을 마련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혔다. 녹조 유입을 차단하는 물금 취수장 일원의 ‘지방 광역 상수도 취수시설(취수탑)’ 건설 사업이 착공에 들어갈 예정으로, 수심별 선택 취수 기술을 통해 조류 유입을 90% 이상 줄일 계획이다.
감시 항목도 늘린다. 상수원수 감시 항목을 282종에서 292종으로, 정수 수질 감시 항목은 301종에서 311종으로 확대한다. 고혈압 치료제, 제초제, 산업 물질 등 신규 미량 오염 물질 10종을 자체 감시 항목에 추가했다.
활성탄 교체 주기도 기존 3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발암물질 및 조류독소 제거 능력을 극대화한다. 미량 유해 물질 흡착 효율을 높이고자 활성탄 재생 시설도 증설(일 24→48㎡)한다. 오존 처리, 용존공기부상시설(DAF) 등 고도정수처리시설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정수장에서 깨끗하게 처리된 물이 가정까지 안전하게 도달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다. 상수도본부는 수돗물 신뢰도 향상을 위해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 관망 관리’에도 나선다. 상수관로와 배수지 155개소에 설치된 수질 자동 계측기를 통해 pH 탁도 잔류염소 등 5개 항목을 실시간 감시하며, 이상 발생 시 즉각 대응한다. 사물인터넷(IoT)과 AI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관망 관리 통합 플랫폼’ 구축을 추진, 누수 및 수질 사고 발생 지점을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할 계획이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수돗물평가위원회 운영을 통해 외부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수돗물 관리에 투명성을 확보하려 한다. 기술과 정책을 총동원해 시민에게 안전하고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자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초고도정수 방식 도입 사실상 불가
상수도본부가 이처럼 기술과 정책을 총동원해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자 노력하지만, 이 과정에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계속해서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점은 문제로 남는다. 2021~2024년 활성탄 구매에 쓴 비용은 133억1620만 원에 이른다. 교체 주기를 3분의 1로 줄이면 비용이 산술적으로 3배로 뛴다. 앞으로 4년 동안 활성탄에만 399억4860만 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오존 처리 비용이나 약품 처리 비용도 더 많이 투입해야 한다. 부산시민은 이 비용을 수도요금으로 떠안게 된다.
원수 사정이 더 악화해 멤브레인(분리막) 필터 등을 사용하는 초고도정수 기법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이 요금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 이 기법은 물속 미세한 부유물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물리적으로 걸러내는 첨단 정수 기술이지만 많은 비용이 든다.
부산시가 수년 전 관련 용역을 수행한 결과 초고도정수 기법으로 부산시민이 사용하는 일 평균 약 100만t의 물을 정수하는 시설을 건립하려면 약 7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료 등 운영비도 현재 이용하는 고도정수 기법보다 더 많이 투입될 것으로 예견된다. 시설도 확장해야 하는데 기존 화명정수장 등의 개보수 면적도 정해져 있다. 정수장을 이전해 건립해야 하는데 적절한 장소를 찾기도 어렵다.
결국 식수 잔혹사를 끝낼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취수원 다변화 사업이다. 부산시는 낙동강 본류 단일 취수원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경남 합천 황강 복류수와 의령·창녕 강변여과수를 확보하는 ‘낙동강 유역 먹는 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 정부 예산안에 관련 예산 19억2000만 원이 반영되는 등 사업 추진 동력도 유지되고 있다.
다만 상류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동의 없이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어렵다. 부산시도 주민을 설득하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취수 지역 주민이 어떠한 대화에도 응하지 않던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지금은 주민 간담회 및 설명회를 수시로 개최하며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있다”며 “농업 피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사전 피해 방지 대책과 피해 조사 지원 방안을 지속해서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 사정 급해도 경남도는 ‘뒷짐’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지역 간 이해관계 대립과 신뢰 부족이라는 높은 벽에 가로막혀 있다. 부산시는 물론 경남도가 함께 나서야 한다. 특히 100만 명에 이르는 창원시민 대다수가 부산시민보다 훨씬 수질이 나쁜 수돗물(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8면 보도)을 마신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남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창원 수돗물에 검출된 발암물질(THMs) 농도가 유럽 기준은 이미 넘어섰고 국내 기준치에 육박할 정도로 한계에 부닥쳤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경남도는 향후 발생할 ‘물 안보’ 문제를 상수원 주민과 정부 선택에만 맡기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한다. 경남도 관계자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은 정부 정책 방향이 먼저 정리돼야 입장을 정할 수 있는 사안이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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