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의 소리] 부산서 사라진 청년, 멀어진 정치

이정욱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청년위원장·부산사상구의회 의원 2026. 1. 18.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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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청년위원장·부산사상구의회 의원

“부산에서 살 이유가 있을까?” 부산의 청년들을 만날 때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다. ‘제2의 항구도시’라 불리며 성장의 상징이던 부산은 이제 더 이상 청년에게 기회의 도시로 인식되지 않는다. 일자리가 사라진 부산은 더 이상 청년 세대가 머무를 이유가 없다. 양질의 일자리는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고 그나마 남아 있던 일자리마저 인근의 창원이나 양산, 김해 등지로 빠져나간다. 이는 단순한 시장의 문제가 아니다. 정책의 부재이며, 정책이 없다는 건 정치가 없다는 뜻이다.

부산의 청년들은 지금 이중의 소외를 겪고 있다. 하나는 도시로부터의 소외, 다른 하나는 정치로부터의 소외다. 지역 일자리는 줄고, 남아 있는 일자리도 불안정하다. 주거비는 오르는데 소득은 따라가지 못한다. 그런데도 많은 청년들은 이 모든 구조적 문제를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린다. 정치와 사회가 만들어낸 조건을 청년 스스로가 자신의 책임으로 떠안고 있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치권은 더 많은 ‘청년’을 앞세운다. 선거철이 되면 청년특구를 내걸고, 청년 후보를 내세우며 청년 표심을 얻기 위해 경쟁한다. 그러나 먹고 살기 바쁜 청년들에게 정치는 점점 더 먼 이야기가 된다. 청년 후보들이 제도권에 진입하더라도 정작 정책을 좌우하는 결정 과정에서의 권한은 여전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제7회 지방선거에서 40세 미만 당선자는 3.6%, 제8회 지방선거에서도 4.6%에 불과했다.

청년들에게 정치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리 세대의 목소리를 대변할 통로가 구조적으로 막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만이 공감할 수 있는 삶의 문제는 간담회나 보여주기식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초대가 아니라 결정권이다.

지금의 청년은 어느 세대보다도 합리적이고 실용적이다. 이념보다 중요한 것은 “내 삶에 무엇이 달라지는가”다. 하지만 정치권은 아직도 이 구호에 답을 하지 못했다. 부산 청년 문제의 해법은 더 많은 구호가 아니라, 더 많은 청년의 제도권 진입이다. 청년을 위한 정책을 말하면서도 정작 정책의 결정 구조 안에는 청년이 거의 없다. 청년이 정책의 대상에 머무는 한, 정치는 끝없이 청년을 ‘설득해야 할 집단’으로만 바라볼 뿐이다. 그러나 청년이 정책의 주체가 되는 순간, 정치의 언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물론 청년 공천 제도가 없어서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정당이 청년 공천 비율을 규정으로 두고 있다. 문제는 제도의 존재가 아니라, 제도의 작동 방식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당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청년을 보여주느냐보다, 얼마나 준비된 청년을 발굴하고 키우느냐가 더 중요하다. 정치 교육, 정책 훈련, 지역 활동의 기회를 체계적으로 제공하지 않는 한, 청년 공천은 계속해서 보여주기식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당이 해야 할 일은 청년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고 청년 정치인이 실질적으로 청년 세대를 대변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청년 정치인 역시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청년’이라는 이유만으로 정치의 문을 두드리는 태도에서 벗어나, 정말로 공공의 문제를 다룰 준비가 돼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정치에 입문한다는 것은 책임을 짊어지는 일이다. 청년 정치인 스스로도 “나는 이 자리에 설 자격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외면해선 안 된다.

더 나아가 청년 정치인은 중앙정치의 대립 구도를 넘어, 함께 일하는 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줄 책임이 있다. 청년이 새롭다는 것은 나이가 아니라, 정치의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증거여야 한다. 결국 청년 정치의 성패는 제도의 유무가 아니라, 정당의 태도와 청년의 자세에 달려 있다. 준비되지 않은 공천은 청년을 소모시키고,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정치를 가볍게 만든다.


“부산에서 살 이유가 있을까?”라는 질문에, 더 이상 침묵으로 답해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이 도시를 사랑하라고 말하기 전에,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때 비로소 부산은 다시 청년에게 선택받는 도시가 되고, 청년도 다시 정치의 가능성을 믿을 이유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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