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한 명이라도 변할 수 있다면…인권교육 현장 지켜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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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안경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으로 나눈 뒤 각 팀에서 대표를 뽑게 한다.
인권연대는 그를 선정한 이유로 "이혜선씨는 대전시인권센터 상근자로서 2023년 대전시가 폐쇄할 때까지 센터 활성화에 큰 역할을 담당했고, 이후 같이 활동한 인권교육 강사들과 함께 시민단체인 '인권교육공동체 숲'을 만들어 지역민을 위한 인권교육과 인권문제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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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인권교육공동체 숲’ 이혜선 사무국장

학생들을 안경 쓴 사람과 안 쓴 사람으로 나눈 뒤 각 팀에서 대표를 뽑게 한다. 교실 맨 뒤에 선 대표가 맨 앞에 있는 조그만 글씨를 맞추면 스티커를 준다. 다만 ‘어떤 도구도 쓸 수 없다’는 조건을 건다. 그러니 팀 대표는 안경도 쓸 수 없다. 맨눈으로 글씨 읽기 게임을 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긴 팀에 스티커를 준다. 안경 쓴 팀 아이들은 난리가 난다. “잘 안 보이는 사람한테 안경을 벗으라고 하면 어떻게 해요? 불공평하잖아요!”
이혜선 ‘인권교육공동체 숲’ 사무국장은 지난달 한겨레와 만나 인권교육이 이뤄지는 교실의 풍경을 그리듯 설명했다.
인권강사 양성 체계 마련하는 등 대전시인권센터 활성화에 큰 역할
이장우 시장, 취임 1년 만에 폐쇄
강사들과 함께 교육공동체 출범
“인권 감수성 건드리는 교육 지향”
“아이들이 게임의 불공평함을 항의하는 순간 ‘지금 그 감정을 잡아’라고 이야기해요. 그리고 물어보죠? 이런 일이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없는 일일까? 만약 다리가 불편한 사람에게 휠체어를 탈 수 없게 한다면 어떨까? 휠체어가, 맹인 안내견이 식당 안으로 못 들어가는 상황은 어떻게 봐야 할까?”

이 국장은 인권 감수성을 조금이라도 자라게 할 ‘쓸모 있는’ 인권교육이 무엇인지 오래 고민하며 체계를 만들어온 사람이다. 대전시평송청소년문화센터에서 청소년지도사로 관련 일을 시작한 그는 대전시인권센터가 2017년 문을 열어 2023년 닫을 때까지 인권센터와 함께했다. 충청 지역 인권 증진·교육 활동의 시작점에서 체계적인 인권강사 양성 시스템을 마련한 사람이 이 국장이고, 이장우 대전시장 취임 뒤 인권센터 새 운영자가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공연히 반대하고 나선 뒤에도 강사들과 인권센터를 지킨 것도 그다.
대전충남인권연대 ‘풀뿌리인권상’ “지역민 인권교육 현안에 적극 대응”
대전충남인권연대는 그런 공로를 인정해 지난해 말 이 국장에게 ‘7회 풀뿌리인권상’을 수여했다. 인권연대는 그를 선정한 이유로 “이혜선씨는 대전시인권센터 상근자로서 2023년 대전시가 폐쇄할 때까지 센터 활성화에 큰 역할을 담당했고, 이후 같이 활동한 인권교육 강사들과 함께 시민단체인 ‘인권교육공동체 숲’을 만들어 지역민을 위한 인권교육과 인권문제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장우 대전시장 취임 뒤 개신교 계열의 대전시인권센터 새 운영자는 기존 인권교육 내용과 강사를 모두 바꾸려고 했다. 당시 인권센터 교육팀장이던 이 국장은 “예수는 사회적 약자와 함께했다. 센터에서 가장 약한 존재인 강사들을 힘으로 눌러 바꾸려 하는 거냐”며 센터장에게 맞섰다고 한다. 강사들은 새 센터장이 초청한 인사의 강의 현장에서 ‘인권센터는 종교 기관이 아니다’, ‘혐오 교육 아웃(OUT)’이라 적은 종이를 붙여놓고 항의했다. 반인권적 상황에서 ‘인권 증진·교육 기관’으로서 기능을 완전히 잃고 표류하던 대전시인권센터는 운영 위탁자 교체 1년 만에 ‘허무하게’ 폐쇄됐다.
이장우 시장의 대전시는 지역에서 인권센터를 삭제했지만, 7년간 차곡차곡 쌓인 인권증진·교육 인프라를 소멸시키진 못했다. 이 국장과 수십명 강사들의 ‘인권에 대한 진심’은 한명의 정치인이 함부로 무너뜨릴 수 없을 만큼 단단했다. 대전시인권센터 폐쇄 소식이 알려진 2023년 11월부터 센터에서 활동한 강사들은 인권교육공동체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고, 이듬해 2월28일 ‘숲’을 출범시켰다. 이 국장을 포함한 18명의 인권강사가 강사 겸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후원회원도 늘려가고 있다.

‘숲’은 몸으로 부딪혀 느끼는 인권교육을 지향한다. 따끔따끔 마음을 건드려 마음속 인권 감수성을 세포 분화시키려는 것이다.
“부당함·불공평·차별에 대해, 인권에 대해 이론적으로만 설명한다고 아이들이 변하진 않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들이 간접적으로나마 그런 상황을 경험하고 느끼게 하면 조금씩 바뀌는 것을 교실에서 체험했죠. 한 교실에서 단 한명이라도 아이가 변하는 순간을 마주할 땐 울컥 눈물이 날 정도의 감동이 있어요. 숲의 선생님 모두 그런 마음으로 이 지역의 인권교육 현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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