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 되긴 어렵지만, 2등 추락 순식간… 간첩법 개정, 경제안보 지킬 보호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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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을 하기는 정말 어려운데, 1등에서 2등으로 추락하는 건 너무 쉽습니다. 추락하면 못 올라옵니다."
한국산업보안한림원 강기중(사법연수원 18기·사진) 회장은 기업 핵심기술 유출의 심각성을 이 한마디로 설명했다.
우리 기업들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이 반복돼 경제안보가 위협받자 국회는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98조(간첩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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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기술 유출 피해액 23조 달해
외국 정부 주도 핵심기술 탈취 방지 골자
여야 정쟁 치여 본회의 상정 뒷전 밀려나
보호 의지·경각심 등 알리는 계기 될 것”

우리 기업들의 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일이 반복돼 경제안보가 위협받자 국회는 적용 범위를 ‘적국’에서 ‘외국’으로 확대하는 형법 98조(간첩법) 개정안을 지난해 12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했다. 본회의 상정만을 앞두고 있지만 여야의 정쟁 속 뒷전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1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되면 얼마나 더 지연될지 알 수 없다. 강 회장은 이 개정안을 “우리 기업이 외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도록 쳐주는 보호막”이라고 평가하며 조속한 국회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회장을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만큼 한국이 많이 발전한 것이다. 우리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빠른 추격자)일 땐 우리 걸 남이 가져갈 게 없었다. 지금 우리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다. 몇몇 기술은 세계 첨단을 달리고 있다. 우리 경제의 기반이 되는 기술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 간의 경쟁 못지않게 드러나지 않는 국가 간의 경쟁이 많다. 간첩법 개정은 외국 정부 주도의 우리 핵심기술 탈취를 방지하기 위한 예방적 입법이다.”
―기술 탈취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굉장히 다양하다. 예전엔 인력을 해외에서 바로 스카우트했다. 최근엔 국내에 제3의 업체를 버젓이 차려놓고 거기서 인력을 채용한다. 퇴사한 사람이 다른 퇴사자에게 연락해 점조직처럼 연결돼 원격으로 협업하기도 한다. 이러니 외부에선 표가 안 난다. 코로나19 때는 재택근무 중에 스마트폰으로 업무 모니터를 일일이 촬영한 뒤 파일로 만들어 유출한 경우도 있다. 일일이 종이에 적어 빼돌리기도 한다.”
―기술 유출로 인한 피해는.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피해액이 2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실제로는 통계에 잡히지 않은 피해액이 많을 것이다. 공개되지 않는 것들도 많아서다.”

“한국에서 기술 탈취로 물의를 일으키면 처벌받을 수 있단 경각심을 외국에 줄 수 있다. 처벌 조항이 일반 형법에 들어가는 것은 경고의 의미이자 한국이 더욱 단단히 기술을 보호한다는 것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기업의 힘만으로 부족한가.
“역부족이다. 이젠 국가가 반드시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기술을 빼앗기면 기업은 생존을 위협받는다. 갑옷을 입듯 뭐라도 한 겹 더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 지키는 사람 10명이 도둑 1명을 잡기 어렵다.”
―간첩 조작 사건 우려도 있는데.
“지금은 뭔가를 조작하기 점점 어려운 사회가 되고 있다. 많은 것을 녹음하고, 영상 촬영하기도 쉽다. 언론뿐 아니라 유튜브처럼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 수단들이 많다. 간첩죄가 아니어도 뭔가를 조작해 처벌하기 어렵다. 막연한 생각만으로 어떤 한 분야만 유독 조작이 심해질 거라고 생각하긴 어렵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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