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존도 줄이는 日… CPTPP 중심 다자 경제 키운다 [트럼프 2기 2년차]

서혜진 2026. 1. 18.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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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트럼프 2.0 일본의 생존 전략
동맹 흔들리자 ‘조건부 협력’ 전환
자국이익 기반 전략적 자율성 강조
예산 122조엔 안보·산업에 집중
동아시아 경제 주도권 강화 모색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2기 1년을 맞았다. 지난 1년간 미국 외교·안보 전략은 실질적 이익 계산과 리스크 관리 중심으로 재편됐다. 동맹 기준 역시 '민주주의·자유주의 가치 공유'에서 '경제적 기여·방위 분담'으로 이동했다. 전통적 가치동맹의 기반이 흔들리는 가운데 일본은 이를 국제질서 변화 속 생존 전략의 문제로 규정하며 정책 방향을 전면 재정비하고 있다.

■트럼프 2.0 시대 동맹국은 '지원자' 아닌 '비용 분담자'

일본 언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관통하는 특징으로 △대중 전략의 동맹 중심에서 거래 중심으로의 전환 △동맹·안보·통상·산업정책의 상호 연동 △'가치 공유 동맹'에서 '조건부 협력' 체제로의 전환 등을 꼽는다. 사하시 료 도쿄대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을 활용 가능한 자산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이 기조는 방위비·재정 분담 요구로 직결됐다. 북한·대만·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미국은 직접 개입보다 동맹국의 비용 부담을 우선한다. 동맹의 의미가 '미국의 행동을 뒷받침하는 파트너'에서 '미국의 비용을 덜어내는 파트너'로 바뀐 것이다.

일본 국민들도 이 같은 분위기 변화를 감지하고 있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이 지난해 2~4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사시 미국이 일본을 진지하게 지켜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경제전략 역시 단순한 보호주의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위해 관세·수출통제·투자심사·공급망 재편을 안보 프레임으로 묶었다. 사하시 교수는 "경제가 무기화되는 시대"라며 "반도체·배터리·AI·통신 등에서 전략적 리스크 제거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전략 재검토…리스크 관리와 전략적 자율성 강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으로 일본의 기존 외교·안보·경제 전략은 구조적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전통적으로 미일 동맹, 다자주의, 자유무역이라는 3축을 전략 기반으로 삼아왔지만 이 축들이 동시에 흔들렸기 때문이다.

가치 중심 동맹이 거래 중심 동맹으로 이동했고, 주요 7개국(G7)·주요 20개국(G20)·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기구의 영향력은 약화됐다. 기술·통상·안보가 통합적으로 관리되는 환경도 새 변수로 떠올랐다.

이 과정에서 일본은 기존 전략의 전제였던 '동맹 안정성'과 '다자규범의 견고함'을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정책 방향을 틀고 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 '리스크 관리'와 '전략적 자율성'이 강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현실적 방위력 강화 △경제안보 강화 △미들파워 연대와 시장 확장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라이시 다카시 구마모토현립대 특별 명예교수는 최근 요미우리신문과 인터뷰에서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라는 일률적 목표보다 필요에 기반한 현실적 방위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일 동맹을 기본으로 하되 준동맹국인 호주, 필리핀, 영국 등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치치와 야스아키 국방연구소 전사연구센터 국제분쟁사연구실장은 "일본의 주체성과 자율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미일 동맹을 유지·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율적 방위력이 동맹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경제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만큼 AI·양자 기술·첨단 반도체 등 미래 핵심기술뿐만 아니라, 철강·조선·기계 같은 전통 제조업까지 첨단기술과 결합한 새로운 제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늘어나고 있다.

규범 기반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의 틀을 확대해 일본이 주도하는 새로운 공동시장 형성을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CPTPP는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미국이 빠지자 일본·멕시코·싱가포르·캐나다·호주 등이 추진해 결성한 경제동맹체로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3%, 무역의 15%가량을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CPTPP 확대는 일본이 주도하는 규범 기반 시장 형성 시도로 평가된다. 이는 동아시아 지역 질서를 미국 의지에만 의존하지 않고 관리하려는 일본 정부의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다카이치 내각, 방위·첨단산업 지원으로 전략적 자율성 강화

실제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내각은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이 같은 국제환경 변화에 맞춰 자주적 안보·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 122조3092억엔(약 1126조원) 규모의 2026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예산안을 편성하는 등 실탄 확보에도 나섰다.

방위예산은 약 9조엔(약 84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장사정 미사일·무인기(드론)·극초음속 유도탄·방공 미사일 개량 등 억지 능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와 관련, 다카이치 내각은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을 포함한 '안보 3개 문서'의 개정 작업도 진행 중이다. 개정 논의에는 반격능력 강화, 장거리 잠항형 잠수함 개발, 미사일 전력 확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 분야에서는 반도체·AI 등 첨단기술 전략 예산이 대폭 확대됐다. 산업경쟁력 확보가 경제안보와 직결된다는 인식 아래 산업정책 예산 총액(특별회계 포함)이 3조693억엔(약 28조3000억원)으로 전년도보다 50%가량 늘었다.

보조금·세제 혜택 등이 반도체·AI 산업에 투입되며 단순한 복지 지출이 아닌 미래 산업 투자 쪽으로 재정의 우선순위가 옮겨갔다. 지난해 말 발표된 경제종합정책에도 첨단기술 육성이 명시됐다.

■한국의 CPTPP 가입도 논의

일본은 CPTPP 확대, 인도태평양 경제협력 등 다자 틀을 재구성하는 정책도 추진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지난 13일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의 CPTPP 가입 문제도 논의됐다.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4일 한일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에서 "CPTPP는 우리가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재확인했다"며 "우리의 기본적인 접근 방향을 얘기했고 일본 측에서도 대응했다. 긍정적인 톤으로 논의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sjmar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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