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다카이치 측근, 통일교 ‘한학자 보고’에 등장…“에르메스 선물”
통일교와 생전 아베 총리 ‘연결고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이 고 아베 신조 전 총리를 비롯해 자민당 핵심 인사들과 통일교 사이 가교 역할을 한 정황이 통일교 내부 문건에 다수 포함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한학자 총재에 보고된 ‘티엠(TM·True Mother) 특별보고’ 문건을 보면, 신일본가정연합(일본 통일교)은 한 총재에게 일본 참의원 선거를 3개월 앞둔 2019년 4월께 “하기우다 고이치 대행 등과 저녁식사를 했다”며 “하기우다 대행으로부터 ‘7월 선거를 위해 교단의 톱에게 인사를 하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저녁식사 자리를 갖게 됐다”고 보고했다. 이 저녁자리 참석자로는 자민당 최대파벌 수장인 호소다 히로유키, 아베 내각 시절 총무 부대신을 역임했던 오쿠노 신스케, 기타무라 쓰네오 의원 등이 적혔다.
같은 해 선거를 3주 앞둔 2019년 7월2일엔 아베 당시 총리와 일본 통일교 간부들의 ‘20분 면담’ 자리가 성사됐다. 도쿠노 에이지 전 일본 통일교 회장은 이 자리에서 아베 총리와 하기우다 대행에게 통일교의 선거 지원을 약속하며 에르메스 넥타이를 선물했다고 보고했다.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 직후 하기우다 대행은 통일교의 선거 지원에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도쿠노 전 회장은 “2019년 7월22일에 우리와 아베 수상과의 회담을 네 번 세팅하고 중보자(중재자) 역할을 해준 자민당 간사장 대행인 하기우다 의원을 통해 정식으로 아베 수상으로부터 감사의 뜻을 전해왔다”고 전했다.
또한 통일교 조직표를 기반으로 당선된 기타무라 쓰네오 의원도 통일교 거점인 ‘쇼토 본부’를 직접 방문해 “덕분에 당선됐다”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도쿠노 전 회장은 기타무라 의원에게도 ‘아베 정권과 참어머님과의 파이프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적었다.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2020년 6월 통일교는 일본 헌금을 한국에 송금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통로로 하기우다 대행을 지목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하며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해 양국의 관계가 악화한 상태였다.
도쿠노 전 회장은 “송금문제에 대해 아베 정권이 엄격한 조치를 취한다면 저 자신이 아베 수상을 만나 담판할 각오를 하고 있다”며 “다행히 아베 수상과의 회견을 지금까지 중재해준 하기우다 현 문부과학대신과는 항상 연락을 하는 관계이므로 일단 유사시엔 그러한 핫라인을 통해 직접 담판할 각오”라고 한 총재에게 보고했다.
도쿠노 전 회장은 2020년 9월11일자 보고에 “우리와 아베 수상과의 면담을 일관되게 주선해준 사람이 하기우다 고이치 대신”이라며 “지금까지 다섯 번 아베 수상과 만났습니다만, 한결같이 아베 수상과의 면담 세팅을 해줬고 또 면담 때에는 항상 아베 수상 곁에서 지켜본 인물이 하기우다 대신”이라고도 강조했다.

아베 전 총리가 2021년 9월 통일교 주최로 열린 ‘싱크탱크 2022 희망 전진대회’에서 영상 기조연설을 하는 데 다리를 놓은 것도 하기우다 대행이라고 한다. 가지꾸리 마사요시 일본 통일교 의장은 “지난 6월11일 아베 수상과 회식 자리를 함께할 때 ‘총리도 연설하셔야죠’라고 하니 ‘그렇게 해야겠네요’라고 대답했다”며 “아베 수상 측근인 하기우다 문부과학대신과 만나 상의를 해 아베 수상에게 출연 요청을 전달해줄 것을 부탁했다”라고 보고했다.
이후 하기우다 대행은 일본 통일교 쪽에 “아베 수상이 트럼프가 결정됐으면 나도 함께 출연해 한 총재님을 도와 대회를 성황케 하는 데 역할을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아베 전 총리는 2021년 9월5일 오후 7시께 통일교 사무실에서 직접 연설 장면을 찍었다는 게 티엠 보고 내용이다.
아베 전 총리가 2022년 7월 피격 사건으로 사망한 뒤 하기우다 대행은 통일교 내부 보고에 ‘섭리적 의인’으로 등장한다. 토부노 에이지 신일본대륙 천의원장이 올린 2022년 7월28일 티엠 보고에는 “하기우다 대신은 아베 전 수상을 우리에게 연결한 중개 역할을 일관해왔다”며 “우리에겐 은밀하게 ‘나는 괜찮습니다.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부디 잘 참아내십시오’라고 격려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적혔다.
하지만 이날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하기우다 간사장 대행은 이날 한 인터넷 방송에 출연해 티엠 문건에 ‘통일교로부터 에르메스 넥타이를 선물받았다’는 내용이 기재된 것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다. (통일교로부터) 물건을 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해당 보고서에 대해서도 “(일본 통일교 쪽이) 한국 본부에 ‘열심히 하고 있다’는 보고같은 걸 한 게 아니냐”며 사실과 다른 내용을 과장해서 보고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다만 그는 통일교 지역 관련 단체로부터 선거 지원을 받은 적은 있고 이를 자민당 내부에서도 보고한 바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통일교 관계자가) 당 본부에 방문했을 때 동석을 요청받거나, 방으로 안내한 자리에서 마주친 적은 있을지 몰라도 직접 통일교와 무언가를 도모한 적은 전혀 없다”라고 말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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