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롱 환자 막자"… ‘8주룰’ 도입에 한의원 vs 손보사 대립

최정서 2026. 1. 1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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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린 일러스트.


자동차보험의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8주 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경상환자가 8주를 초과해 치료를 받으려면 별도의 심사를 거치게 하는 것이다. 이른바 '나이롱환자'를 걸러내겠다는 의도다.

이에 한의학계는 치료권 보장을 내세우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을 사전예고했다. 이는 국토교통부가 작년 6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금감원은 3월 1일부터 개정된 세칙을 시행할 예정이다.

핵심은 경상 환자(상해급수 12~14급)가 8주 이상의 치료를 받으려면 추가 자료 제출과 심의를 받도록 하는 '8주 룰' 도입이다. 교통사고를 당한 경상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요구하면 진단서·경과 기록·사고 충격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이를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서 규정한 기관이 심의한다. 본래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여부 등을 심의해야 하지만 한의학계의 반발로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인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심사 업무를 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장기 치료의 적정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그러면 환자가 병원에서 장기 치료를 이어갈 만한 유인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금감원의 개정안 사전예고에 한의학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 6일 성명을 통해 "교통사고 환자의 회복은 개인별 상해 정도와 의학적 판단에 따라야 함에도,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손해율 감소만을 목적으로 '8주'라는 임의적 가이드라인을 설정해 치료를 중단시키려는 것은 헌법으로 보장된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행세칙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의료인의 전문적 진단을 무시하고 경제적 논리에 따라 교통사고 환자의 건강권이 종속되고, 환자가 완치될 때까지 진료받을 권리를 박탈해 치료 포기를 유도하고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보험업계는 한방병원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보험금 부정 수급을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개혁신당 이주영 의원실이 자동차보험 진료비를 한방과 현대의학 진료로 나눠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한방 진료비는 지난 10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해 전체의 60%가량을 차지했다. 최근 8년간 자동차보험 경상 환자 수는 4.8% 늘었지만 환자들에게 지급된 보험금은 85.1% 증가했다. 특히 작년 3분기 기준 한방 경상 환자 총치료비는 현대의학의 4배에 달했다.

또 2024년 대형 손보사 4곳(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의 통계를 살펴보면 자동차사고 경상환자 중 8주를 초과한 치료 환자의 87.2%는 한방 환자였다.

2022년부터 작년까지 4년 연속 자동차 보험료가 인하한 상황에서 경상환자의 과잉진료 등 구조적인 문제가 겹치며 손해율은 치솟았다. 대형 손보사 4곳의 작년 11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92.1%(4개사 단순 평균 기준)로 집계됐다. 지난해 1∼11월 누적 손해율도 86.2%로 전년 동기보다 3.8%포인트나 올랐다. 업계에서는 보통 손해율 80%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손해율이 치솟으며 자동차보험 손익은 2024년 4년 만에 9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기준 적자 규모는 600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결국 대형 손보사들은 다음 달 중 자동차 보험료를 1.3~1.4% 인상하기로 했다. 2021년 이후 5년 만이다.

보험료 인상만으로 손해율을 관리하기 어려운 만큼 부정 수급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장기 치료가 필요한 고객들은 당연히 그에 맞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현재 제도 개선을 추진하는 이유는 부정 수급을 막자는 취지"라면서 "이를 줄여야 보험금 누수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정서 기자 emoti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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