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벗어난 미디어아트, 무뎌진 감각을 깨우다

최명진 기자 2026. 1. 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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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AP 제1회 청년융합예술인 선정 작가전 ‘뉴웨이브’ 리뷰
‘관계’에 주목한 영상·사운드·설치 작업 아우른 융·복합 시도
‘감정의 시각화’… 참여, 체험으로 완성된 예측 불가능한 변주
이유승作 ‘감정의 순환 프로젝트(점,색,면,결)’
딥오션랩의 DJ 레이브 공연 모습.

엄지효作 ‘바르도(Bardo)’

돌을 씻어 말리고, 돌을 탑처럼 쌓아올린 뒤 반죽하듯 스펀지의 질감을 느껴보고, 미생물의 호흡을 눈과 귀로 감각하는 일련의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관람객은 멀찍이 서서 지켜보는 존재가 아니라, 모든 과정에 개입하며 미생물의 생장 속도와 형태, 군집의 방향을 스크린을 통해 살펴보게 된다.

콜렉티브 삼킴의 작품 ‘제의적 발효 스코어’는 미디어를 매개로 하나의 의식을 치르는 듯한 몰입의 순간을 만들어낸다. 인간의 신체와 비인간 존재, 기술 데이터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되는 관계에 주목한 작업이다.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청년 예술가들의 실험이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G.MAP)에서 오는 3월15일까지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G.MAP이 공모한 제1회 청년 융복합예술인 지원 프로젝트의 결과전으로, 융복합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예술적 도전에 나선 작가 및 연구자 4명(팀)의 작품 9점을 선보인다.

개막식이 열린 지난 15일, 전시장은 마치 DJ 파티장을 연상케 했다. 디제잉 문화를 매개로 전자음악을 지역사회의 집단적 환희로 확장해온 딥오션랩(Deep Ocean Lab)의 DJ 레이브 공연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관람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케이터링을 나누며 자연스럽게 미디어 작품 속으로 스며들었고, 디제잉 공간 뒤편에서는 지역 청년 디제잉 커뮤니티 ‘심해’의 활동을 아카이빙한 영상이 상영됐다.

미디어 환경과 불교 개념을 연결 지은 엄지효 작가의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도 눈길을 끈다. ‘틈새’를 의미하는 불교 용어 ‘바르도’를 제목으로 한 이 작품은, 마치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듯 화면을 넘기며 유행처럼 소비되는 숏폼 콘텐츠들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부처의 얼굴을 접목한 인물이 등장해 익숙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메이크업을 하며 썰을 푸는 토크형 콘텐츠 등 최신 트렌드를 고스란히 반영한 화면은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넘기다 감각이 무뎌지는 현대인의 초상을 떠올리게 한다.

AI가 수집한 감정 데이터를 회화적 추상으로 변환하는 인터랙티브 작업도 만나볼 수 있다. 이유승 작가의 ‘감정의 순환’은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을 통해 관객의 얼굴에 나타난 감정을 데이터로 수집한 뒤, 이를 작가 고유의 회화적 규칙에 따라 다시 시각화한 결과물이다.

주로 몰입형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던 4전시실에서는 작품에서 미처 담아내지 못한 작업 이야기와 인터뷰를 단편 영화 형식의 영상으로 구성해 상영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작가들의 작업 세계를 한층 깊이 이해할 수 있다.

김허경 G.MAP 센터장은 “이번 전시는 완성된 결과물만큼이나 창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시도와 실패, 예측 불가능한 변주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자리”라며 “작품에 직접 참여하며 융복합 예술의 본질을 체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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