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지어도 안 팔리고 돈줄 ‘꽉’… 광주·전남 건설업계 ‘도미노 파산’
치솟는 환율·PF 금리에 ‘공사비 쇼크’
고스란히 분양가 반영 34평 10억 육박
부동산 시장 위축…악성 미분양 증가
대형 건설사 시장 위축 시공권 포기도

광주·전남 주택시장이 단순 침체를 넘어 '붕괴'의 임계점에 다다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이 초래한 고분양가 쇼크가 수요 절벽과 '악성 미분양' 적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감정평가 제도 개편 여파로 대규모 보증 책임을 떠안게 된 삼일건설마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지역 건설업계의 유동성 위기는 연쇄 도산이라는 '도미노 붕괴' 현실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본보는 3회에 걸쳐 지역 부동산 시장을 마비시킨 구조적 위기 요인을 심층 진단한다./편집자 주
◇고금리·고환율이 초래한 '공사비 쇼크'
지방 주택시장을 마비시킨 주요 원인은 '고분양'가다. 높은 분양가는 건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선호 지역과 비선호 지역 간 가격 양극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고환율 여파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시멘트, 철근, 골재 등 핵심 건설자재 가격이 지난 2~3년 사이 폭등했고, 여기에 인건비 상승과 강화된 안전 규제 비용까지 더해지면서 현장의 공사비는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
18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분석한 지난 10월(잠정치) 건설공사비지수는 131.74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환율은 올해 6월 1천360원대 초중반에서 최근 1천470원대 후반까지 치솟으며 하반기에 10%나 올랐다.
더불어 브릿지론과 PF(프로젝트 파이낸싱) 금리 등의 금융비용 상승도 분양가를 올리는 주범이 되고 있다. 더현대 광주를 품고 있는 광주챔피언스시티는 PF이자 비용만 하루 2억여 원이 넘게 지출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가 역시 평당 2천800만 원 수준으로 책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용 84㎡(34평형) 기준 발코니 확장비 등을 포함하면 분양가만 10억 원에 육박한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건설 자재 가격도 워낙 오르고 PF금리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분양가를 높게 측정해야 마진이 나올 수 있다"며 "하지만 광주 부동산시장 침체 장기화로 미분양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4천 여세대의 대규모 신축 공급일지라도 평당 2천800만원 수준의 가격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많다"고 밝혔다.
◇ "미분양 리스크"…대형 건설사마저 '포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광주 챔피언스시티 사업은 애초 시공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던 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 컨소시엄이 시공권을 최종 포기했다. 배경에는 침체된 건설경기와 PF(프로젝트파이낸싱·Project Financing) 경색이 자리하고 있다. 업계는 최근 부동산 시장 악화로 주요 건설사들이 대규모 복합개발 사업에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분양가 현실화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대형 건설사 입장에선 사업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분양가가 높아지면서 미분양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2025년 11월 기준 주택통계를 보면 미분양 주택은 광주가 지난해보다 161가구 증가한 1천403호, 전남이 861호 줄어든 2천770호를 차지했다. 특히 광주에선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474호로, 지난해 415호에 비해 눈에 띄게 늘었다. 전남 역시 1천869호를 기록했다.
◇지역 건설사의 줄도산…'도미노 붕괴'
미분양이 심화되자 지역 건설업계는 유동성 위기로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가 공개한 '광주와 전남 주택건설업 등록업체 및 폐업 현황' 자료를 보면 지역에서는 최근 2년간(2023~24년) 총 136곳의 건설사가 폐업 신고를 했다. 특히 올해와 지난해에는 삼일건설·유탑그룹·영무토건·남양건설 등을 포함해 총 4개 중견 건설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유탑건설은 지난 10월, 계열사와 함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법원에 신청했다. 시공능력평가 97위의 호남 대표 중견 건설사지만, 심각한 자금난을 견디지 못했다. 시공능력평가 111위 영무토건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42% 급감하고 수십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이 심화된 상태다.
삼일건설도 최근 광주지법에 법인회생을 신청했다.
삼일건설은 수천세대에 달하는 임대보증금 환급 압박 속에 HUG의 감정평가 인정제도라는 악재가 겹쳤다. 자체 재무 역량을 넘어선 담보 책임 등이 결국 법정관리 신청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대한주택건설협회 광주전남도회 관계자는 "지역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하면서 건설업계들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미분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도세 감면 등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김다란 기자 kdr@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