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르포] “의사선생님 챗GPT는 그렇게 진단 안 하던데요” AI가 바꾼 진료 풍경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16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내과.
당시 진료실에서는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과 함께 AI 답변의 타당성을 둘러싼 대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결국 AI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온 현실에서, 이를 둘러싼 혼선을 줄이기 위한 기준과 소통 방식이 의료 현장의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사들 “증상·소견 설명보다 AI가 왜 틀렸는지 해명하는 경우 많아” 한숨

"의사 선생님 말씀과 좀 다른데요. 제가 챗GPT에 물어보니 제 증상은 그 병이 아니라던데, 다시 확인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난 16일 오전 대구 중구의 한 내과. 직장인 이윤미씨(40대)는 진료 도중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며 의사에게 이같이 말했다. 화면에는 대화형 인공지능(AI)이 제시한 예상 질환 목록이 담겨 있었다. 당시 진료실에서는 환자 상태에 대한 설명과 함께 AI 답변의 타당성을 둘러싼 대화가 이어졌다고 한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의료 정보 접근 방식이 바뀌면서 진료실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에는 포털 검색을 통해 증상을 찾아보는 수준에 그쳤다면, 최근에는 챗GPT 같은 대화형 AI를 '사전 진단 도구'처럼 활용한 뒤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환자들은 AI의 응답 방식이 기존 검색보다 상세하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민우(35)씨는 "병원은 대기 시간은 길고 진료 시간은 짧아 궁금한 점을 충분히 묻기 어렵다고 느낄 때가 있다"며 "AI는 증상을 길게 입력하면 설명을 계속 들을 수 있어 참고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의사 설명이 짧게 끝나면 오히려 AI 답변과 비교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의료진 일부는 이 같은 변화를 진료 현장의 새로운 부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구 동구 신천동에서 의원을 운영하는 A 내과전문의는 "일부 환자의 경우 증상을 파악하고 설명하는 시간 못지않게, AI 답변이 왜 실제 진료 판단과 다른지 설명하는 데 시간이 들어간다"며 "진료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궁금해서 물어보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진단보다 AI 답변 해명에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면 현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의 의료 정보 활용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다만 AI가 제시하는 답변은 참고 정보일 뿐, 실제 진단과 동일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개인의 병력과 복용 약물, 진찰 소견, 검사 결과 등은 대면 진료 과정에서 종합적으로 판단돼야 하기 때문이다.
송정흡 전 경북대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의료 현장에서 생기는 혼선은 결국 정보 자체보다도 설명과 이해의 문제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는 의사가 진단과 치료뿐 아니라, 환자가 접한 각종 의료 정보를 해석하고 바로잡는 역할까지 함께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생성형 AI 확산이 의사와 환자 사이의 관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환자들이 과거처럼 의사의 설명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AI를 통해 얻은 정보를 함께 비교·검토하려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진료의 정확성뿐 아니라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소통 능력의 중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생성형 AI 활용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환자 스스로 증상과 건강 상태에 관심을 갖고 사전에 정보를 찾아보는 것은 긍정적일 수 있지만, 그 정보의 한계와 오류 가능성을 함께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AI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온 현실에서, 이를 둘러싼 혼선을 줄이기 위한 기준과 소통 방식이 의료 현장의 새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강승규기자 kang@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