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장기화에 커지는 압박···방학에도 도서관 향하는 학생들
"자격증·필기시험 준비해야"
비용 부담에 공공공간 의존
청년층 고용률 3년 연속 하락

"취업난에 방학에도 아르바이트나 여행을 가기보단 도서관에 오는 게 마음이 편해요."
겨울방학에 접어든 대학 캠퍼스 곳곳에서 이런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전체 고용률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청년 고용률은 3년 연속 하락하며 방학에도 책상 앞을 떠나지 못하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15일 오전 찾은 광주 북구 용봉동 전남대학교 중앙도서관 별관은 이른 시간부터 공부에 전념하는 학생들로 붐볐다. 1층 로비에 설치된 좌석 예약 키오스크를 보니 수십~수백 석에 달하는 열람실마다 절반의 좌석이 이미 차 있었다. 열람실 안으로 들어서자 책상 위에는 노트북과 자격증 문제집, 커피 텀블러가 줄지어 놓여 있었고,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와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 반복됐다.
같은 날 오후 찾은 광주 동구 서석동 조선대학교 중앙도서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학 기간임에도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책을 펼쳐 놓고 공부에 몰두하고 있었고, 복도에서는 영어 단어를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오가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책을 잔뜩 쌓아 놓은 채 잠시 눈을 붙이거나, 이어폰을 낀 채 태블릿PC로 인터넷 강의를 듣는 학생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정보처리기사 자격증을 준비 중이라는 조선대학교 AI소프트웨어학부 3학년 이모(21)씨는 비용 부담을 이유로 도서관을 찾고 있다고 했다. 이씨는 "스터디카페를 이용하고 싶어도 한 달 이용료가 10만~20만원씩 들어 부담이 크다. 도서관이 그나마 비용 부담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공간"며 "방학이면 여행이나 아르바이트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요즘은 방학이 오히려 더 불안한 시간이다. 주변 친구들도 다 취업 준비를 하다 보니 가만히 쉬고 있으면 뒤처지는 느낌이 든다"고 털어놨다.

이처럼 방학에도 도서관을 떠나지 못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최근 고용 지표와 맞물려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2025년 연간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해 15세 이상 전체 고용률은 62.9%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청년층 고용 상황은 이와 괴리를 보였다. 지난해 청년(15~29세) 고용률은 45%로, 전년보다 1.1%p 낮아지며 3년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청년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취업자 수 감소 폭은 더 컸고, 일도 구직도 하지 않는 이른바 '쉬었음' 청년은 40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고용 충격이 컸던 2020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역 고용 지표에서도 악화 흐름은 뚜렷하다. 호남지방데이터청이 전날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광주·전남 고용동향'을 보면 광주 지역의 취업자 수와 고용률은 연말로 갈수록 하락하는 추세를 보였다. 광주의 고용률은 지난해 10월 62.0%(79만명)에서 11월 61.6%(78만4천명), 12월 59.1%(78만3천명)로 두 달 연속 낮아졌다.
전남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전남 지역 고용률은 10월 66.2%(100만7천명), 11월 66.3%(100만8천명)를 유지하다가 12월 62.8%로 떨어지며 취업자 수가 95만7천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실업률은 급격히 상승했다. 광주의 실업률은 지난해 10월 2.3%, 11월 2.4%에서 12월 5.9%로 한 달 사이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실업자 수는 1만9천명에서 4만7천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전남 역시 10~11월 2%대였던 실업률이 12월 6.4%로 치솟으며 실업자 수가 6만6천명까지 증가했다.
제조업·건설업 부진이 장기화되는 데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저숙련·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도 취업 준비 기간을 길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최근 기업 채용이 경력직·수시 채용 중심으로 바뀌면서, 사회에 막 진입한 청년층은 채용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이고 있다"며 "구직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실업보다는 '쉬었음' 상태로 머무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흐름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강주비기자 rkd98@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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