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없으면 철거도 못해"···거대 흉물 된 폐주유소 [르포]

글·사진(남양주)=황동건 기자 2026. 1. 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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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 남양주시 경춘로 옆 한 폐주유소.

방치된 폐주유소는 단순한 미관 저해를 넘어 환경오염을 유발하거나 탈선 장소로의 활용 등 사회적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 회장은 "폐주유소가 늘어나면 '사회적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사업자들이 안전하게 시장을 떠날 수 있도록 정부·정유사·업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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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국도변 폐주유소 가보니
토양 정화 등 천문학적 비용 부담
수익성 낮아 매매 어려워 '악순환'
환경 오염·범죄장소 활용 우려도
정부 지원안 논의는 수차례 공전
18일 경기 남양주시 경춘국도 변의 한 폐주유소에 목재 등 각종 폐기물이 쌓인 채 방치돼 있다. 남양주=황동건 기자
[서울경제]

18일 경기 남양주시 경춘로 옆 한 폐주유소. ‘쓰레기 불법 투기 금지’라고 적힌 현수막이 무색하게도 버려진 목재와 녹슨 드럼통, 각종 철제 구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주유소 천장에서는 바람이 불 때마다 페인트 파편이 아래로 떨어졌다. 주유 기계가 뽑혀 나간 빈자리에는 주인을 잃은 간판만 덩그러니 남겨졌다.

담벼락과 사무 공간은 래커 페인트로 쓴 뜻을 짐작하기 어려운 낙서로 가득했다. 벽면 기둥을 타고 올라간 나무 덩굴은 건물의 숨통을 죄는 듯 보였다. 2024년 폐업 신고가 이뤄진 지 1년 6개월여. 한때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으로 북적였을 주유소가 이제는 콘크리트를 뒤집어 쓴 유령처럼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지역 인구 감소와 수익성 악화 속에서 이처럼 거대한 흉물로 남겨진 주유소가 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영업 중인 주유소는 1만 694곳으로 5년 전과 비교해 895곳이 문을 닫았다. 추세대로라면 5년 안에 전국 주유소 수가 1만 곳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전기차 전환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고금리로 인한 운영비 상승이 결합한 구조적 몰락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주유소 3곳 중 2곳은 영업이익이 거의 나지 않을 만큼 경영난이 심각하다. 한국주유소협회가 2024년 회원사 1101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63.3%(686곳)가 영업이익률이 1% 미만이라고 답했다. 적자인 곳도 18.5%(200곳)였다. 김문기 한국주유소협회장은 “지금은 상황이 더 나빠지면서 대다수가 ‘제로 마진’ 수준으로 근근이 버티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견디다 못해 문을 닫으려고 해도 거액의 ‘탈출 비용’이 발목을 잡는다. 부지가 990㎡(약 300평)라면 토양 정화에만 1억 원 가깝게 든다. 여기에 지하 유류 탱크, 건축물 철거 비용을 추가하면 최소 1억 5000만 원은 있어야 지방자치단체의 폐업 신고 요건을 충족한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그나마 폐업할 수 있는 곳은 사정이 낫다”는 자조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오염 범위에 따라 정화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 수 있다”며 “많은 곳이 비용 부담으로 엄두를 못 내고 방치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도심에서 멀어질수록 이런 현상은 더 빈번하다. 도심이라면 폐업 후 오피스텔·상가 등을 올리기도 하지만 비도심은 마땅한 대안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부산의 감소율이 큰 것도 농어촌 지역 주유소는 낮은 공시지가와 거래절벽으로 폐업조차 선택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지 가치가 정화 비용보다 낮은 ‘자산 역전 현상’까지 발생하면서 주유소가 악성 매물 취급을 받고 있다. 경북의 주유소 매물을 관리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부지가 300평인 주유소가 평당 30만 원에 거래되기도 하는데 매각에 성공하더라도 철거비를 감당하기가 벅차다”라며 “매수자마저 나타나지 않아 소유주가 사실상 관리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치된 폐주유소는 단순한 미관 저해를 넘어 환경오염을 유발하거나 탈선 장소로의 활용 등 사회적 위험을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에서는 폐업 비용의 일부를 정부가 지원하는 내용의 법안이 여러 차례 논의됐으나 다른 자영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로 공전이 거듭되고 있다. 김 회장은 “폐주유소가 늘어나면 ‘사회적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는 만큼 사업자들이 안전하게 시장을 떠날 수 있도록 정부·정유사·업계 등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남양주)=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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