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 주무관인데요”…갈수록 치밀해지는 관공서 사칭 사기

김귀임 기자 2026. 1. 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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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교육청 등 실제 발주 패턴 파악
기관 옛 명함 위조 등 수법 교묘해져
인쇄·악기·살수차 등 피해 대상 다양
공식 홈페이지 담당자 확인 등 ‘주의보’
게티이미지뱅크
"동구청 주무관인데요, 예산이 남아서 소식지 3,000부 추가하려고 합니다. 일단 나오는 대로 저한테 주세요."

연말연시 울산지역에서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 사칭 사기가 치밀한 수법으로 급증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사칭범들은 매년 공무원 간 계약 및 주문 패턴을 파악해 제시하거나, 기관의 옛 명함을 위조하는 '도 넘은' 수법을 일삼는 상황이다.

# 구청·교육청 등 관공서 패턴 파악 후 사칭 연락 '치밀'

18일 지역 한 인쇄업소 직원 A씨는 지난 13일 걸려온 전화로부터 "동구청 기획예산실인데, 작년에 소식지 발간했었다. 예산이 남아서 겨울호 3,000부(1,000만원 상당) 추가 발간하려고 한다"라는 말을 들었다.

계속 주문해 오던 과임을 확인한 A씨는 "그럼 추가 발간된 겨울호 소식지 배부처는 어떻게 하냐"라고 묻자, 상대는 "그냥 우리(사칭범)한테 다 납품해주시면 된다"라고 얼버무렸다.

A씨는 사무실 전화로 걸려온 상대에게 본인 연락처로 명함을 보내달라 했으나 약 일주일째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또 다른 인근 인쇄업체 사장 B씨는 지난 12월 "울산교육청인데, 인쇄물을 부탁하려 하니 견적서를 달라"라는 요청 전화를 받았다.

B씨는 "견적서를 보내줄 테니, 회신받을 메일 주소를 달라"고 하자, 상대는 공무원 메일(korea.kr)이 아닌 개인 메일을 보냈다. 수소문해 확인한 결과 해당 건은 2곳 이상의 업체에 전화를 돌린 '사칭범'으로 드러났다.

# 옛 명함 위조까지…악기·의료기기·살수차·페인트 등 피해업체 다양

이러한 수법은 공무원과 인쇄업소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지난 11월에는 동구장애인복지관 직원을 사칭하며 지역 악기관에 "키보드(전자피아노) 납품이 필요하니 주문을 넣어달라"는 연락이 왔다.

당시 악기관에는 현재 복지관이 쓰고 있지 않은 옛 명함을 위조해 보내며 안심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위조된 명함에는 로고와 함께 기관 전화번호, 주소, 개인 전화번호, 메일주소가 명시돼 있는 채였다.

또 비슷한 시기에 동구장애인복지관인데, 치료를 위해 '공기호흡기'를 사야 한다며 한 업체에 요청이 들어왔다. 이 업체는 위조된 명함으로 의심 없이 공기호흡기 400만원 상당을 대신 구매했으나, 명함에 기재된 번호가 아닌 복지관으로 직접 전화해 사기임을 알게 됐다.

동구장애인복지관의 경우 작년 8월부터 지금까지 △장애인 차선 도색을 위한 페인트업체 건 △물 5톤 살수차 업체 등 총 8건의 사칭 전화가 있었다.

또 지난 8월에는 중구의 한 세탁소에 아직 설립되지 않은 '동구시설관리공단'임을 사칭하며 물건을 의뢰하는 일도 있었다.

# 개인전화·메일 주문 시 의심부터…"신원확인 절차 필수"

피해자들은 실제로 이어지진 않았으나 적게는 30만원부터 많게는 1,0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을 뻔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피해 업체들은 "우리와 관공서 간 주문 패턴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아 자칫하면 믿을뻔하기도 했다"라며 "주문을 넣고 견적서를 뽑는 것도 우리의 귀중한 시간이 피해 보는 것이다. 만약 의심 주문이 들어왔다면 관공서에 다시 한번 신원 확인을 하는 절차를 거쳐 다른 업체의 피해가 없었으면 한다"라고 알렸다.

관계기관은 재차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동구 관계자는 "소식지 사칭 피해로 유사기업과 관계업체 등에 사례를 알리며 '주의' 공문을 보낸 상태다"라며 "사칭 의심 시 홈페이지에 담당자 연락처를 확인해 달라"라고 전했다. 동구장애인복지관 관계자는 "우리는 절대 개인전화나 개인메일로 주문 및 의뢰를 하지 않는다. 또 업체에 도용한 명함을 내밀며 선입금을 요구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은 절대 선입금을 요구하지 않으니 주의해달라"라고 밝혔다.

김귀임 기자 (kiu2665@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