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들은 어쩌다 ‘먹튀’, 불법체류자가 되었나[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국 대학교에서 우수한 교육에 장학금까지 받고도 취업이 어려워 돌아가는 친구들이 정말 많거든요. 본의 아니게 한국에서 이것저것 혜택을 받고 ‘먹튀’하게 된달까요.”
과거 취재 도중 만난 한 파키스탄 출신 귀화인의 말이다. 그는 유학생으로 한국에 와 취업하고 이후 귀화까지 해 정착한 드문 경우다. 지금은 한국을 찾는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취업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귀화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에서 살고 싶어 유학까지 온 친구들이 많은데, 정착까지 이르는 길이 험난해 고국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다”고 했다.
그의 말처럼 유학생 상당수는 정부와 대학,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한국에서 교육을 받지만, 대부분 한국에서 취업하거나 정주하는 데 실패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2024년 기준 국내 대학·어학당에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10명 중 1명 이상이 졸업 이후 합법 체류의 출구를 찾지 못해 불법체류 상태로 전락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25년 12월 발간된 한국이민정책학회보(제8권 제3호)에는 국내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들의 ‘졸업 이후’를 추적한 연구 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국내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졸업 뒤 취업과 체류 자격 전환을 시도한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 유학생들이 한국에 남지 못한 이유는 졸업 이후 정착으로 이어지는 제도적 경로가 불안정했기 때문이었다. 졸업 후 유학생들이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는 구직(D-10) 비자는 취업 준비를 이유로 국내 체류를 허용하지만, 그 기간 동안 정규 취업은 물론 아르바이트도 제한돼 안정적인 소득을 얻기 어려웠다. 체류를 연장하려면 통장에 500만 원 이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졸업 직후 이 조건을 충족하기란 쉽지 않았다.
취업에 성공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유학생이 한국에서 계속 일하며 체류하려면 전문인력(E-7) 비자로 전환해야 하는데, 대학 전공과 직무의 엄격한 연관성,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 요건, 기업이 감당해야 하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동시에 충족해야 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개인의 능력이나 취업 성과와 무관하게 비자 전환이 좌절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대학과 지역사회가 장학금과 교육, 각종 지원을 통해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그 투자가 졸업 이후 정착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채 끊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앞서 만난 파키스탄 출신 귀화인의 말처럼, 본의 아니게 많은 지원을 통해 길러낸 고급 인력이 ‘먹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반복되는 셈이었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한 바 있다. 과거 외국인 근로자를 단순노동 위주의 ‘순환 인력’으로 관리했다면, 이제는 한국에 정착할 가능성이 있는 인력, 특히 숙련·고급 인력을 중심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겠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제4차 외국인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통해 외국인 유학생과 전문 인력을 ‘잠재적 정주 인구’로 규정하고, 체류 연장과 비자 전환을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역시 ‘스터디 코리아 3.0’을 내놓으며 유학생 30만 명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외국인을 ‘잠시 쓰고 돌려보내는 인력’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취지다.
정부가 이런 전환에 나선 건 초저출산과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위기가 쉽게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의 총인구는 2022년 약 5167만 명에서 2072년 약 3622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같은 기간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약 3674만 명에서 1658만 명 수준으로 반 토막 나고, 고령 인구 비중은 17.4%에서 47.7%까지 치솟는다. 단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일할 사람이 급격히 사라지는 것이다.
출생아 수가 최근 2년간 소폭 반등했지만 구조적 저출산이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합계출산율은 여전히 0명대에 머물고 있다. 인구 유지를 위한 대체출산율 2.1명(남녀 2명이 2.1명은 낳아야 인구가 유지된다는 뜻)과는 큰 격차가 있다. 출생만으로 인구 감소를 되돌리기 어려운 조건에서 외국 인력 유입은 선택이 아닌 불가피한 대응이다.

그러나 정착의 문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고급 인력을 한국에 머물게 할 유인은 턱없이 부족하다. 유학생들은 한국에 대한 애정을 갖고 스스로 한국의 교육기관을 선택해 공부한 인력들이다. 언어와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정착 가능성과 정책적 유인의 정합성이 가장 큰 집단이다. 그럼에도 상당수는 졸업과 동시에 한국을 떠난다. 이들을 국내에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2026년 한국이민학회 학술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대학이나 어학당에 다니기 위해 입국한 외국인 유학생 가운데 10명 중 1명 이상이 체류 기간 초과나 자격 외 취업 등으로 불법체류 상태에 놓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학생들이 학업을 마친 뒤 합법적으로 취업하고 체류 자격을 전환할 수 있는 통로가 지나치게 좁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계속 한국에 남아 일하고 싶어도 제도적 출구를 찾지 못해, 불법체류 상태로 내몰리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 유입뿐 아니라 정착까지 감안한 유기적인 제도 설계 필요해
외국인 정책은 이제 ‘유입’과 ‘정착’을 따로 놓고 설계할 수 없는 단계에 와 있다. 유학생과 외국인 근로자가 학업과 취업을 거쳐 자연스럽게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비자 체계와 노동시장, 지역 정책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졸업 이후 일정 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제도, 소득만으로 평가하지 않는 체류 자격 전환, 중앙정부와 대학·지자체·기업이 연결된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유학생과 외국 인력이 ‘본의 아니게 먹튀’가 되지 않도록, 이제는 데려오는 정책을 넘어 함께 살아갈 준비를 정밀하게 설계해야 할 때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靑 신임 정무수석 홍익표…6·3 지선 앞 떠나는 우상호 후임
- IMF의 경고…韓 환리스크 달러자산, 외환시장 규모의 25배
- ‘이혜훈 청문회’ 하루 앞…野 “보이콧” vs 與 “국힘 설득”
- ‘단식’ 장동혁 “자유 법치 지키겠다”…“소금 섭취 어려운 상태”
- 한동훈 ‘당게’ 논란에 “송구하다”면서도 “조작이자 정치 보복”
- “뿌리로 돌아왔음을 암시”…외신, BTS 앨범 ‘아리랑’에 주목
- ‘은퇴’ 임재범 “전부 여러분 덕…자초지종 말하면 가슴 아파”
- 李대통령이 콕 집어 칭찬한 경찰관, 첫 특별보상 받는다
- 내일 눈-비, 화요일엔 영하 17도…한 주 내내 전국 맹추위
- “바닥 붕괴 위험-와이파이 노후”…서강대, 가까스로 등록금 2.5% 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