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두 개의 시선, 하나의 거리

정회진 기자 2026. 1. 18.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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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걷고 담은 전시 앵글 속 청관거리 숨결

세계 여행가 김찬삼·사진가 성낙인 기록
1960년대 촬영 사진·영상 등 26점 공개
인천 짜장면 박물관, 5월 31일까지 열려
▲ 김찬삼 作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제공=인천중구문화재단 

한국 최초의 세계여행가 김찬삼과 사진가 성낙인은 1960년대 인천 청관거리(현 차이나타운)를 각자의 시선으로 기록했다.

김찬삼은 청일 조계지 경계 계단 위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바다와 도시를 한 화면에 담았다. 지난 13일 전시장에서 마주한 그의 사진에는 옛 경기도경찰국 건물에서부터 비교적 온전히 남아 있던 중화루까지 당시 청관의 표정이 또렷하다.

성낙인 역시 같은 계단을 카메라에 담았다. 다만 그는 아래쪽에서 자유공원 방향을 바라봤다. 계단을 오르는 사람, 항구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신사, 한담을 나누는 동네 주민들.
▲ 성낙인 作 '청일조계지 경계 계단'./제공=인천중구문화재단 

풍경은 같지만 사진 속 공기는 달랐다. 한 장소가 두 작가를 거치며 '두 개의 거리'로 다시 태어나는 순간이다.

이 사진들은 중구 짜장면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두 개의 시선, 하나의 거리'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김찬삼(1926~2003)과 성낙인(1927~2011)이 1960년대 청관거리를 촬영한 사진·영상 자료 26점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다.

여행가 김찬삼은 평생 160여 개국을 여행하며 사진과 글로 세계를 기록했다.

사진가 성낙인은 서울대 미술대학 1회 졸업생으로, 이후 홍익대 대학원 시각디자인과에서 사진 전공 교수로 재직하며 사진 예술과 교육에 전념했다.

전시는 '여행가 김찬삼의 시선', '사진가 성낙인의 시선', '두 시선이 머무는 곳' 등 3부로 구성됐다.

두 사람은 골목과 계단, 언덕길처럼 익숙한 장면을 찍었지만 그 기록은 단순한 '옛 모습'에 그치지 않는다. 항구로 이어지는 생활의 동선, 거리의 리듬, 사람들의 몸짓이 함께 남아 있어 1960년대 청관의 시간을 현실감 있게 불러낸다. 김찬삼이 인천항에서 팔미도로 향하던 선상에서 찍은 사진에는 낡은 돛을 단 어선 두 척과 그 뒤로 펼쳐진 영종도의 윤곽이 담겼다. 인천 앞바다의 풍경이 '관광 엽서'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던 작업의 현장으로 다가온다.

성낙인의 사진 중 인천역 앞에서 바라본 청관 전경 역시 마찬가지다. 역 앞 사거리를 분주히 오가는 사람들의 표정, 청관 언덕에 자리한 중산학교 외관, 언덕길을 오르는 이들의 힘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박혀 있다.
▲ 성낙인 作 '인천역 앞에서 바라본 청관 전경'./제공=인천중구문화재단 

전시는 관람객이 사진을 '보는' 데서 한 발 더 나아가, 마치 과거의 거리를 직접 걷는 듯한 감각을 건드린다. 같은 계단을 두 방향에서 바라본 두 컷을 번갈아 보고 있으면, 청관거리는 한때 인천의 바다와 삶이 맞닿아 있던 자리였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특별기획전은 짜장면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며, 박물관 입장권을 발권하면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는 오는 5월 31일까지 이어진다.
▲ 특별기획전 '두 개의 시선, 하나의 거리' 전시장.
▲ 특별기획전 '두 개의 시선, 하나의 거리' 전시장. 

/글·사진 정회진 기자 hijung@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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