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 강제단속 일관 법무부 향한 비판 “고용허가제부터 손봐야”
“20년 넘도록 미등록 이주민 다치고 숨져”
손배청구 소송해도 법무부 과실 적게 인정
“단속으로 얻는 경제적효과 낮다” 지적과
‘공포감 조장’ 주장하며 강제단속 중단 촉구
미등록 양산하는 현 고용허가제 개선 제안

법무부는 수십 년간 폭력적인 단속으로 이주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2003~2025년 법무부 단속과 연관해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이주노동자는 33명이다. 이주민 단체·노동계는 미등록 이주 노동자 강제 단속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며 고용허가제 전면 개편을 촉구하고 있다.
2006년 장슈아이 되풀이 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28일, 베트남 출신 20대 청년 노동자 뚜안 씨는 대구 성서공단 내 한 공장에서 법무부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피하다 숨졌다. 그는 2층 창고 구석 실외기 뒤에 숨어 있다가 3층에서 추락해 목숨을 잃었다.
뚜안 씨 아버지는 딸의 사망 이후 58일 동안 대구·서울 등에서 천막농성·오체투지 등을 이어갔다. 법무부는 뚜안의 아버지에게 공식사과했다.
법무부 강제단속은 2003년 고용허가제 도입과 맞물려 시작됐다. 당시 정부는 고용허가제 도입을 안정화하고, 미등록 체류자를 줄이고자 강제 단속·추방을 본격화했다. 고용허가제는 고용주가 정부에 허가서를 발급받아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 한 제도다.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2003년부터 2025년까지 23년 동안 법무부 단속과 연관해 숨지거나 중상을 입은 이주노동자는 33명이다.
경남에서는 2006년 5월 중국 국적 20대 노동자 장슈아이 씨가 창원 한 공장에서 단속을 피다가 2층에서 떨어져 의식불명에 빠졌다. 장 씨는 지역사회 관심 속에서 천신만고 끝에 깨어나 2012년 고국으로 돌아갔다.
2019년 9월 태국 국적 노동자는 김해 한 공장에서 단속을 피하다 갈비뼈 골절·간 손상으로 숨졌다.
국가배상, 사과 사례는 손에 꼽힌다. 2018년 8월 미얀마 국적 20대 딴저테이 씨는 경기 김포 한 건설현장에서 단속을 피하다 추락해 숨졌다. 그의 아버지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미등록 양산하는 현 구조 고쳐야
2022년 윤석열 정부 들어 법무부는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 계획에 따라 단속 할당량에 따른 목표치를 세우고 단속계획을 마련했다. 미등록 이주민 단속 실적은 2021년 1만 1544명에서 2024년 4만 5442건으로 증가했다.
법무부는 단속 필요성으로 국민 일자리 잠식 방지·범죄 예방·체류 질서 확립 등을 내세운다. 그러나 이주민 단체·노동계는 강제 단속이 실적 달성을 위한 행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 활동가는 "단속은 어떤 방식으로 하더라도 인도적이거나 안전할 수 없다"며 "공권력이 국내 추방 위협을 가하기에 이주 노동자에게 평화적으로 다가갈 수 없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자료를 보면 전국 미등록 이주민은 2020년 39만 2196명에서 2024년 39만 7522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를 들어 법무부 단속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정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주노동팀장은 "이미 위험하고 힘든 작업 등 국내 노동자 기피 일자리를 이주 노동자가 대체하고 있다"며 "법무부 단속으로 얻는 이익에 대해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강제단속이 근절되려면 결국 고용허가제 개편을 선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행 고용허가제는 단기체류자격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주민단체·노동계는 특정 분야 고숙련자 육성을 위한 장기 유도책으로 전환해야 미등록 양산이 근절되고 강제단속 또한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헌주 경북북부이주노동자센터장은 "복잡다단한 비자제도를 설계해 이주 노동자를 벼랑으로 내몰고, 폭력 일변도로 단속해왔던 게 오늘날 이주정책"이라며 "현 정부는 윤석열 정부의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이주 노동자가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도로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센터장은 "현 단속·고용허가제의 희생양인 이주 노동자들이 시민사회 안에서 인간 존엄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것도 필요하다"며 "이들을 미등록이라고 낙인 찍는 구조적 문제를 다시 고민해봐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안지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