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신 날 새벽 심장이 두근두근…숙취인 줄 알았는데 큰일 날 뻔했다고? [생활 속 건강 Talk]

심희진 기자(edge@mk.co.kr) 2026. 1. 18.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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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 환자 5년새 25% 증가
음주 후 두근거림 반복되면
뇌졸중·돌연사로 이어질수도
절주·금연·체중 관리가 최선

평소 술자리를 즐겨하던 50대 남성 A씨는 어느 날부터인가 회식 후 잠을 자다 새벽에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려 잠에서 깨는 일이 잦아졌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술을 한두 잔만 마셔도 같은 증상이 반복됐고 결국 병원을 찾았다. 기본 심전도 검사에서는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며칠간 심전도 검사 장치를 부착해 추적 관찰한 결과는 달랐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한 것으로 확인돼 부정맥 진단을 받았다.

음주 후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숙취로 넘겨서는 안 된다. 심장 박동의 리듬이 깨지는 ‘부정맥’의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맥은 뇌졸중과 심부전은 물론 돌연사의 원인이 되기도 해 조기 발견과 생활습관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장 두근거림을 키워드로 생성AI가 그린 그림. [제미나이]
부정맥은 심장이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리게, 혹은 불규칙하게 뛰는 상태를 말한다. 정상적인 심장은 분당 약 60~100회의 규칙적인 박동을 유지한다. 그러나 심장 내 전기 신호의 생성이나 전달 과정에 문제가 생기면 이 같은 리듬이 쉽게 흐트러질 수 있다. 보건의료 빅데이터에 따르면 국내 부정맥 환자 수는 2024년 기준 50만1493명으로 2020년 대비 5년새 약 25% 증가했다.

이영신 경희대병원 심장혈관센터 교수는 “특히 겨울은 심장을 긴장시키는 계절”이라며 “추위로부터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혈관이 수축하면서 혈압이 오르고 그만큼 심장은 더 세게, 더 자주 뛰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맥박이 불규칙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맥박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진다면 단순한 피로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부정맥은 맥박이 빨라지는 빈맥, 느려지는 서맥,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 등으로 나뉜다. 통상 부정맥이라고 하면 급성 심장마비나 돌연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지만 모든 부정맥이 생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 비교적 흔히 나타나는 양성 부정맥도 있는 반면 증상이 거의 없더라도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이는 심방세동처럼 조용히 진행되는 유형도 있다.

부정맥 가운데 특히 주의해야 할 질환은 심방세동이다. 심방세동은 심방이 미세하게 떨리듯 불규칙하게 움직이는 상태로, 맥박이 지나치게 빨라지고 심방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로 인해 심장 기능이 저하되면서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심방 안에 혈액이 고이면서 혈전이 만들어지면 이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으로 이어질 위험도 커진다.

최근에는 심방세동이 뇌혈관 질환뿐 아니라 치매 발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특히 음주는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연구에서는 ‘하루 한 잔’ 수준의 소량 음주만으로도 심방세동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대인 고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교수는 “심방세동은 뇌졸중과 심부전, 돌연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대표적인 부정맥 질환으로, 증상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위험하다”며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있거나 이미 진단받은 환자의 경우에는 소량의 음주라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정맥의 가장 흔한 증상은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이다. 이밖에도 숨이 차는 느낌이나 가슴 압박감, 어지럼증, 피로감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일시적인 실신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증상이 나타났다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경우가 많아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쉽다. 이대인 교수는 “증상이 경미하거나 간헐적이더라도 맥박의 불규칙성이 느껴진다면 반드시 전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특히 증상이 거의 없는 무증상 부정맥은 발견이 늦어질수록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심전도 패치를 키워드로 생성AI가 그린 그림. [제미나이]
부정맥 진단은 기본적으로 심전도 검사를 통해 이뤄진다. 다만 증상이 항상 나타나지 않는 경우에는 24시간 활동 심전도 검사나 수일에서 수주간 착용할 수 있는 패치형 웨어러블 심전도 장치를 활용한다. 이를 통해 병원 진료실이 아닌 일상생활 중 발생하는 심장 박동의 변화를 보다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영신 교수는 “최근에는 혈압계나 스마트시계 등 다양한 장치를 통해서도 맥박을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만큼 65세 이상이라면 주기적으로 자가 맥박 측정을 하는 것이 좋다”며 “75세 이상에서는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번 이상 심전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어 “증상이 자주 나타나지 않거나 30분 이내로 짧게 지속되는 경우에는 가슴에 전극 패치를 부착해 일상생활 중 심전도 데이터를 연속으로 기록하는 패치형 심전도 검사가 부정맥 진단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정맥의 원인은 심장 자체의 문제와 심장 외적인 요인으로 나뉜다. 고혈압과 당뇨병, 심부전, 심장판막질환,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은 대표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과체중과 수면무호흡증, 갑상선 질환 등 전신 질환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에는 잦은 음주와 흡연, 과도한 카페인 섭취, 만성 스트레스, 수면 부족 같은 생활습관 요인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무너뜨려 부정맥 발생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신 교수는 “부정맥은 양상과 그에 따른 치료법이 다르기 때문에 반드시 자신이 어떤 부정맥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한 진단명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정맥 치료는 심장 박동의 종류와 원인, 증상의 정도, 환자의 연령과 동반 질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단계적으로 이뤄진다.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는 약물 치료로, 맥박이 지나치게 빠르거나 느린 경우 심박수를 조절해 증상을 완화하고 심장의 부담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일부 부정맥에서는 심장 박동의 리듬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약물이 사용된다.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은 경우가 많다.

약물 치료로 조절이 어렵거나 증상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시술적 치료를 고려한다. 전극도자절제술은 고주파나 냉동 에너지를 이용해 부정맥을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차단하는 방법이다. 특정 부정맥에서는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인다. 심장이 지나치게 느리게 뛰는 서맥의 경우에는 인공심박동기 삽입술이 필요할 수 있다. 드물게 구조적 심장 질환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가 병행되기도 한다.

건강한 식단과 운동을 키워드로 생성형 AI가 그린 그림 [제미나이]
치료만큼 중요한 것이 생활습관 관리다. 과도한 음주와 흡연, 과식은 부정맥을 악화시킬 수 있다. 식사는 짜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고 채소와 통곡물, 생선을 늘리는 지중해식 식단이 권장된다. 특히 심방세동으로 항응고제를 복용 중인 환자는 식단 관리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운동은 걷기나 자전거 타기, 수영처럼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유산소 운동이 적절하다. 반면 무리한 근력 운동이나 격한 활동은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치의와 상의해 운동 계획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겨울철 추운 날씨와 급격한 온도 변화 역시 부정맥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명상이나 호흡 훈련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같은 기저질환을 철저히 관리하고 커피는 하루 1~2잔 이내로 제한하며 에너지 음료는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기적인 심전도 검진을 통해 조기에 이상을 발견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한층이라도 걸어 올라가고, 술 한잔을 줄이는 작은 실천이 부정맥 예방의 출발점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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