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블랙핑크 돌아오고, 중국이 열린다…‘K팝 황금기’ 재현될까 

조유빈 기자 2026. 1. 18.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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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아티스트 복귀, 한중 관계 해빙 기대…닫혔던 최대 시장이 움직인다
글로벌 위상은 정점, 실적은 시험대…거품 걷힌 K팝, 전환점에 서다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미국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K팝 곡들이 진입하고, 세계 최대 음악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로 K팝 아티스트가 등장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최근 '골든글로브 2관왕'의 기록을 쓰면서 한국과 K팝을 바라보는 전 세계의 시선은 더욱 뜨거워졌다. 위상은 공고해졌지만, 지금을 K팝 시장의 '황금기'로 보기는 어렵다. 지난해 뉴진스 전속계약 분쟁 등 산업 전반의 불안정성이 드러났고, 음반시장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빅 아티스트'를 중심으로 대형 기획사의 실적이 유지되는 사이 중소 기획사들은 행사 축소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며 양극화도 심해지는 모습이다.

이제 위상에 가려져 있던 성적을 끌어올릴 때가 온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메가 IP'가 복귀를 앞두고 있는 데다 한중 관계 훈풍으로 인해 그간 K팝에 닫혀 있던 중국 시장의 문이 열릴 가능성까지 떠올랐다. 내실과 외형을 모두 완성할 수 있는 새로운 황금기. K팝 시장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방탄소년단 ⓒ빅히트 뮤직 제공

'위상'을 '실적'으로 바꿀 동력이 온다

K팝 산업의 새로운 '봄'은 대형 아티스트들과 함께 온다. 3월20일로 예정된 방탄소년단의 복귀는 산업계에 거대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3년9개월 만의 '완전체' 컴백이다. 데뷔 10주년을 맞은 블랙핑크도 상반기 복귀를 앞뒀다. 대표적인 3세대 아이돌 엑소부터 20주년을 맞아 활동을 재개하는 빅뱅까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에서도 팬덤이 견고한 메가 IP의 귀환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컴백을 넘어 K팝 산업의 구조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음반과 공연, MD 등 다양한 매출을 동시에 견인하는 데다, 콘서트 투어의 파급력도 크기 때문이다.

이들의 복귀는 침체된 음반시장도 활성화시킬 수 있다. K팝의 위상은 높아지고 있지만 관련 시장의 성장세는 예전만 못하다. '실물 앨범 1억 장 시대'도 막을 내렸다. 써클차트 집계에 따르면, 2015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던 음반 판매량은 2023년 1억 장 이상(톱400 기준)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2024년 9328만 장으로 19.4% 감소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더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음반 수출액은 2020~22년까지 급등했지만 이후부터는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

특히 월드투어 등 콘서트 수익이 엔터사 성적과 연결된다는 점으로 볼 때, 대형 아티스트들이 돌아오는 올해 '역대급 모멘텀'이 발현될 가능성도 커졌다. 이에 증권사에서는 엔터사 합산 영업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지인해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엔터사 5개 합산 매출액 7조원, 영업이익 1조원으로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고 짚었다.

'낙수 효과'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대형 아티스트들이 복귀하면서 글로벌 플랫폼·미디어에서 K팝의 영역이 확대되고, 페스티벌 시장에서 K팝의 비중이 높아지면 그동안 해외시장을 개척하지 못했거나 공연 기회가 줄어들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 기획사들에 시장 진입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최광호 한국음악콘텐츠협회 이사장은 "내수시장에는 한계점이 있어 대형 기획사와 중소 기획사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됐지만, 방탄소년단의 복귀와 《케데헌》의 수상 등으로 K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중소 기획사들이 세계 무대에서 어필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소비를 못 하는 상황과 과도한 기획사 마케팅 등이 음반시장을 키웠지만, 이제는 거품이 꺼져 정제된 시장에서 K팝의 실적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음반과 음원시장이 정체되면서 지금은 공연 매출이 K팝 시장의 허리를 떠받치고 있는 상황이다. 콘서트가 성장이 둔화한 K팝 시장을 키울 핵심 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중국이 대중문화 교류를 위해 개최한 한중가요제는 2016년 이후 중단됐다. 2015년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17회 한중가요제에서는 방탄소년단과 레드벨벳, 임창정, 에일리 등 한국 가수 11개팀이 공연했다. ⓒ중국 중앙TV 유튜브 캡처

수익 확장의 '마지막 퍼즐' 중국, 열릴까

2016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 이후 한류를 제한하는 비공식 조치인 '한한령'이 발동되면서, 중국 시장의 문은 사실상 닫혀 있었다. 한한령 시행 전에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열린 콘서트는 2015년 빅뱅의 아시아 투어 콘서트였다. 이후 대규모 공연은 승인되지 않았고, 소규모 팬미팅이나 팬사인회 등만 간헐적으로 열렸다.

K팝 콘서트가 재개되면 중국 공연시장의 성장세와 더불어 K팝 산업의 팽창도 급격히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중국 콘텐츠 산업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중국 내 대형 상업 공연은 2만700회 개최됐고, 티켓 판매 수입은 296억3600만 위안(약 6조원)을 기록했다. 누적 관객 수는 3651만8200명에 달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개인 소비 수준이 회복되면서 공연 관람객이 늘어났고, 청소년층과 시니어층으로도 관객 범위가 확장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중국 음원 플랫폼인 텐센트에서는 지드래곤, 로제, 에스파, 제니 등의 노래가 인기를 끌고 있다. 중화권 중심 팬덤이 많은 아티스트를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중국에서 높은 인지도를 유지해온 빅뱅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등의 움직임에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중국 내 공연이 이뤄질 경우 이미 굵직한 IP를 여럿 보유한 하이브는 새로운 시장을 열게 된다. 하이브는 지난해 소속 가수들의 중국 활동 지원을 위해 중국 베이징에 '하이브 차이나'라는 해외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최근 한중 관계 해빙 모드와 더불어 중국 내 K팝 콘서트 개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장과 만남을 가졌다. 당시 K팝 콘서트 개최 관련 내용이 언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양국의 달라진 분위기가 감지됐다. 1월초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방문에는 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동행하면서 중국 사업 확장 가능성이 거론된 바 있다. 다만 정부는 한한령 해제와 관련해선 공식적으로 '단계적 해제'를 거론하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최 이사장은 "중국은 한국과 거리상으로 근접해 비즈니스가 용이하고, 면적과 인구수 효과를 크게 볼 수 있는 국가"라면서 "K팝이 이미 다른 국가 시장을 많이 개척한 상황에서, 중국은 '제로'에서 출발해 많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시장"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국과의 화해 무드로 중장기적으로 좋은 그림이 보이고 있다"며 "한한령 전에 중국에서 형성된 팬덤이 장기적·일시적인 것이 아니었던 만큼, 중국 시장 진출 분위기가 형성될 경우 지금까지 K팝의 성장 국면보다 더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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